나의 첫 번째 브런치북을 닫으며,
브런치 스토리에 입문한 지 3개월 가까이 되었어요.
저는 가진 에너지가 작은 사람이라 다른 sns는 하지 않아요. 블로그가 있기는 한데 호흡이 멎은 지 오래되었고요.
내 것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서 사진이나 글을 포스팅할 때 드는 망설임이 결국 스트레스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카카오톡 외에는 하는 게 없습니다.
브런치는 제가 좋아하는 글쓰기에‘만’ 집중하면 되고, 다른 분들의 삶을 이 세계의 ‘일원’으로서 살필 수 있다는 생각에 전 여기 들어오기 전부터 꽤 설레었습니다.
그런데 브런치도 다분히 sns적인 성격을 갖고 있더라고요. 라이킷과 구독자수가 대문 명패처럼 걸려있어서 당황했어요. 이게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는 게 여긴 제 개인 일기장이 아니니까요. 제 생활을 저미고 벼려서 글을 애써 내어놓고, 라이킷이 적으면 ‘내 글이 미숙한가?, ‘재미가 없는 게 문제인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가라앉고, 구독자수가 많은 작가님들을 보면 왠지 어깨가 움츠려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냥‘ 쓰려고 합니다. 무심히 쓰다가 돌아보니 한 분, 한 분 늘어난 구독자 분들이 계시네요. 홍수처럼 매일 쏟아지는 글들 속에서 제 글을 시간 내어 읽어주신 분들에게 힘을 얻고, 계속 쓰려고 합니다.
먹고살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책을 좋아하고, 쓰는 일을 좋아해서 하는 일인데요. 생각해 보니 뭐가 문제지 싶습니다.
첫 브런치북 ‘오늘 만난 사람’은 제가 직업상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제가 하는 일은 상담만이 아니고, 어떤 특정 영역의 전문성을 띤 일인데요. 그것을 밝히지 못하니 글을 쓰는 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글을 세 편 정도 써서 올렸을 때 길을 잘못 들어선 걸 알았지만 퇴로가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받은 인상과 느낌, 제 내면을 따라가는 데 치중하여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밥벌이와 바꿀 만한 용기가 없어서 이처럼 ‘이지러진 달’ 같은 글을 올리게 되었네요. 그럼에도 제가 쓴 단어 하나하나를 포근하게 살며시 마음 안에 내려놓고 찬찬히 읽어주신 많은 작가님들, 특히 구독자님들께 고맙습니다.
처음에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제게 무례했고, 난폭했던 사람들을 굴비 두름 엮듯 엮어 이 광장에 세우리라 다짐했는데 쓰다 보니 그런 몰상식한 이들의 행동은 특정 패턴이 있어서 아무리 수가 많았다한들 제 업무를 감춘 채 이들의 ‘악행’에만 초점을 맞춰 글을 쓰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글감을 찾고자 지난 10년간 만난 사람들의 명단을 들춰보았는데 이름조차 생경한 이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를 이 자리에 계속 붙들어준 사람들은 ‘희미한 사람들’, ‘잊힌 사람들’이었어요.
그래서 내가 일을 계속할 수 있었구나. 내가 스스로 마음을 잘 다스리고, 치유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런 사람들 덕분이었구나,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게 첫 브런치북을 세상에 내어놓고 제가 얻은 것입니다.
나의 애씀과 의지만으로 시간을 헤쳐나갈 수 없다는 것과 결국에는 서로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에 의해 떠밀리는 게 삶이고 그래서 나는 살아낼 수 있는 것이구나. 그런 마음이요.
조금씩 앞으로 더 나아가는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ondo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