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ck Mangione의 Feels So Good
요즘 심심풀이로 짧은 영상들을 가끔 본다. 이를테면 Shorts나 Reels 같은...
아직도 하루 종일 무언가를 하는 일상을 보내면서 몸이 피곤하거나 머리가 피곤할 때면 무심하게 보는 영상들은 주로 드라마의 장면들이다. 무심히 보다가 가끔 마음이 울컥해지는 모습들을 가끔 만난다.
마음을 울컥하게 하는 장면은 대부분 티끌 없이 사람들 간에 정을 나누는 모습이다. 현실에서는 참 잘 찾아오지 않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모습에 마음을 기대게 된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응답하라 1988'서 골목 안 이웃들이 친밀하게 지내던 옛날 골목길의 모습이라든가, '나의 아저씨'에서처럼 직장에서 고군분투하면서 끝내 주인공이 무언가를 이루는 그런 모습... 드라마를 특정하지는 않아도 일을 함께 하던 동료들이 끈끈한 연대를 보여주는 모습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대개 마음이 뭉클해진다.
때로는 어떤 고난을 겪으면서 함께 그 고난을 이겨나가는 모습을 드라마에서 그리는 장면도 접하지만, 그건 너무 뻔한 모습이어서 별다른 감흥은 느끼지 못한다. 그저 심심풀이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다. 드라마 속의 모습들 중에서 일어나기 힘든 너무 이상적인 모습들을 그리는 경우가 그런 경우이다. '미생'같은 드라마에서 일어나는 장면들 같은 경우이다. 예전에 회사에서 신입사원들이 그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마치 자기들을 그 드라마에서의 '장그래'에 투사시키는 듯한 모습을 보였을 때, 고백건대 나는 속으로 그들을 살짝 비웃기도 했었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공기업이었으니 신입사원들에게 그렇게 치열한 상황이 주어지지도 않지만, 공기업을 지망하고 그곳에서 적응을 해버린 그들에게 그런 모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는 말이다. 어쨌거나 내가 감흥을 느끼는 부분은 사람에 대한 애정이 오가는 부분들이다. 그게 일을 하는 장면이든, 골목 안에서 아웅다웅 삶을 영위해 나가는 장면이든 사람들 간에 정이 오가는 부분에서는 울컥해진다. 심지어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보여주는 5명의 엄친아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에도 그런 마음을 느끼기도 한다. 이 5명의 엄친아들이 서로 끈끈한 친구로 엮여 있는 모습은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한다. 적어도 한국사회에서 교육을 받아오고 직장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 은 '제로'라고 확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너무나 비현실적인 장면들에도 공감을 하게 되는 것은, 우리의 현실에서도 드라마의 장면처럼 그런 장면들이 펼쳐지기는 바라는 것이 작가의 생각일 수도 있겠다는 점에서이다. 이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면 그런 기대를 하는 것조차 나의 이상일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다.
예전에 언젠가는, 위에 언급한 '나의 아저씨'처럼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려지는 드라마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한숨을 깊이 쉰 적이 있다. 어떤 조직이든, 그 조직이 크든 작든 간에 그 조직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파벌과 알지 못하는 이유로 벌어지는 암투의 연속이다. 개인의 욕심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경쟁은 어느 조직에서든 마찬가지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현실에서도 그런 모습을 접하면 자연스럽게 한숨이 쉬어진다. 한숨을 쉬다가도 가끔은 너무 뻔한 스토리에 식상해서 화면을 훌쩍 넘겨버리고 다시 찾아보게 되는 장면은 역시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동네 이웃들과의 연대이다. 함께 웃고, 함께 울어주는 모습에서 가장 원초적인 감동을 느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감동적인 모습은 그런 순간에, 서로에게 함께 있어주는 모습이다.
회사 생활의 말기에 나는 최악으로 과중해진 내 일들의 무게 때문에 힘들어했었다. 한 부서의 부서장이었던 시절이었다. 부서장의 자존심, 혹은 한 인간으로서의 자존심 때문에 차마 힘들다는 이야기도 잘 못했다. 그런데, 가끔은 그런 모습이 직원들에게도 노출이 되었던 모양이다. 어느 날,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요즘, 부장님이 짜증이 느신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를 해주는 직원이 있었다. 그 시기에 다른 이에게 비친 내 모습이 그러했다는 것에 잠깐 부끄러움도 느꼈지만, 어느새 나는 '내가 그럴 만도 하지...'라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먼저 하고 있었다. 그만큼 힘이 들었던 시절이었다.
내게 주어진, 실제로는 내가 스스로 떠안은 그 일들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느끼게 된 것은 아무리 내가 용을 써도 그 일들을 다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완벽하지도 못하고 꼼꼼하지도 못했던 내게, 회사 동료들은 '너무 완벽하게 하려 들지 마라'든가, 아니면 '너무 꼼꼼하게 챙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던지곤 했다. 그런 말들을 들으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챙겨본다. 나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힘든 것이 아닌가, 우리 직원들은 상사를 잘 못 만나서 너무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나의 걱정은 결국 '우리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인데, 대충 해서는 안되지', '이 일이 잘 되어야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진다'라고 결론지어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여튼 그런 시기에 내가 힘드니 다른 사람들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반, 이 과중한 일에 함께 해주는 직원들이 고맙다는 생각이 반인 심정으로 함께 위안을 얻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회식이나 단합모임 같은 걸로 일의 중압감이 해결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때는 그랬었다. 그렇게라도 풀어보려고 했었다.
모두 다 한마음으로 공감을 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직원들에게 들려줄 음악을 몇 곡 준비했다. 어쩌면 참 순진하고 단순한,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었다. 그동안의 회사 생활동안 과중한 일들의 피로를 풀어온 내 방식은 음악을 듣는 것이었으니 혹시나,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들려준 음악들,
그중의 한 곡이 요즘 다시 머릿속을 헤집는다.
Chuck Mangione의 Frugel Horn 연주와 Don Potter의 목소리가 담긴 Feels So Good이다. 이 곡은 척 맨지오니의 후루겔혼 연주가 아름다운 곡이지만, 이런 순간에 떠오르게 하는 것은 느리게 부르는 달콤한 가사이다. 그중에서도 이 부분... 이 가사를 떠올리면서 묵묵히 나와 함께 일을 하던 직원 몇 명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 그때는 그랬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지금 내 곁에 없다.
Your Name Is Music To My Heart
I Always Really Loves You,
Feels So Good When I'm With you.
이 곡의 오리지널 버전은 1977년의 Feels So Good 앨범에 실린 연주 버전이다. 그 이듬해에 길이를 줄여서 연주만 3분대로 만든 싱글 버전이 있다. 척 맨지오니가 1982년에 아버지의 생일 기념으로 만든 '70 Miles Young'에는 보컬이 실린 짧은 버전이 있다. 연주 버전을 들으면 이런 곡은 30분 정도는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곡이지만, 짧게 지나가는 가사 부분이 삽입된 버전도 참 좋다.
Original Version from the Album 'Feels So Good' (1977)
Vocal Version from the Album '70 Miles Young' (1982)
Vocal Extended Version
Live In Cannes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