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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다 Mar 16. 2020

나의 이름은

여전히 낯선 내 이름

나는 아직도 나의 이름, ‘다혜’라고 불리는 것이 낯설게 느껴진다. 내가 적는 나의 이름이 낯설 때가 많고, 스스로 나를 소개할 때에는 더 그렇다.



어린 시절부터 가운데 ‘다’가 붙는다는 이유로 나는 ‘다봉’이라 불렸고, 그 별명은 ‘달봉’이가 되었다가 그 후에는 ‘봉달’이로, 결국엔 ‘봉다리’가 되었다. 봉다리로 불리는 것은 초등학교 시절로 끝이 났지만 가까운 사람들에게, 가족에게도 여전히 다봉이라 불린다. 그 당시에는 이름 가운데 ‘다’가 들어가는 친구들은 모두가 다봉이가 되었다. 우리 학교에만 해도 많은 다봉이들이 있었다.


세례명으로 언니와 나의 이름을 지으려고 했다는 부모님은 언니의 세례명을 ‘마리아’로 선택하면서 이름으로 쓰는 것을 포기했다고 하셨다. ‘한마리아’가 됐다면 더 놀림을 당했을 테니까,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피식 웃어버렸으니까. 그래도 언니가 아니었다면 나는 다봉이는 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고 종종 생각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한다’라고 불리는 친구들이 생겼다. ‘다봉’보다는 온전한 내 이름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한다, 한다’라는 호칭은 날 무언가 하도록 만드는 소리였고, 또한 거절하지 못하게 만드는 소리였다. 주위에선 "한다면 한다! 한다혜!"로 때로는 나를 응원하기도 했지만 부추기기도 했다. 나는 ‘한다’였으니까. 내가 '다혜'로 불렸다면 나는 좀 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내 이름을 소개할 때면 왠지 코끝이 간질거린다. 나는 온전히 다혜였던 적이 드물고, 예쁜 이름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그저 인사치레라 여기며 흔한 이름인걸, 하고 생각했다. 살면서 참 많은 다른 다혜들을 만났다. 그들은 자신의 이름이 온전히 그들이었던 적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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