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과 놀다

by 박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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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마스코트’를 “어떤 단체나 특정한 행사를 대표하거나 상징하는 동식물이나 물건”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공주를 상징하는 것은 곰이다.


공주 공산성 입구 옆 공사장에서 공주 마스코트를 만났다. ‘고마곰’과 ‘공주’다. 공주의 옛 이름인 웅진(熊津)의 ‘웅(熊)’자는 ‘곰 웅’자다. 웅진의 우리말이 ‘고마나루’인데 ‘고마’는 곰을 말한다. 고마나루는 공산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밤색의 ‘고마곰’ 외형은 공주 알밤을 형상화한 것인데 흥미로운 발상이다. 현 지명 ‘공주(公州)’를 활용해 ‘공주(公主)’로 이름 붙여 또 하나의 마스코트로 활용한 것도 그렇다. 고마곰은 공주의 왕자일까, 보디가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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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와 부여는 백제의 도시다. 그런데 백제를 상징하는 색이 황색이다. 나라 색이다. 백제인들은 황색을 우주의 중심이 되는 색으로 여겨 중히 여겼다고 한다. 예전 공산성 곳곳에는 외부의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사신도가 그려진 깃발이 꽂혀 있었다. 이 깃발의 바탕색이 황색이다. 백제의 상징색인 황색을 머리에 떠오르고 공산성 유람을 재구성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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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성에 들어가 성벽 윗부분에 조성해 놓은 콘크리트 산책로를 공주시를 내려다보며 걸었다. 푸르른 숲과 황색 누각인 ‘금서루’, ‘진남루’를 지났다. 지대가 높아지는 곳에는 황색 나무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왕궁이 있었을 거라 추정되는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발굴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발굴하면서 퍼낸 황색 흙들이 봉분처럼 다져져 근처에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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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의 고향이 공주란다. 조선 임금 인조가 먹고 감탄했다는 인절미의 떡고물 색도 누런색이다. 한편 공산성 안에는 얼음 창고의 흔적이 남아 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한겨울 금강물이 꽁꽁 얼면 그걸 깨다가 왕겨에 싸서 이곳 얼음 창고에 보관했다가 여름에 꺼내 썼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때에는 누에알을 낮은 온도로 보관하는 곳으로 활용했다. 그 얼음 창고의 입구에 설치된 철근 구조물에 황색 녹이 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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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황색이라고 하면 더 적합할 또 하나의 황색 누각인 ‘공북루’는 금강의 풍취를 가장 잘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저만치 1933년에 지어졌고 등록문화재이기도 한 금강철교가 보였다. ‘금강’은 비단을 깔아놓은 듯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비단강’이라고도 불렸다. 비단잉어 하면 황색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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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다가 머리를 맑게 하기 위해 산책을 나갔다. 원래 염두에 두었던 제목 대신 ‘상징’이 생각난 것은 이때였다. 그리고 요즘 자주 가는 카페에 들어가 단골 메뉴인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그리고 문득 생각나는 것들을 냅킨에다 메모했다. 요즘 자주 하는 짓이다. 그러고 보니 에스프레소의 거품과 냅킨 색도 황색, 누런색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나는 백제와 공산성의 상징색 황색을 가지고 유희를 즐긴 것이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팽이 닮은 연두색 감의 아래 부분이 누렇게 변하고 있다. 녹색 산수유도 붉은색 완성물이 되기 전에 알 전체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어제가 추분이었다. 이제부터 낮보다 밤이 길어지는 완연한 가을이 시작된다. 단풍으로 누런색, 황색, 갈색이 세상을 수놓는 시절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유리알 유희’ 대신 ‘황색 유희’를 즐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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