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

그 하나

by 찐빵

“나는! 나는 왜 없어! 나도 좋아하는 거 사줘! 내 꺼!!”


어린 시절 엄마와 손을 잡고 시장에 가는 걸 좋아했다. 그곳은 야리꼬리한 냄새가 버무려져 있고 웅웅 생기있는 소리로 가득한 곳이었다. 살포시 깨금발 짚고 걸으며 뽀글대는 물고기, 빠꼼이 내민 조개 보는 것도 신기했다. 쟁쟁쟁~ 거대한 기계가 덩어리 고기를 얄포시 차렷 시켜놓는 정육점도 재미있었다. 엄마 친구가 하는 옷가게에 가면 따뜻한 자리를 내주었다. 거기 앉아서 이러쿵 저러쿵 수다 떨다 아줌마는 슬쩍 고리 달린 장대로 엄마에게 새 옷을 권했다. 엄마가 엄마를 위한 무언가를 사는 그 모습은 낯설면서 꽤 멋져 보였다. 엄마가 산 것들을 검은 봉다리에 담아주시면 나누어 들며 꽤 효녀인 듯 의기양양 걸어다녔다. 시장에 가면 크게 인사만 잘해도 건어물 한 주먹 정도는 얻어먹을 수 있었다. 그 건어물이 나에게 주는 포상품인 것 마냥 오물대며 엄마를 따라다녔다.


기분 좋아 따라갔는데 엄마는 꼭 이런 말을 덧붙였다.

“오빠 좋아하는 새우튀김 좀 해야겠다. 새우 사러 가자.”

“언니는 입이 짧어. 소세지 하나 있어야 돼.”

“아빠 박대 좋아해. 박대 좀 사러 가자.”

이런 말도 하루, 이틀이지. 건어물 한 주먹에 신났던 마음도 어느새 슬슬 부아가 났다.

오빠, 언니, 남동생, 아빠 이름 뒤에 따라오는 재료는 있어도 내 이름 뒤에 따라오는 재료는 없었다. ‘어떤 음식’하면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그들은 꽤 멋있는 능력자 같았다. 반면 음식 하나에도 연결이 안 된 나는 의미 없는 존재 같았다.

그러다 어느 날, 응어리진 마음이 터져버렸다.

“왜 내 꺼는 안 사는데? 나도 내 꺼 사줘! 사주라고!”

그때 엄마의 황당해하던 표정이 지금도 생각난다. 할 말을 찾다가 엄마가 꺼내놓은 한 마디,

“뭔 데, 니가 좋아하는 게 뭔 데?”


아...내가 좋아하는 거?

그게 뭘까?

갑자기 심각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야 사달라고 떼라도 써볼 수 있다. 다 좋아한다고 하면 안 사줄 게 뻔하고 콕 집어 말해야 한다. 그 하나가 필요했는데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엄마와 이야기하다 알았다. 아무거나 잘 먹고 잘 커서 그랬다고.

그땐 그걸 모르고

“나도 좋아하는 거 만들 거야. 나도 좋아하는 거 만들어서 사달라고 할 거야.”

만 다짐하고 다녔다.


다 좋은 걸 어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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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