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her's day에 난 어떻게 하지?

싱글맘의 육아일기-24

by malee

6월 셋째주 일요일은 미국의 Father’s Day다. 수진이는 걱정이 태산 같다. 학교에서는 지난번 5월의 Mother’s Day 때처럼 틀림없이 아빠에게 주는 선물을 수업 시간에 만들 것이며 아빠에게 말 잘 듣겠다는 아이의 사인을 담은 쿠폰들을 만들 것이다. 요즘 텔레비전 속에서도 Father’s Day에 선물하면 좋은 제품들의 광고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 수진이는 마음이 더 심란한 것 같다.


한 번은 TV 광고를 보다가 ‘나는 Father’s Day에 선물하고 싶어도 아빠가 한국에 있으니 어떻게 하지’ 혼잣말을 내뱉고는 내 눈치를 살피는 것이 아닌가? 그때 내 마음이란… 이제는 ‘수진이가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입 밖으로 표현할 만큼 이렇게 자랐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세월이 정말 빨리 흐른 것 같기도 하고, 앞으로 수진이와 이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여야 한다는 것을 갑자기 깨닫고는 앞날이 캄캄해졌다.


나는 애써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네가 아빠에게 선물을 하고 싶으면 우편으로 보낼 수도 있는 거야, 아무 걱정하지 마… 엄마가 보내줄 테니까, 알았지?’하고 말했다. 수진이는 ‘엄마가 우체부 아저씨한테 보내줄 거야?’하고 다시 한번 확인을 했다.


‘그럼, 선물이나 만들어놓고 걱정해라’ 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별 걱정을 다한다는 투로 가볍게 이야기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내 마음은 그렇게 담담하지 못했다. 이제 수진이와의 신경전이 이렇게 시작되는구나 줄곧 우울한 마음만 들었다.


이 칼럼을 연재하면서 가끔 혼자 살면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 혹은 아빠들의 메일을 받곤 한다. 각자 사연들을 가슴에 담고 힘들게 살아가는 그네들의 메일을 받을 때마다 ‘나만이 아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다’ 위로받곤 한다. 대부분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혹은 아빠들의 어려움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할지 혹은 감춰야 할지에 관해 고민하는 부분이거나, 아이들과 같이 살지 않는 아빠 혹은 엄마를 아이가 필요로 할 때 어쩌지 못하는 부분에 관하여 제일 가슴 아파들 하고 있었다.


앞으로 이 아이들이 자랄 때까지 혼자 사는 엄마, 아빠들이 겪을 마음고생을 생각하면 메일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곤 한다. 하지만 뭐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하여간 Father’s Day를 맞아 유난스럽게 아빠 이야기를 많이 하던 수진이는 오랜만에 아빠에게 메일을 보냈다. 사실 그동안 수진이는 컴퓨터의 한글 자판이 이제 어려운 듯 아빠에게 메일 보내는 걸 많이 부담스러워했었다. ‘엄마, 그 받침이 뭐였지?’ 메일을 하나 쓸 때마다 받침과 철자법을 물어보는 통에 나도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으니까…


한 동안 뜸하던 수진이는 나름대로 글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되는 카드 메일을 찾아내서는 아빠에게 카드 메일과 간단한 문장으로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수진이가 헤드폰을 끼고 앉아 아빠에게 보낼 카드 메일을 고를 때에는 텔레비전에서 아무리 재미있는 만화를 해도 전혀 개의치 않고 카드를 고른다. 컴퓨터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 소리를 흥얼거리며 따라 하면서 이 카드 저 카드 골라보고 짤막한 인사말을 타이핑하고는 휙 ~ 메일을 날려 보낸다.


Father’s Day를 맞아 수진이가 골라보낸 카드 메일은 ‘아빠~ 힘드시니까 쉬면서 하세요’다. 수진이가 보낸 메일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빠 거기가 밤인지 낮인지 헷갈려용~ 여기는 지금 밤 10신데, 거긴 몇 시지? 나는 학교 열심히 다니니까 아빠도 열심히 일하고 놀기도 하면서 일하세용'


글쎄 이 카드를 받은 애 아빠의 마음은 어땠을까? 나는 수진이의 메일을 읽으며 이제는 다 자란 수진이가 대견스럽기만 했다. 컴퓨터 앞에는 수진이가 학교에서 만들어온 Mother’s Day 선물이 예쁘게 놓여있다. 빈 병을 모아 종이를 붙이고 물감을 칠해 알록달록한 화병을 만든 수진이… 수진이가 만들어 올 Father’s Day 선물이 무엇일지 나도 궁금해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