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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묭롶 Apr 28. 2024

99번의 환생.

24화. 결자해지(1).




"제가 축하의 건배사 할게요!"


잔을 들어 올린 수련이 모여 앉은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샤크의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그녀의 건배 제의에 자리에 함께 한 샤크의 멤버들과 동방삭은 다 함께 들어 올린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동방삭은 급히 들이켠 술에 사레가 들려 콜록거렸고 그런 그의 등을 수련이 살살 두들겼다.


"그러니까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살펴보는 수련의 눈동자를 바라본 그는 다시 비어있는 술잔에 술을 채웠다.


"아이고.. 오늘따라 왜 이러세요.  작품은 함께 못해도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있는데 친구로 지내면 되죠.

  뭘 또 그리 서운해서 이런데요."


샤크의 멤버들은 다시 서게 될 무대에 대한 설렘과 기대가 술을 불렀고 태석은 장미가 곁에 있는데도 왠지

자꾸 눈에 그녀만 보이는 것이 이상해서 계속 술을 마셨고 장미는 샤크의 부활이라는 큰 사명을 맡은 자신의 역할에 대한 긴장감 속에 다들 각각의 이유로 만취하게 된 밤이었다.  


-"형.  장미 누나 챙겨요.  내가 기태랑 현준이 챙길 테니.."


그나마 그들 중 가장 멀쩡하게 살아남은 민수가 테이블과 주방을 정리한 뒤 인사불성이 된 사람들을 챙겼다.  

태석이 장미를 조심스럽게 깨우는 모습을 본 민수의 눈에 동방삭과 수련이 보이지 않았다.


-"어?  언제 나간 거지?"





다들 술에 취해 장미는 잠이 들고 나머지 사람들도 눈이 풀려서 널브러지자 테이블에서 힘들게 일어난 민수가 자리를 치우기 시작할 때 동방삭은 포차의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그런 그의 뒤를 장미가 뒤따랐다.  

자신을 뒤따르는 인기척에 뒤돌아선 순간 그가 휘청였다.  그에게 급히 다가선 장미가 그런 그의 상체를 두 손으로 붙잡았다.  그녀에게 붙잡힌 채로 손을 가로저은 그는 취해서 달아오른 얼굴로 그녀를 마주 봤다.


-"오늘은 제가 장미 씨 데려다 드리고 싶어요."


자신의 몸조차 추스르지 못하는 그가 자신을 데려다주겠다는 말에 장미는 순간 피식 웃었다.


"아니.. 절 업어주기라도 할 기세네요."


-"업히세요.  제가 설마 장미 씨를 못 업겠어요."


쭈그려 앉아서 자신에게 등을 내민 동방삭을 난처한 표정으로 바라본 장미가 별 수 없다는 듯이 그의 등에

업혔다.  호기롭게 다리에 힘을 준 동방삭은 그녀를 등에 업은 채 앞으로 고꾸라졌다.  


"어머.  괜찮아요?  그러니까.. 제가. 그러지 마시라니까..."


길바닥에 그와 함께 널브러진 그녀가 벌떡 일어나서 무릎을 바닥에 세게 찧은 탓에 쉽게 일어서지 못하는

동방삭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많이 아픈 탓인지 쉽게 일어서지 못하는 그를 장미는 등에 둘러업었다.


"휴.. 차라리 이게 낫네요.  가요.  집에 데려다 줄게요."


동방삭의 집까지 함께 한 그녀는 그를 침대에 눕히고는 물수건을 만들어와서는 그의 손과 얼굴을 닦아 주었다.  주방에서 물 한 컵을 가져온 그녀가 그에게 물을 먹이고 이불을 덮어준 뒤 그의 이마에 손등을 가져다대서 열을 확인했다.  눈을 감고 있는 그를 바라본 그녀는 조용히 한숨을 쉰 뒤 방의 불을 끄고는 방문을 나섰다.

그녀가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모습을 동방삭은 창문을 통해서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내가 지은 이 모든 악업도 이제 끝이야."






수련으로부터 표절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동방삭은 표절을 제기했다는 작가를 수소문해서 찾아냈다.

표절성립이 되지 않기 때문에 출판사 차원에서 마무리지었으니 원작자 정보는 알려줄 수 없다고 수련에게 편집장은 얘기했지만 그는 사실관계를 확인해야만 했다.  원작자를 만난 동방삭은 그가 익명의 제보를 통해

자신도 알지 못했던 사실을 전달받았고 본인도 사실관계 확인차 출판사에 연락을 했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원작자의 우편함에 퀵을 발송했던 업체의 연락처를 통해 의뢰인의 핸드폰 번호를 입수할 수

있었고 인터넷 전화를 통해 그 번호로 전화를 건 그의 귀에 민혁의 음성이 들리는 순간 그는 심장이 쪼개지는 것만 같았다.   한참이 지난 뒤에야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그가 수화기에 대고 말했다.


-"전 동방삭입니다.  우리.. 만나야죠."


스마트폰 너머로 들려오는 동방삭의 음성을 들은 민혁은 순간 움찔했다.  꿈에서만 보았던 인물의 목소리를 듣게 되자 갑자기 생겨난 현실감이 오히려 그를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그도 알고 싶었다.  자신이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의 실체와 그를 향한 이유 없는 분노가 무엇인지를.....


"좋습니다.  그럼 사무실에서 뵙는 걸로 하죠."






그와 약속된 날짜에 그가 있는 편집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선 동방삭이 민혁을 보았을 때 그는 깨달았다.

진즉에 풀었어야 할 악연이었음을........


'왜... 그 오랜 시간 동안 그의 원망과 분노에 대해서는 생각지 못했을까?'


핏기라고는 없이 하얗기만 한 동방삭의 얼굴을 마주 본 민혁의 눈동자도 흔들리고 있었다.


-'왜.  나는 저렇게 약해 보이는 사람을 원망하고 미워했을까?'


평소 너무 이성적이어서 인간미가 떨어진다는 말을 듣고 살아온 자신이 이렇듯 이해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는 사실이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 민혁이었지만 지금도 그를 향한 감정에 변화가 없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겨우 마음을 가라앉힌 그가 동방삭에게 자리를 권했다.  


사무실에 비치된 커피포트로 녹차를 우린 민혁이 그의 앞에 찻잔을 놓아준 뒤 자리에 앉아 그를 마주 보았을 때 동방삭이 입을 열었다.


"저 아시죠?"


그를 꿰뚫을 듯이 마주 보는 동방삭의 시선에 그는 자신의 내면이 그에게 보이기라도 하듯 당황해서 절로

진심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그녀를 당신에게 빼앗기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매일 꿈에서 당신을 봤습니다.

  나도 이유는 모릅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것은 압니다."


그의 말에 한숨을 내 쉰 동방삭이 그에게 서류 봉투를 건넸다.  


"읽어보시죠.  그럼 이유를 알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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