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자전거
아빠의 등 뒤에서 느낀 온화한 바람의 기억
짧은 영상으로 박제되어 있는 기억이 있다. 한 손의 손가락만 세어도 계산 가능한 어린 나이에 엄마와 나는 3층의 집 베란다 난관 앞에 주저 않아 좁은 쇠기둥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3층 아래를 향해 하염없이 바닥을 응시하고 있는 사이 곧이어 누군가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 건물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 남자는 3층의 베란다 난관 사이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있는 우리를 향해 고개를 돌려 올려다본다. 그리고 한 손은 자전거 핸들을 붙잡은 채 다른 한 손은 핸들에서 떼어 내어 우리가 있는 3층을 향해 손을 흔든다. 출근하는 아빠다.
또 언젠가 두 손으로 세기엔 손가락이 모자라는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집 앞에 나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해가 진 저녁의 어스름은 이미 짙은 어둠을 향해 가고 어둠의 시간은 지루하다. 나는 아빠의 자전거 뒷 자석에 올라타고 우리는 어둠이 내린 동네를 유유히 돌고 돈다. 내 얼굴 앞에서 아빠의 등은 묵묵히 바람을 가르고 나는 아빠의 등 뒤에서 온화한 바람을 느낀다.
짧지만 강렬한 이 기억들은 불행했다고 믿고 있는 열등의식을 잠식한다. 그때 아빠의 등 뒤에서처럼 내 얼굴을 감싸는 안전한 바람은 없지만 맞바람을 마주할 만한 인생이 있어 그 바람을 견딜만한 것이다. 내가 자전거를 좋아하는 이유는 자전거 위에서의 그 바람을 알기 때문이고, 자꾸 드롭바 핸들의 자전거가 갖고 싶은 이유는 아빠의 자전거가 멋져 보였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