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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Oct 07. 2023

돈에 예민한 남편 2

구두쇠와 위험추구자, 동서지간

남편은 구두쇠, 제부는 위험추구자(risk-taker)다. 둘은 15년 지기 절친이다.


내 결혼식에서 내 동생에게 첫눈에 반한 제부는, 두 달간의 적극적인 애정공세로 동생의 마음을 열고, 영국과 한국을 오가는 8개월간의 장거리 연애 끝에 내 동생과의 결혼에 성공했다. 제부는 결혼식 일주일 전,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런던 집을 정리한 후 한국으로 들어갔다. 살면서 그가 한 가장 큰 도박,이었다.


시집이 외국에 있는 나와 동생은 (우리가 이민오기 전까지) 명절마다 함께 가족 여행을 다녔다. 작년 추석 여행지는 해운대였고 우린 일찌감치 부산으로 가는 KTX에 올랐다. 누가 절친 아니랄까 봐, 남편과 제부는 주말마다 만났는데 무슨 할 얘기가 또 쌓였는지 바로 옆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기 바빴다. 제부는 일 년에 한두 번 놀러 가는 호텔에 외국인 카지노가 있으면 재미 삼아 들러서 겜블링을 하고 싶어 했다. 그때도 카지노 출입을 위해 여권을 가져왔는지 남편에게 물었다.


목적 없이 돈 쓰는 걸 싫어하는 남편은 갬블 할 돈으로 공차를 두 잔 마시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남편의 갬블 예산이 딱 그 정도이다). 그래도 제부를 위해 카지노를 간다. 절친이 원하는 거니 한 시간, 만원 정도는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작년 겨울, 영종도에 있는 호텔로 가족 여행을 갔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는 곳이었다. 애들을 재우고, 나와 동생이 맥주 한 잔을 할 동안 남자 둘이 카지노를 다녀왔다. 한 시간이 채 안 됐는데, 둘이 깔깔거리며 돌아왔다. 남편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놀라지 말고 들어, 내가 베팅을 했는데 36배를 땄어" 

했다. 소리 지르면 애들이 깰까 봐, 난, 입을 틀어막고 눈을 희번덕 거리며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옆에서 의미 심장한 미소를 띠고 있던 제부가 덧붙인다.

"근데 베팅액이 천 원이었어."

아니야, 이게 현실일 리 없어. 에라이. 삼만육천 원을 딴 남편이 오늘 운은 다 했다며 서둘러 호텔로 복귀하자고 했단다. 너무나 진심을 다해 아쉬워하는 나를 보며 남편이 말했다.

"백만 원을 베팅할 일이 절대로 없는데, 만약 그랬으면(아, 삼천육백만 원!!) 하고 생각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하, 말이나 못 하면.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아니, 천 원 미니멈 베팅은 법으로 금지해야 하는 거 아냐?라고 씩씩거리는 나를 보며 동생과 제부가 박장대소했다.

남편의 최애, 공차 자몽그린티


재작년 그 악몽(?)을 떠올리며 남편에게 '이번엔 제발 천 원 베팅하지 마'라고 했더니 만 원짜리를 흔들며 알아서 해 보겠다고 씩 웃는다. 친구를 위해 버릴 수 있는 돈이 만원, 인 그는 그날도 딱 가져간 만큼의 돈만 쓰고 돌아왔다. 가진돈이 만원이었으니 잭팟이 터져도 삼십육만 원이었지만... 계속 미련을 못 버리고, 딸 뻔했던, 딸 수도 있었던 그 돈에 집착하는 내가 이상한 거겠지... 내가 문제다.





*작년에 썼던 글을 수정해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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