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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엘 Oct 24. 2021

 13 왜 강아지를 키워요?

                    어떻게 안 키울 수가 있지?     


"왜 강아지를 키워요"?

밤이를 입양하고 나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왜 강아지를 키우냐는 질문을 받곤 했었다.


 자랄 적에 내 곁에는 늘 강아지가 있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나는 고양이며 강아지를 참 좋아했었다.

하지만   

결혼 후에 아이가 생기고는 단 한 번도 강아지를 키우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심  강아지를 아이랑 같이 키우는 게 불결하다는 생각과 마당 없이 강아지를 키운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사실 강아지 없이 살아온 세월의 공백이 그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을 다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오히려 다른 집에 키우는 반려견을 보면 귀엽다는 생각보다는 무섭고 부담스럽기까지 했었다.

당연히 아이들이 다 자랐지만 강아지를 입양한다는 것은 생각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강아지에 대해서 다시 마음을 열게 된 것은 

밤이를 입양하기 일 년 전에 미국에 사는 언니네를 방문했을 때였다. 

 처음으로 방문한  미국 언니네에서 나는 젝스를  만났다.

젝스를 처음 본 순간을 아직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카메라를 보고 있는 젝스


젝스는 유기견이라고 했다.

우리 조카가 유기견 보호소 한구석에서 머리를 숙이고 있는 젝스를 발견하고는 입양을 했었단다.

조카는 취직 때문에 집을 떠나야 했고 결국 언니와 형부의 차지가 되어버린 아이였다. 

언니와 형부는 젝스를 늦둥이 마냥 예뻐했었다.

미국에 가기 전에 이미 사진으로 젝스를 봐서 알고 있었지만 


 막상 미국 언니네에 도착했을 때, 

젝스가 집에서 나오면서 나를 향해서 꼬리를 흔들면서 다가오는데  그 순간이 너무나 경이로웠다.


사람이 아닌  생명체가 나에게 반가움을 표현하면서 교감을 하는 것이 이토록 놀랍고

 감동스러운 일인지 상상하지 못했다.


 미국 언니네에서 머무는 동안  젝스는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우리가 외출하고 돌아오면 엉덩이를 흔들어 대면서 반갑게 환영을 해주는 모습이나 

식탁에 앉아서 우리가 뭘 먹을 때는 한 발쯤 떨어져서 점잖게 기다리고 있거나

우리가 소파에 앉아서 TV를 볼 때면 우리 옆에서 몸을 웅크리고 자고 있는 모습들이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고 

내 생애 처음으로 간 미국이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릴 적 자라 던 고향 같은 느낌마저 들게 만들었다. 


미국 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젝스가 계속 생각이 났다. 

언니도 조카도 거기에 사는 친척도  만났던 어떤 사람이나 그 뉴욕의 화려한 세계적인 문화유산도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고 오직 젝스만 생각이 났다.

젝스가 사람이었으면 분명 사랑에 빠진 상태였다.

젝스가 줬던 그 따뜻한 감성이 너무나 그리웠다.

       

6개월 뒤에 내가 강아지를 입양하겠다는 딸의 말에 쉽게 동의를 

할 수 있었던 진짜 계기는 어쩌면 이런 젝스가 주는 따뜻한 감성이 그리워진 내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게 입양해 우리 집으로 온 밤이는 역시나 나에게 

 젝스가 주었던 따뜻한 감성을 느끼게 해 주었고 거기에 귀여움은 덤이었다.

이런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힐링이 되었다.




나에게는 힐링이란 내 마음이 치유되는 힘이 있어야 하고
또 쉼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을 한다.     



나에게 밤이는 내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었고 아이를 보고 있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 없이 쉼이 되었다.


내가 모든 것을 다 주는 것 같은데 사실 이 아이는 나에게 더 큰 것을 주었다.

나는 밤이에게 돈으로 사는 것들을 주고 실제적인 필요를 채워주었는데,

밤이는 인위적으로 내가 만들 수도 없고 돈으로 살 수도 없는 사랑과 기쁨을  내 속에서 샘솟게 해 주었다.     


그래서 왜 키우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답을 한다.
"어떻게 안 키울 수가 있지?"     
 

 그런 의미에서 밤이는 나라는 사람을 만나서 참 좋겠다. 저만 보면 힐링이 되는 사람이라서 말이다.

너도 내가 너에게 힐링이면 좋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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