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장사만 하고 밤 장사를 일찍 접은 하드락포차의 내부에는 샤크의 멤버들과 장미가 모여 있었다. 주방에서 계란말이를 만들어 들고 나온 민수가 테이블 위에 접시를 내려놓으며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장미를 쳐다보았고 다른 멤버들도 장미가 입을 열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장미가 입을 열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쉽게 그다음말을 꺼내지 못하는 그녀가 괜히 헛기침을 했다.
'다들.. 지난번 일로 상처가 큰데, 이걸 어떻게 말하지.. 그래도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어.'
"태석 씨 통해서 모두 표절사건에 대해서 얘기 전해 들었을 거예요.
모두들 지난번 경연에서 받은 상처가 크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 동아리 애들이 샤크 곡으로 예선을 통과를 해버린 상황이라
제가 방송국 PD와 통화를 했는데 그 동아리 대신 원곡자인 밴드 샤크가 참여를 해줬으면 한다네요."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장미가 멤버들의 눈치를 조심스럽게 살피기 무섭게 주먹을 쥔 태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가 일어서자 멤버들은 당황했고 뒤따라 일어선 민수가 태석을 붙잡았다.
금방이라도 눈에서 섬광이 일 것 같은 표정의 태석이 장미를 씹어먹을 듯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우리한테 조금 잘해줬다고 이런 식으로 해도 된다고 생각한 건 아니죠?"
그의 말에 당황한 민수가 태석의 앞을 가로막았다.
-"형.. 흥분하지 말고 우리 회장님.. 아니.. 장미누나 말부터 들어보자. 응?"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민수의 만류에도 태석은 출입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할 말을 잃은 멤버들은 그대로 망부석이 되어 의자에 앉아 있었고 태석을 따라나서려는 민수를 장미가 만류했다.
"민수 씨, 제가 나가볼게요."
'이게 어떻게 만든 기회인데, 어떻게든 설득해야 해.'
장미는 출입문을 열며 마음을 다잡았다.
띠리리릭.... 띠리리리릭....
-"누구시죠?"
남자의 음성이 들리자 장미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 뒤 답을 했다.
"저는 밴드 샤크의 매니저 장미라고 합니다."
-"밴드 샤크요? 그런 이름은 처음 듣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시죠? 그리고 제 번호는 어떻게 아셨나요?"
"네. 레전드락 담당 PD님이시죠. 지난 예선에 참여했던 대학교 동아리 샤우팅 아시죠?"
-"아.. 네. 그렇죠. 그런데요?"
"그 팀 예선 참여곡이 밴드 샤크의 'TO YOU'표절이라 그 동아리가 이번 경연 참여를 포기한단 얘긴
아직 못 들으셨죠?"
-"뭐라고요? 지금 다음 대진 일정까지 다 잡힌 상황에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래서 말인데요. 그 동아리 대신 원곡자인 밴드 샤크가 참여하는 건 어떠신지요."
-"그건 또 무슨 개똥 같은 소린가요?"
"제 말씀 한 번 들어보세요. 요즘은 예능도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거 아시죠.
그러지 마시고 담당 프로그램 작가님을 연결 좀 해주세요. 이건, 무조건 얘기가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검토하시고도 안된다고 하시면 저희가 포기하죠."
장미는 그렇게 연결된 레전드락 작가에게 밴드 샤크의 지난 이야기를 자료 사진과 영상을 첨부하여 브리핑했고 작가에게서 OK 사인이 떨어지자 감독은 자동적으로 밴드 샤크의 출연을 동의했다.
힘들게 그 모든 과정을 해내고도 장미는 정작 가장 큰 산을 넘을 일이 걱정이었다.
태석은 멀리 가지도 못하고 화를 식히려는 듯 수조 앞에 서서 수조 안에서 헤엄치는 전어를 보고 있었다.
한숨을 내 쉰 장미가 그에게 다가가며 냅다 소리 질렀다.
"이.. 멍청아."
자신을 향한 '멍청이'란 소리에 당황한 태석이 몸을 돌려 그녀를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양 주먹을 불끈 쥔 장미는 부들부들 떨다가 속에서 뜨겁게 올라오는 울화에 와락 울음이 터져버렸다.
주저앉아 엉엉 우는 그녀에게 놀란 태석이 자신이 화를 냈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그녀를 일으키려 했지만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내가.. 이거.. 따내려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지난번에 뮤지컬 배우 추천했을 때 너 나한테 뭐라 했어?
멤버들 못 버린다며.. 그런데.. 이걸.... 버려?
너 지금 몇 살이야? 멤버들은 어떻고...
마지막이야.. 어?? 마지막 기회라고... 이 멍청아."
울면서 쏟아내는 그녀의 말이 자신을 난타하는 주먹처럼 느껴졌다. 마구 두들기는 타격감 속에서 택배일을 하며 기타를 잡는 기태와 현준이 그리고 드럼을 두드려야 하는 손으로 드럼스틱 대신 식칼을 든 민수의 모습이 그의 눈앞을 스쳐 지났다. 순간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가슴속의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라 그는 자신도
모르는 새 눈물이 흘렀다.
주저앉은 채 울다가 자신의 말에 아무 대답이 없는 태석이 이상하게 느껴져서 고개를 든 장미의 눈에 울고
있는 태석이 보였다.
그녀는 순간 일어서서 그를 냅다 끌어안았다. 우는 그의 모습을 견딜 수가 없었던 그녀는 자신보다 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