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고 둥글고 부드러운
모처럼 머리를 손질하러 친구가 추천해 준 미용실에 갔다.
낡은 미용실의 문을 열고 쭈뼛거리며 들어서니
손님의 머리를 다듬느라 바쁜 미용실 원장님이 계셨다.
그 옆의 검은 레자 소파 위에, 하얗고 둥글고 부드러운 것이 있어 보았더니
몸을 한껏 동그랗게 말고 졸고 있는 강아지다.
어쩜 귀도 보이지 않도록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는지!
혹시 강아지는 쿠션인 척 사람들을 속이려는 생각이 아닌지?
귀엽고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 엉덩이를 콕! 찔러
강아지의 한가로운 시간을 방해하고 싶은 나쁜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처음 보는 사이에 예의가 아니므로 꾹 참았다.
그리고 원장님이 나를 부르실 때까지
흘깃흘깃 강아지의 뒷모습과 잡지를 번갈아보았다.
매일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지만
문득 깨닫고 보니
그것들은 그저 쌓여있는 데이터였습니다.
찍어놓았던 사진들을
하나씩 다시 보며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떠오르는 기억들을
그림으로 새롭게 남겨보려고 합니다.
-나의 새로운 사진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