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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火魔)야, 멈추어다오

by 밤과 꿈 Mar 28. 2025

 영남지방이 유래가 없었던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니, 그냥 아팠다 지나갈 몸살이라는 표현이 미안할 정도로 산림 자원뿐만 아니라 인적인 피해가 극심한 지경인 데다가 산불이 진정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살다 이런 산불은 아마 처음이지 싶다. 이와 같은 대규모의 산불은 미국이나 호주와 같이 국토가 넓은 나라의 일이라 생각했다.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큰 나라에서 홍수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뉴스로 접하면서 땅덩이가 크면 재난도 스케일이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럴 때는 나라가 작아 다행이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생소했던 대형 재난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이번 산불에 대하여 사회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기후 위기가 그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설득력이 충분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부분의 재해가 그렇듯 이번 산불의 발단은  인재, 즉 사람의 방심이 낳은 실화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예나 다름없는 단순한 시작이 이처럼 큰 불로 진화한 것에는 인재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온대지방의 강수주기가 기후 변화로 뒤틀어져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거나 집중호우로 물난리를 초래하는 극단적인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겨울을 보내면서 가뜩이나 건조한 대지에 강수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 더하여 강한 바람까지 불어 이런 사단을 일으키게 되었다.


 지금의 산불이 기후의 변화가 작동한 것이라면 이런 규모의 산불이 이번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대비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개개인의 경각심을 고취하는 것은 물론이고 산림당국 또한 산림의 관리와 보존에 보다 체계적이고도 세심한 고려가 필요할 것이다.

 그나저나 지금의 불에 너무 생명을 잃었다. 물적 피해까지 더하면 그 피해가 실로 엄청나다. 불에 훼손된 생태계의 복원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불로 인한 피해가 이처럼 크기 때문에 예부터 불을 일컬어 화마(火魔)라고 불렀을 것이다. 산불처럼 큰 불이 아니라고 해도 화재는 많은 것을 빼앗아간다. 평생 일군 재산과 심지어는 소중한 생명까지 잃어버리는 예가 허다하다. 이번 산불처럼 인력으로 미처 다스릴 수 없는 재난 앞에서 무기력한 생각이겠지만 미친 듯 날뛰는 화마가 길을 돌이켜 패악질을 그만 멈추기를 간절하게 바랄 뿐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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