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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 13구간 : 시금치밭, 둠벙 그리고 당동해안길

경남 고성군/배둔시외버스터미널~통영황리사거리/20.9km/7:30/보통

by 꿈싹지기


- 시점 : 경상남도 고성군 회화면 배둔리 1288-28 (배둔시외버스터미널 옆 버스정류장)

- 종점 : 경상남도 통영시 광도면 황리 1086-1 (임외마을 버스정류장 옆)


두루누비 사이트에서 가져온 코스의 기본 정보입니다. 저의 남파랑길 걷기는 구간별로 경로 중심으로 정리를 하면서 주요 포인트에 대한 간단한 느낌을 적습니다. 지나온 경로를 기억하기 위한 용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모텔 찾아, 식당 찾아 살짝 헤맸던 저녁시간과 아침시간


모텔방이 썰렁하다. 마치 한옥에서 자는 것처럼 전기장판이 있는 침대 위 이불 안은 따뜻한데 공기는 차갑다. 이런 경우에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화장실도 썰렁하다는 것이고 그러면 샤워를 편안하게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동네에도 숙박 시설이 많지는 않다. 어제 걷기를 마치고 시점으로 돌아가는 택시에서 기사님께 물어보니 추천해 주는 모텔이 하나 있다. 어둑한 시간에 차를 찾아와서 저녁식사도 할 겸 배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더 나아 보이는 숙소는 없었다. 저녁식사를 하기에는 괜찮아 보이는 기사식당을 하나 찾아서 맛있게 식사를 했다. 그러고는 다른 대안이 없는지라 택시기사님이 추천해 준 모텔로 갔다. 시골 모텔치고는 나름 중간 등급 정도는 될법한 수준이다. 딱 한 가지 아쉬운 것이 방 안의 공기가 썰렁하다는 것이었다. 저녁식사를 했던 기사식당과 오늘 숙박을 할 모텔은 그나마 이 주변에서는 가장 최상의 선택이긴 했다. 그걸로 위안을 삼는다.


어제저녁식사를 했던 식당은 음식이 제법 가성비가 높은 편이어서 밥을 두 공기나 먹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배가 출출하다. 어제의 그 기사식당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아침시간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니 어쩔 수 없이 다른 식당을 찾아야 될 상황이다. 모텔을 나서니 날이 춥지는 않은데 공기는 썰렁하게 느껴졌다. 아침식사를 하지 않고 바로 걸으면 허전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른 시간에 문을 열어놓은 식당을 찾아서 이리저리 다녀본다. 기사식당이라는 이름이 붙은 식당과 심지어는 대부분 24시 영업을 하기 마련인 감자탕집조차도 불이 꺼져 있다. 배둔시장 앞까지 가니 그제야 아침식사를 하는 식당이 하나 보인다. 손님은 나 밖에 없다. 따끈한 돼지국밥으로 밤새 허기진 배를 채운다. (8:00)


오늘 낮시간 동안 주차를 해둘 공간은 배둔시외버스터미널 옆의 공터이다. 이 동네의 주차 여건도 어제 택시기사님께 확인을 해둔 것이다. 터미널 옆의 공터가 여유로워서 하루 종일 주차를 해두어도 안심이라고 일러 주셨다. 주차를 하고 시점으로 걸어가면서 시외버스터미널 앞을 지나치다 보니 그 옆에 기념비 같은 것이 있어서 잠시 들여다보았다. 고성군 회화면의 삼일운동 기록을 담아 지역민의 성금으로 건립한 기념비이다.



13-1 배둔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마동호까지 3.3km


배둔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을 했다. 눈에 심하게 거슬릴 정도로 너무 빛이 바랜 안내판, 어떻게 안될까? 관심만 가지면 적은 비용으로도 충분히 보수가 가능할 텐데 말이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am 8:50)


이 구간의 시작은 농지의 중간을 가로지르는 농로로 시작이 되어 작은 하천인 구만천변을 따라 마동호를 향해 가는 길이다. 천변을 따라 걷다 보면 저 멀리 다리 위에 거북선이 한 척 얹힌 다리가 보인다. '거북선 마중길'이라 이름 지어진 제1해상보도교이다. 고성군민들에게 이름을 공모해서 '거북선마중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전 구간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해상을 가로지르는 다리 하나를 건넜었는데 그 다리는 제2해상보도교이고 역시 같은 공모를 통해 '당항만 어울 다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1.6km, 0:22)


거북선 마중길을 통해 물길을 건너서 계속 천변을 따라서 마동호를 향해 간다. 오른쪽은 차도가 나란히 따라가고 있어서 심심할 수도 있는 길이지만 왼쪽으로 보이는 내해는 잔잔하고 평화로워서 보기가 참 좋다. (2.9km, 0:42)


마동호를 가로지르는 마동교 입구에 도착했다. 마동호는 습지보호구역이다. 호수라고 하지만 내해의 가장 안쪽 부분에 교량으로 막혀 있어 호수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마동호에는 멸종 위기의 야생 동식물과 철새, 천연기념물, 희귀 식물 등이 있어서 생물 다양성을 인정받는 곳이라고 한다. (3.3km, 0:47)


[구간 요약]
배둔시외버스터미널에서 농로를 따라가다가 천변으로 이어지는 길, 그리고 거북선 마중길로 반대편으로 넘어가서도 계속 천변 같은 내해의 가장자리를 따라 걷다 보면 마동호를 가로지르는 마동교 입구에 다다르는 3.3km의 평탄한 길이다.


13-2 마동호에서 거류초등학교까지 7.1km


마동교 끝단부터 오른편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도로 확장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도로변을 벗어나 남촌마을로 가는 농로에 접어들기까지는 공사 구간 때문에 걷기에 힘든 길이 잠시 이어진다. (4.0km, 0:56)


마동교를 넘어서 우측으로 도로 확장 공사를 하는 부분을 지나다 보니 탄식이 절로 나온다. 공사 구역의 안전 관리는 물론이고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인도도 확보를 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 중이다. 공사를 시행하는 관공서도 문제이고, 공사를 진행하는 업체도 문제이다. 이렇게 오만하게 공사를 진행하는 모습이라니... 사람 다닐 길도 안 챙겨놓고 자기들 돈 버는 일만 하는 꼬락서니 하고는...


공사 구간을 서둘러 벗어나서 마을길로 접어든다. 이 농로는 남촌마을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오는 중에도 화장실은 어디에도 없다. 남파랑길은 참 불친절한 길이다. 생리현상은 그냥 자연 속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4.8km, 1:07)


농로를 따라가면 내곡리 남촌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은 입구만 살짝 스쳐 지나간다. 농한기여서 마을이 조용하다. (5.6km, 1:18)


내곡리 남촌마을에 이어지는 마을은 외곡리 정북마을이다. 이 마을은 중심을 관통해서 지나간다. (7.1km, 1:50)


이 주변엔 시금치밭이 많다. 겨울에도 푸르른 이파리가 낮게 깔려 있는 밭들은 거의 다 시금치를 재배하는 밭이다. 그러고 보니 남해는 시금치가 자라기에 적절한 것 같다. 겨울 이맘때에 그나마 기온이 높은 편이니 겨울이 제철인 시금치가 잘 자랄만한 환경일 것이다. (7.5km, 1:57)


세 번째로 만난 마을은 봉암리 동림마을이다. 동림마을도 마을 입구에 있는 자그마한 마을회관과 한편에 세워진 안내판이 아니었으면 마을의 존재를 모르고 지날 뻔했다. (8.6km, 2:12)


동림마을에서 북서쪽으로 마을이 보이는데, 그 마을은 동림마을과 이름이 비슷한 '봉림마을'이다.


동림마을 지나 탁 트인 농로를 잠시 걸으면 거류 119 안전센터에 도착한다. 마침 센터 옥상에서 화재 진압 훈련을 한다. 그 모습을 구경하면서 센터를 지나치니 차도가 시작이 된다. 여기서 당동까지는 차도를 따라서 직선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9.3km, 2:23)


거류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이 마을의 이름은 당동리 봉곡마을이다. (10.4km, 2:43)


[구간 요약]
마동교를 건너서 잠시 도로를 걷다가 왼편으로 농로로 접어들어 남촌마을, 정북마을, 동림마을까지 3 개의 마을을 통과해 거류 119 안전센터까지 오면 다시 차도를 따라 잠시 걸어 봉곡마을에 있는 거류초등학교까지 이어지기까지는 평지길만 7.1km 이어진다.


13-3 거류초등학교에서 화당마을까지 4.7km


거류초등학교를 지나서 당동마을을 관통하는 차도를 따라서 잠시 걷는다. 그 길변에 효열각이 몇 개 보여서 잠시 보고 간다. 남해안에는 이런 효열각들이 자주 보인다. 형태도 대개 비슷하다. (10.5km, 2:46)


고성동부농협 앞에서 길은 바닷가로 좌회전하고 자그마한 당동항에 이르게 된다. (11.0km,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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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동항부터는 내해변을 따라 조성된 둘레길이다. 당동항의 오른편으로 해안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바닷가에 조성된 전망대 같은 쉼터가 있다. 내해를 조망하면서 쉴 수 있는 좋은 위치에 단정하게 꾸며진 공간이다. (11.6km,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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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조성된 거류체육공원을 지나면 길은 해안을 계속 따라가게 된다. (12.1km, 3:13)


이런 의자가 요즘 유행인 모양이다. (13.8km, 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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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항구가 있는 화당마을에 도착했다. (15.1km, 4:00)


[구간 요약]
거류초등학교에서 당동항까지 약 600m 정도는 마을을 통과하는 길이고, 당동항에서 화당마을의 작은 항구까지는 해안을 따라 수국이 심긴 길과 각종 조형물, 쉼터가 잘 조성된 둘레길을 따라서 약 4.1km 정도 이어지는 길이고 왼편으로는 잔잔한 내해가 이어지는 길이다.


13-4 화당마을에서 통영 황리사거리까지 7.8km


화당마을을 지나서 약 1.3km를 더 가면 해안길에서 살짝 멀어지면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16.4km,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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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800m를 가벼운 오르막길로 오르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캠핑장 입구가 보인다. (17.2km,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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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 입구를 지나 조금만 가면 오르막이 끝나는 정점이다. (17.5km, 4:30)


길은 하향하다가 다시 살짝 오르막이 시작되기도 하면서 약 2km 정도 이어진다. 멀리 HSG 성동조선소의 크레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18.6km, 4:43)


이제 두 번째 오르막도 끝나고 하향길이다. (19.3km, 4:53)


이제 임도는 끝이 나고 조선소의 담장을 따라 걷는 차도가 이어진다. (20.0km, 5:03)

다리가 높은 거대한 구조물이 무엇인가 싶었는데, 확인해 보니 해상풍력을 위한 하부 구조물이다. 수면 아래로 재킷이라는 이름의 4 다리의 구조물이 해저 지반에 심어지고 그 위에 풍력발전기가 설치되는 식이다.


조선소의 둘레를 따라 이어지는 길은 다시 야적장을 따라서 반원형으로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진다. 짧지 않은 구간의 끝자락이어서 차도를 따라가는 오르막길은 지루하기도 하고, 피로감이 느껴지는 길이다. 이런 대형 공장을 따라 돌아가는 길은 가장 좋지 않은 도보길 중의 하나이다. 조선소 둘레길의 정점에서 바라본 조선소의 모습 (20.7km, 5:13)


조선소의 입구인지 이곳에서는 노조의 농성 천막에서 노랫소리가 크게 울리고 있다. (21.4km, 5:22)


정문을 지나서 대로변을 따라서 1.5km 정도를 걸으면 드디어 종점에 이르게 된다. 이제 통영으로 접어들었는데 어디까지가 고성이고, 어디부터 통영인지 지도에서 확인해 보니 화당마을에서 올라온 오르막길은 고성이고, 내려오면서 아래로 보이는 조선소는 통영에 속한다. 그러니 이 길에서는 임도가 끝나고 조선소와 만나게 되는 길이 통영으로 접어드는 지점이 되는 셈이다. (22.9km, 5:48)




[구간 요약]
화당마을에서 해안길을 1.3km 정도 걷다가 임도로 접어들면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차례대로 두 번 정도 이어지는 3.6km의 산길 이후에 성동조선소에 이르면 황리사거리까지 2.9km는 차도를 따라 걷는 구간이다.



시점으로의 회귀를 위해서 버스를 기다리려다가 시간이 불명확해서 택시를 부르려니 그냥 버스를 타고 가란다.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는데, 거제에는 버스 시간 안내가 원활하지 않고, 버스 시간도 맞지 않는지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 결국 카카오 T를 불러 고성터미널까지 갔다. 그곳에서 배둔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버스를 이용했다.

오늘의 숙소는 내일 걸을 14구간 종점 근처인 통영 죽림에 있는 모텔이다. 차를 찾아서 그곳으로 이동하니 저녁시간이 다 되었다. 오늘도 점심식사는 뛰어넘고 저녁식사로 바로 넘어가게 된다. 덕분에 통영의 활어회센터에서 저렴한 가격의 방어회를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어제 임플란트 시술을 했던 탓에 술 한 방울 더하지 않고 방어회 도시락을 모두 먹게 되는 경험을 했다.


일정 요약

일시

2024년 12월 5일(목)

시점 출발 / 종점 도착 / 소요 시간

오전 8시 50분 / 오후 2시 38분 / 5시간 48분

주요 경로

배둔시외버스터미널 - 거북선마중길(1.6km) - 마동호(3.3km) - 남촌마을(5.6km) - 정북마을(7.1km) - 동림마을(8.0km) - 거류 119 안전센터(9.3km) - 거류초등학교(10.4km) - 당동항(11.0km) - 거류체육공원(12.1km) - 화당마을(15.2km) - 해해해 캠핑장(17.2km) - 임도의 끝/성동조선소(20.0km) - 성동조선 정문(21.3km) - 황리사거리 버스정류장(22.9km)

도보 거리

22.9km

난이도

'보통' 수준

주차

배둔시외버스터미널 옆 공터

숙소

더 뷰 모텔(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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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