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시 걷고 뛰어볼래?

햇님 둥이 적응기

by 찐빵

깔끔해진 모습을 기대하고 들어갔는데 어딘가 모르게 비대해진 아이가 있었다. 배도 나오고 전보다 갑자기 늙어 보였다.

"너... 우리 햇님이 맞지?" ^^;;


날이 더워져서 전체 미용을 하기로 한 날이다. 얼굴에 있는 털이 자꾸 눈을 찔러 진물이 나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웬만하면 얼굴 털은 남기려고 했는데 어쩔 수없이 시원하게 밀기로 했다. 요즘 안을 때마다 묵직함이 느껴졌다.

"햇님이 털 쪘네."

묵은 털을 깎아내면 날씬하게 돌아올 거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살이었다니! 온 가족은 충격에 빠졌다. 귀엽던 몰티즈 햇님이는 어디 가고 살이 늘어진 배 나온 아저씨 느낌이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우리 가족은 급히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왜 살이 쪘을까.

1. 산책을 게을리했다. 이 분석이 나오자 산책 담당 2, 3번이 서로 왜 안 시켰냐며 비난하더니 햇님이에게 미안하다를 연발했다. -> 더운 날씨라 발에 화상 위험이 있어 저녁 산책을 시키기로 했다.

2. 밥을 많이 먹었다. 아! 새로운 식구 그녀가 오고 밥을 두 배로 주긴 했다. 자기 양만큼만 먹고 남길 줄 알았는데 입 짧은 그녀 밥까지 다 먹었던 거였다. -> 이제 밥을 따로 주기로 했다.

3. 상대적으로 쪄보일 수도 있다. 둥이는 2kg, 햇님이는 5kg이었다. 작고 귀엽게만 보이던 햇님이가 거대해 보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보이는 것만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의사 선생님께서 자료를 보여주시며 4kg 중, 후반대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하셨다. -> 그녀가 온 이후로 급속히 살이 찐 것을 보니 2번의 분석이 맞아 보였다. 관절 보호를 위해서 체중 관리가 필요했다.


그녀는 둥이. 암컷 몰티즈이다. 동생네가 이사 가면서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다. 걷는 모습도 총총총 여성여성하다. 내가 소파에 앉기만을 기다렸다가 내 무릎에 앉는 햇님이와는 다르게 방석에 도도하게 앉아있다. 밥도 조심스럽게 조금만 먹는다. 다리가 짧은데 유연성이 좋아서 1자로 뻗어 자기도 한다. 자유 포즈로 자는 모습이 귀엽다. 폭신한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방석공주이다. 방석에서 자기도 하고 정자세로 앉아서 우리를 뚫어지게 보기도 한다. 아무래도 동생이 이럴 때 간식을 줬던 것 같다. 햇님이가 간식 알레르기가 있어서 그녀 또한 간식과 멀어지게 된 것을 모른다. 여전히 예쁜 자세로 나를 볼 때 미안하다. 몸집은 작아도 한 성격 한다. 둥이가 소파에 앉아있을 때 순둥이 햇님이는 올라오지도 못한다. 둥이의 "크으 크으~" 소리에 햇님이는 움찔움찔 놀란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더니 몸이 뚱실 해진 햇님이는 어딘가 모르게 주눅 들어 있었다. 그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둥이를 데려오기 전에 어렴풋이 둘째 아이를 출산하기 전이 떠올랐다. '하나보다는 둘이 서로에게 좋을 것 같아서 낳기로 했는데 서로 힘들어하면 어쩌나. 이렇게 예쁜 첫째보다 더 예쁜 아이가 있을 수 있을까. 첫째가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서로 아름답게 커가기를 간절히 원했었다. 둥이를 데려올지 말지 가족회의를 하는데 유일하게 첫째가 반대했다. 가장 좋아할 줄 알았던 터라 물었는데 딱히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다수결의 원칙으로 데려오기로 결정했지만 첫째가 내내 마음에 걸렸다.

'공부하는데 방해될까 봐 그러나?' 하고는 넘어갔다. 어느 날 첫째가 햇님이를 안고 하는 말이 멀리서 들려왔다.

"햇님아, 너 이제 둥이 오지? 그럼 니 사랑 다 가져간다."


처음으로 햇님, 둥이 둘을 데리고 아침 산책을 나왔다. 가고 싶은 곳도 다르고 관심 있는 곳도 다르지만 어느새 다시 발맞춰서 걷고 뛰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너희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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