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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묭롶 May 12. 2024

99번의 환생.

26화. 밴드 샤크.

-"팀장님.  이것 좀 봐보세요!"


점심 식사 후 커피를 마시며 스마트폰을 보던 화영이 팀장 자리에 앉아 있던 장미에게 급히 다가와 그녀의 눈앞에 자신의 스마트 폰을 디밀었다.


스마트폰에는

[ 여름밤 쏟아지는 유성우를 보는 듯한 찬란함에 대하여. ]라는 제목의 인터넷 기사가 실려 있었다.

제목을 확인하는 장미의 곁에서 잔뜩 흥분한 화영이 조급함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팀장님, 이 글 쓴 사람이 세상에 연예인들 기피대상 1호인 독설 김 선생이에요.

  멀쩡한 애들도 까대기 바쁜 양반이.. 세상에... 샤크의 음악이 찬란한 유성우 같다니요.

   와... 진짜. 이 사람 때문에 정신과 다닌 사람이 몇 명인데......"


흥분해서 계속 자신에게 말을 하고 있는 화영의 목소리가 장미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글을 읽다가 눈앞이 차오른 눈물로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그저 감격한 마음에 그 시간이 꿈만 같았다.

말을 해도 대답이 없는 장미의 눈앞에 얼굴을 들이민 화영의 말에 그녀의 상념이 깨졌다.


-"그런데 팀장님, 문제가 좀 있어요."


'문제'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장미가 눈물이 가득한 눈꺼풀을 서둘러 깜빡이고는 화영을 직시했다.


-"제가 팬클럽 회장을 물려받아서 관리중 잖아요.  그런데 요즘 팬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왜요?  무슨 일인데요?"


화영의 말에 다급해진 장미가 그녀의 대답을 재촉했다.


-"지금 밴드 샤크가 완전 핫하잖아요.  그런데  레전드락 편집이 완전 엄마 없는 하늘 아래 같은 버전으로

밀고 있어서 이렇게 잘하고 어려운 밴드에게 우승을 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며 팬덤이 다른 팬덤을

공격하고 있어요.

지금 삐끗 잘못하면 팬덤끼리 패싸움날 판이에요.

특히 레볼루션 애들이라 심각하게 얽혔더라고요.  편집이 하필 애들이 샤크한테 예의 없게 보

나와서 말이죠."


그녀의 말에 장미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음악이 하고 싶고 무대에 목말라 하는 샤크를 위해 마련한 고육지책이었지만 이런 역효과가 발생할 거라고는 상상도 해보지 못했었다.  

한숨을 내쉰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일단 제가 공식 입장문을 써줄 테니 팬카페에 공지를 해주시고요.  저는 프로그램 작가와 상의를

해봐야겠어요."






제대로 된 무대에 목말라했던 밴드 샤크에게 음향설비에만 이억을 투자했다는 레전드락의 무대는 축복과

같았다.  예선에서 그들의 무대를 본 프로그램 관계자들과 대회 참가자들은 일찍이 그들의 우승을 예상하게 되었다.  밴드 샤크는 음악성뿐만 아니라 정식 무대에 설 수 없었던 지난 오 년 간의 고군분투가 방송을 타면서 자연스럽게 대중의 화제성을 사로잡았다.  그들의 공연영상에 하드락 포차에서 일하는 그들의 모습과 새벽 택배 배송을 하는 현준과 기태의 모습이 편집되어 연일 SNS에 도배되었다.  


예선을 마치고 TOP 10을 결정하는 첫 공개방송 무대에 샤크가 올랐을 때 환호하는 관객석 앞 관계자 석에

앉은 장미는 무대에 선 밴드 샤크 멤버들을 감격에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순간 무대 위에 선 태석과 눈이 마주친 장미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무대 위에 선 태석의 눈이 열심히 관객석을 살피고 있었다.  누군가를 찾는 듯한 그의 시선이 관계자석에 앉은

장미와 마주쳤을 때 그는 살짝 웃었다.  어린이집 공연 날 엄마를 찾는 아이가 관람석에 앉은 엄마를 보고

안도하는 것처럼 그는 그녀를 찾은 뒤에야 뒤에 있는 멤버들에게 고개를 돌려 눈으로 시작 신호를 보냈다.  


드럼을 시작으로 낮은음에서 시작된 태석의 보컬은 공연장을 묵직하게 채웠다가 압박감을 단숨에 부수고

나가듯 빛줄기처럼 사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흡사 밴드의 반주를 타고 서핑보트를 타듯 힘차게 나아가고

파도를 산산조각 내어 부수듯 내지르는 그의 음색에 관객석은 강펀치에 얻어맞은 사람처럼 환호도 하지 못했고 자신이 숨을 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깨달은 관객 몇몇은 급히 숨을 몰아 쉬고 내쉬었다.

일렉의 기타 사운드가 잦아들고 영원 같았던 그 순간의 무대가 끝났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관객들은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서서 손바닥이 부서져라 박수를 쳐댔다.


한참 동안의 끝날 것 같지 않았던 박수 세례가 잦아든 뒤에서야 가까스로 평정심을 되찾은 진행자가 마이크를 들고 프로그램 멘트를 진행했다.



-"정말 놀라운 무대였습니다.  그동안의 공백이 안타까울 정도였는데요.  

  밴드 샤크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관객석의 뜨거운 반응에 울컥해서 목이 메인 밴드 샤크의 멤버들은 서로에게 뜨거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곡이 끝나기 무섭게 태석의 시선은 장미를 향해 있었지만......

진행자의 멘트에 마이크를 들어 올린 태석의 눈이 다시 정면에 있는 장미를 보고 있었다.


"먼저 밴드 샤크에게 기회를 주신 레전드락 관계자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정말 그동안 이 무대가 너무나 간절했습니다.

 이 무대를 설 수 있게 기회를 주신 저희 매니저님께도 너무 감사하고요.

 앞으로 더 좋은 음악 많이 들려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밴드 샤크의 멤버들이 관객석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무대를 빠져나가자 장미는 관계자석에서 일어나 급히 대기실로 향했다.   장미가 밴드 샤크의 이름이 붙어 있는 대기실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민수를

끌어안고 등을 두들기고 있던 태석이 그녀를 발견하고는 안고 있던 민수를 던지듯이 옆으로 제쳐두고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를 와락 안았다.  


"꿈만 같아."


덩치가 출입문처럼 큰 태석에게 파묻히듯 끌어안긴 그녀의 귀에 대고 태석이 말했다.


-"나도 아주 꿈만 같.  형이 날 이렇게 패대기를 칠 줄 누가 알았겠어.

  이제 눈치도 안 보고 막 끌어안네.  끌어안어."


민수의 투덜거림에 장미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벌게졌다.  뒤에 있던 현준과 기태는 포기했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알았으니. 이제 좀 자중이란 것을 해보면 어떨까?"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꼼지락 대는 그녀를 그제야 풀어준 태석이 그녀를 보고는 빙구 같은 웃음을 흘렸다.

그의 웃음에 민수는 소름이 돋는다는 듯이 온몸을 두 손으로 문질렀고 현준과 기태는 하릴없이 신발코로

바닥만 차 댔다.  






드디어 레전드락 TOP3 무대에 오르게 된 밴드 샤크는 그동안 해왔던 하드락포차와 택배일을 그만두고 경연 준비에 한참이었다.  이미 밴드 샤크 공연 뒷바라지를 위해 삼 개월 휴직을 낸 장미는 의자에 앉아 그들의

합주를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우승자를 가리는 무대의 경연곡이어서 더욱 신경을 써서 편곡 방향을

논의하던 장미가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의 진동이 울렸다.

레전드락 프로그램 PD로 찍힌 송신자를 확인한 장미가 다급하게 연습실 문을 나서며 전화를 받았다.


"예.  PD님.  말씀하세요."


스마트폰 너머로 PD가 하는 말을 듣던 장미의 표정이 굳어졌다.  


"예.  알겠습니다.  경연 차질 없도록 잘 준비하겠습니다."


전화를 받기 위해 나갔다 들어온 장미의 어두운 표정을 발견한 태석이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의 두 팔을

잡았다.

 

-"왜?  뭐라는데 표정이 그래?"


그의 말에 희미하게 웃은 장미가 멤버들 전체를 불렀다.


"잠깐 상의할 게 있어요."


궁금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의 입만 바라보는 멤버들을 한 명씩 살펴본 그녀가 입을 열었다.


"밴드 레볼루션 드러머가 손목이 골절 돼서 대회 참여가 어려울 것 같다고 TOP 3가 아니라

 최종 무대는 솔루션과 샤크가 붙는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녀의 말에 다들 경악한 표정이었다.  민수가 다급하게 그녀에게 물었다.


-"어쩌다 그랬데요?  아.. 하필.. 지금..."


"연습실 정리하던 중에 보컬이 코드에 발이 걸렸는데 스탠드가 넘어지면서 순간 손으로 막은 드러머의

 손목이 골절됐다네요."


-"젠장.."


본인이 다친 것처럼 손목을 감싸 쥔 민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음악 진짜 열심히 하던데... 안타깝네."


혼잣말을 한 태석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장미는 분위기가 가라앉은 멤버들을 다독였다.


"어찌 됐든 그것도 운이죠.  우린 마지막 무대를 후회 없이 준비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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