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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h Jul 10. 2019

신소재씨의 하루

세계사를 바꾼 12가지 신소재_사토 겐타로, 송은애 옮김, 북라이프

‘고무’로 만든 라텍스 침대에서 깨어난 신소재씨는 ‘비단’ 이불을 3초 이내로 개켜 침대를 정리하고, ‘탄산칼슘’이 섞여 있는 시멘트 바닥을 걸어 주방으로 간다. ‘탄산칼슘(이스트)’이 섞인 빵을 알루미늄(AL)으로 만든 토스터기에 구워 ‘도기’ 접시에 담은 다음, ‘철(FE)’과 ‘알루미늄(AL)’ ‘플라스틱’까지 섞여 있는 커피 머신에서 향긋한 커피를 뽑아 역시 ‘도기’로 만든 커피잔에 커피를 담는다. 빵과 커피를 양손에 든 신소재씨는 식탁으로 향한다. TSX-B235에서 흘러나오는 라흐마니노프의 음악과 함께 ‘셀룰로스’가 함유된  책을 읽으며 여유로운 아침을 즐긴 신소재씨는 시계를 확인한 후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한다. 샤워를 마친 소재씨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콜라겐’ 성분이 함유된 마스크팩을 얼굴에 붙이는 일이다. 40을 넘으며 얼굴이 부쩍 건조해진 소재씨에게 이제 ‘콜라겐’ 마스크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품이 되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옷으로 한껏 멋을 낸 소재씨는 고어텍스 신발을 신고 도보로 직장인 학교로 출근한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떠들썩한 2학년 3반 교실. 수업 종이 울리며 ‘탄산칼슘’이 섞인 분필로 오늘의 수업을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를 마감할 때까지, 물론 앞선 글에서는 오전 일부만 다루었지만 현재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재료’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은이 사토 겐타로는 도쿄 이과대학 이학부 응용화학과를 졸업하고 도쿄 공업대학 대학원에서 유기합성화학을 공부했다. 그는 2013년 신초샤 출판사에서 <탄소 문명>을 출간했고, 다행히 <탄소 문명>이 좋은 반응을 얻어 강연에도 여러 차례 초청받았는데, 어느 고등학교에서 강연했을 때 한 학생이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유기, 무기에 상관없이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화합물 베스트 3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강연할 때는 이렇듯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종종 질문이 날아와 재미있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여 잠시 말문이 막혔지만, 저자는 역시 철이나, 종이, 플라스틱과 같은 재료가 아니겠냐고 대답했다고 전한다. 당시 사회자 역할을 한 선생님의 “그럼 속편으로 ‘재료 문명론’을 써달라고 합시다.”란 말과 함께 강연은 끝이 났는데, 강연이 끝난 후에도 ‘재료’에 관한 생각이 내내 저자의 머릿속에서 맴돌았고, 그 생각이 5년 후 지금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어진 이 책이라고 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다시 접해보는 ‘원소주기율표’. 대충 기억나는 것만 표시를 해보았는데 손에 꼽을 정도이다. 내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모든 제품은 ‘원재료’에 화학 물질을 섞어 만든 것으로 나는 그동안 이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품에 대한 ‘기원’에 대해서는 가끔 호기심을 갖기도 했는데, 제품을 구성하고 있는 ‘재료’에 대한 것이나, ‘재료’에 어떤 성분이 더해져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물건으로 변했는지 알고자 하는 것에 대한 노력을 기울인 적은 없었다.  ‘소재’와 ‘세계사’, '화학'의 결합. 이 생소한 조합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저자가 소개하는 신소재에는 인류사를 움직인 찬란한 빛 ‘’, 만 년을 견딘 재료 ‘도자기’, 동물이 만든 최고의 걸작 ‘콜라겐’, 문명을 이룩한 재료의 왕 ‘’, 문화를 전파한 대중매체의 왕 ‘종이(셀룰로스)’, 다채로운 얼굴을 가진 천생 배우 ‘탄산칼슘’, ‘제국을 자아낸 재료 ‘비단(피브로인)’, 세계를 축소한 물질 ‘고무(폴리아이소프렌)’, 혁신을 가속한 재료 ‘자석’, 가벼운 금속의 기적 ‘알루미늄’, 자유롭게 변화하는 만능 재료 ‘플라스틱’, 무기물 세계의 선두 주자 ‘실리콘’까지 12가지에 더하여 AI가 좌우하는 ‘재료과학’ 경쟁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얘기를 들려준다.


내가 생소한 것을 만날 때마다 궁금해하는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도대체 '왜' 이걸 만들었을까? 라는 질문을 해보는데 그런 나의 지적 호기심을 해결하는데 만족스러웠다. 흥미로운 소재들 중에서 나는 저자가 강연장에서 고등학생에게 답했던 ‘철’, ‘종이’, ‘플라스틱’에 ‘금’을 더한 내용을 이 글에 담아 본다.                                               



인류사를 움직인 찬란한 빛 ‘금’                                                

                                                                                                                                           

세계사를 바꾼 신소재의 첫 타자는 단연 금이다. 금만큼 많은 사람이 갈망하고 욕망했던 물질도 없다. 고도의 야금 기술을 발휘해야만 얻을 수 있는 철이나 구리와 달리, 금은 자연에서 순수한 금속 형태로 얻을 수 있다. 금은 변하지 않고 누구나 손에 넣고 싶어 하는 것이었으므로 폐기되지 않고 재사용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지금 우리 눈앞에 있는 금화는 한때 로마에서 거래에 사용되었을지도 모른다. (P.21)


주말에 다녀온 ‘그리스 보물전’에서 현재 그리스 박물관에 보존 중인 다량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단연 화려하게 빛나던 ‘금’, 로마시대 물품이 오늘날까지 전해지면서도 그 찬란한 빛이 고스란히 전해졌다는 사실이 ‘금’의 위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화와 은화를 비롯하여 인장까지 금으로 만들며 권력을 상징했다고 하니 저자의 합리적인 의심이 전시회를 통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미다스 왕의 이야기나 비약적인 과학 발전의 문을 연 연금술,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피사로만 보더라도 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사람들이 ‘유사시에는 역시 금’이라고 주장하며 재산을 금으로 바꾸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인류 역사가 끝날 때까지 금은 보물로 숭배되고, 금을 차지하기 위해 다툼이 벌어지리라. (p.36)                                              



문명을 이룩한 재료의 왕 ‘철                                                

                                                                                                                                                    

이 책의 주제인 소재, 재료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은 무엇일까? 물론 여러 가지 견해가 있겠지만 나는 철을 꼽고 싶다. 기원전 15세기경 소아시아에서 일어난 히타이트인이 처음으로 철을 사용한 이래, 철은 한결같이 인간 사회와 생활의 중심에 있었고 문명 발전에 공헌해왔다.(p.79)


철의 장점은 무엇일까? 철의 장점은 압도적으로 많다.

지구 표면에 존재하는 원소의 비율을 나타내는 ‘클라크수’에서 철은 4.7로 4위에 올라 있다. 금속 중에서는 알루미늄 다음가는 숫자다. 단, 클라크수는 지각과 해수, 즉 인류가 볼 수 있는 범위만을 대상으로 한다. 실제로는 지구의 내핵과 외핵에 철이 대량으로 포함되어 있으므로, 지구 전체로 따지면 중량의 30%가 철이다. 철은 무거워서 지구가 갓 탄생해 아직 흐물흐물 녹은 상태였을 때 대부분 지구 속 깊이 가라앉아 버렸고, 지표면에는 얼마 안 되는 양만 남았다. 그런데도 전체 원소 중 4위이니, 지구에 철이 얼마나 풍부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철의 행성에 사는 셈이다.(p.81-82)


지구에 철이 다른 금속보다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핵물리학에 있다.

원소와 원소를 조합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낼 수는 있다. 동식물과 화학자도 밤낮으로 원소 간 결합을 재편성하며 화학반응을 일으켜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근본이 되는 원소를 플라스크 안에서 새로 만들거나 다른 원소로 바꾸기란 불가능하다. 1장에서 설명한 대로 연금술사들은 금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천 년간 온갖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모래알 크기의 금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


우리 몸과 수많은 물질을 구성하는 탄소와 산소, 철 등의 원소는 어디에서 왔을까?

정답은 ‘별 속에서 왔다’이다. 태양과 같은 항성의 내부는 1,000만도 씨가 넘는 고온 상태이므로, 이 강렬한 열로 원자핵이 서로 융합해 새로운 원소가 생긴다. 우리 태양에서는 현재 가장 작은 원소인 수소끼리 융합해 두 번째로 작은 원소인 헬륨이 한창 생기는 중이다.


가장 오래되고 거대한 별에서는 무거운 원소끼리 융합해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든다. 단, 무한대로 무거워지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를 넘으면 원자핵이 불안정해지므로 원소가 더는 합성되지 않는 선이 존재한다. 이 선이 바로 철이다.(p.83)



문화를 전파한 대중매체의 왕 ‘종이(셀룰로스)                                                

                                                                                                                                                      

식물의 특성은 겉모습과 성장 주기, 생존하는 환경에 이르기까지 놀랄 만큼 다양하지만 강한 섬유질, 엽록소에 의한 광합성 시스템, 춥거나 메마른 환경을 견뎌내는 씨앗, 이 세 가지는 공통으로 발견된다. 이것은 식물이 진화 과정에서 고안해낸 ‘3대 발명품’이다.


식물 섬유가 강하고 질긴 이유는 셀룰로스와 리그닌이라는 두 가지 물질 때문이다. 사람의 몸으로 말하면 셀룰로스가 골격, 리그닌이 근육에 해당한다. 식물이 지구 표면을 덮어버릴 만큼 번성하는 데 이 조합은 커다란 무기가 되었다. 예를 들어 나무 무게의 40~50%는 셀룰로스이므로, 셀룰로스는 지구상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유기화합물이다. 전 세계 식물이 만들어내는 셀룰로스는 연간 1,000억 톤이라고 한다.  


이 엄청난 양의 유용한 물질을 인류가 활용하지 않을 리 없었다. 실제로 우리는 셀룰로스로 둘러싸였다고 해도 좋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목재의 주성분은 셀룰로스이므로, 건축 자재나 연료로서 가장 오래전부터 인류와 함께 해온 재료인 셈이다. (P.98)


종이는 예부터 널리 사용되는 재료로는 드물게 발명자의 이름은 물론 발명 연대까지 확실하다. 발명자는 중국 후한시대(25~220)의 환관이었던 채륜이란 인물이다. 채륜은 환관 중에서도 간부급 직책인 중상시를 거쳐 상방령이란 자리에 올랐다. 상방령은 황제가 사용하는 물건을 만드는, 이른바 궁정의 공방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자리다. 채륜은 발명에 매우 뛰어난 재능을 지닌 인물이어서 그가 만드는 도구류는 정밀하다는 평이 자자했다고 한다. 이 같은 타고난 재능과 자유롭게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 있는 자리가 만나 역사적 혁신이 탄생한 것이리라. (P.99)


제지 기술은 머지않아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일본에서는 스이코 일왕 시대인 610년에 고구려에서 건너온 승려 담징이 종이를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하지만 당시 호적 정비 등 종이가 필요한 사업을 이미 시작했던 사실로 보아 610년 이전에 이미 종이가 전래했을 가능성이 크다. (P.105)                                              



자유롭게 변화하는 만능 재료 ‘플라스틱’                                                

                                                                                                                                                      

페트병은 가볍고 운반하기 편하며, 투명해서 내용물이 보일 뿐 아니라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뚜껑을 열었다 다시 닫을 수 있다는 점이 획기적이어서 페트병이 눈 깜짝할 사이에 유리병을 시장에서 몰아낸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페트병의 독특한 디자인 또한 다른 제품과의 차별화에 큰 몫을 했다. 원하는 대로 쉽게 성형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유리는 따라 하기 힘든 플라스틱만의 장점이다.


물론 플라스틱이 주스 병만 대체한 것은 아니다. 본격적으로 플라스틱이 보급된 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지만 그때까지 목재나 도자기, 유리로 만들었던 수많은 제품은 서서히 플라스틱으로 대체되었다. 종이 가방이나 천 가방도 얇게 늘린 플라스틱, 즉 비닐봉지에 그 자리를 넘겨주었다.


오늘날 우리는 플라스틱 섬유로 된 옷을 입고,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플라스틱 식기로 음식을 먹으며, 플라스틱 카드로 돈을 낸다. 플라스틱 매체로 기록된 영상을 플라스틱제 화면에 띄워 바라볼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저하된 시력을 플라스틱 렌즈로 교정하면서 생활한다. 역사를 통틀어 인류는 수많은 재료를 개발해 다양하게 활용해왔지만 플라스틱만큼 많은 재료의 영역을 빼앗은 것도 없을 것이다.


플라스틱의 이처럼 강력한 ‘영역 빼앗기 능력’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답은 결점이 적고 변형이 자유롭다는 점에 있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튼튼하며 적은 비용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다. 또 투명하게 만들 수도, 다양하게 색을 입힐 수도 있으며, 어떤 형태로든 성형이 가능하다.


열에 약하다는 점이 플라스틱의 치명적 약점이지만 비용만 아낌없이 투자한다면 꽤 높은 온도에 견디는 플라스틱을 만들 수도 있다. 폴리이미드라는 플라스틱은 400도씨에 가까운 고온이나 절대 0도에 가까운 극저온에도 견디기 때문에 우주 개발에 필수 재료다.(p.219)


이처럼 다른 재료를 간단히 대체하는 플라스틱의 실력을 맨 처음 알아차린 사람은 누구였을까?

어쩌면 로마제국 제2대 황제, 티베리우스일지도 모른다. 티베리우스는 기원전 42년에 태어나 기원후 37년에 세상을 떠난 인물로 예수 그리스도와 동시대를 살았다. ‘2,000년도 더 옛날에 플라스틱이 있었을까?’란 생각에 의아하겠지만 티베리우스에 얽힌 다음과 같은 일화가 남아 있다.


어느 날, 한 장인이 유리잔을 바치고 싶다며 티베리우스를 찾아왔다. 황제가 잔을 들고 감상하자 장인은 “잔을 돌려주십시오.”라고 말하더니, 잔을 받자마자 바닥에 내던졌다. 모든 사람이 유리잔이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놀랍게도 잔에는 금조차 가지 않았다.

티베리우스는 “이 잔의 제조법을 자네 이외에 누가 알고 있나?’하고 물었다. 장인은 가슴을 쫙 펴고 이렇게 대답했다. “소인 외에는 아는 자가 없습니다.” 그러자 황제는 그 자리에서 장인의 목을 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리하여 장인의 목이 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로마의 플라스틱’제조법은 영원히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티베리우스가 장인의 목을 친 이유는 이러한 물건이 나돌면 금을 비롯한 보물의 가치가 크게 떨어져 버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로마 제정의 창시자인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뒤를 이어 안정된 국가를 건설하고자 절치부심한 인물이다. 그의 눈에는 새로운 보물이 모처럼 확립한 가치 체계를 어지럽힐지도 모를 무시하기 힘든 위험 인자로 비쳤을 것이다.(p.221)


앞으로 플라스틱은 어떻게 될까?

플라스틱은 자연계에 없던 물질이므로 발견 및 개량에 기존의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우연한 행운 덕에 발전해온 플라스틱의 역사야말로 황무지에서 우여곡절을 거듭하며 길을 개척해온 고난의 증거일 것이다. 오늘날에는 수많은 노하우가 축적되어 다양한 기능의 플라스틱을 설계하기에 이르렀다. (중략) 오늘날에는 발광이나 발전 기능이 있는 플라스틱도 차츰 등장하고 있다. 이 플라스틱들은 앞으로 우리 생활을 지탱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원료인 석유가 지구에 풍부히 매장되어 있는 데다 범용성이 높고 기능성까지 뛰어나 오늘날 기초재료의 꽃, 그리고 최전방과도 같은 존재다.


그러나 순수 인공 재료인 플라스틱에는 이에 상응하는 문제점도 있다. 각종 천연재료와 달리, 플라스틱은 세균이나 효소 작용에 의해 분해되어 자연으로 완전히 환원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 수 밀리미터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미세 플라스틱)의 해양 유출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간이 쓰고 버리는 각종 플라스틱 제품은 자외선을 받으면 약해져서 잘게 분해되는데, 바다에 이 미세 플라스틱이 대량으로 떠다니고 있다. 물고기 같은 해양 생물이 플라스틱을 먹고 이 물고기를 또다시 인간이 먹고 있다. 플라스틱은 유기물을 쉽게 흡착하므로 각종 독성 물질을 농축해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걱정스럽다.


무엇보다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고 전 세계의 인구 증가 속도를 고려해보면 앞으로도 플라스틱 사용량은 계속해서 늘어나리라 예상된다.


그리고 미세 플라스틱을 바다에서 완전히 제거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2050년쯤에는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의 총중량이 전 세계 물고기의 총중량을 넘을 것이란 계산까지 나왔다.(중략)

혹자는 아직 피해가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미리부터 동요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경제 발전과 편리함을 추구하면서도 환경 오염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인간은 여태껏 수많은 재료와 함께 생활해오면서 이미 온갖 공해와 환경오염을 경험했고 또 극복했다.

슬슬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는 지혜를 익혀야 할 때가 아닐까.(p.235)



                                                                                                                                            경영학 전공자의 화학 입문서로는 썩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원재료’에 ‘부재료’ 한두 가지가 첨가될 때마다 자연스럽게 ‘원가’를 계산하게 되었고, 도대체 제품 가격을 얼마를 받아야 하는 거야?라는 생각을 더하며 읽었더니 지루하지 않게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이런 생각은 나의 직업병이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가 계산이 아니더라도 쉽게 읽히는 책 임에는 틀림없다. 생소한 화학 용어들이 나올 때마다 ‘이걸 다 찾아보고 이해하려면 전과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어 일찌감치 포기하고, 책 속에서 전달해주는 용어를 접한 것으로도 충분했다고 위안을 삼아본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우리 딸의 장래 희망은 ‘그린피스’ 요원이 되는 것이다. 2학년이 된 지금까지 그 생각에는 변화가 없고 여전히 ‘그린피스’ 놀이를 하며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쓰레기를 줍고 다닌다.


현재 우리가 가장 고통받고 있는 문제에서 ‘플라스틱’은 빼놓을 수 없는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자연에서 시작하여 인간에 의해 파멸되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하나씩, 둘씩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실험하고 연구를 거듭한 결과 우리의 삶은 전보다 윤택해졌고 편리해졌지만, 모든 것이 대 걔 그러하듯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고 생각한다. 결국 지금까지 우리가 얻은 것들에 대해서 하나씩, 둘씩 잃어가며 결국에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가 소개하는 재료 ‘예찬론’을 흥미롭게 읽으며, 또한 같은 맥락에서 저자가 내가 생각하는 문제(플라스틱)에 대해 같은 고민을 해주어서 무척이나 고마웠다. 이 책은 역사와 과학 서적으로 분류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인문학’으로 분류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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