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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호떡 반죽을 어떻게 만들까

본격적인 반죽 만들기와 호떡 굽기

by 다올

군산과 담양을 다녀온 뒤 나는 어떤 음식으로 특색 있게 푸드 트럭을 운영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신안이다. 신안에는 1,025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행정구역이다. 그래서 신안은 1004섬이라는 브랜드로 섬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다. 1004는 섬의 숫자이기도 하고 천사(天使,Angel )이라는 중의적 의미도 담고 있다.

신안은 세가지의 마케팅을 하고 있다. 컬러마케팅, 뮤즘(박물관)마케팅 그리고 플라워 마케팅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퍼플교로 유명한 보라 섬(퍼플 섬)이다. 이곳은 마을의 지붕이 모두 보라색이다. 봄에는 보랏빛 ‘라벤더’가 피고 여름에는 ‘버들마편초’ 그리고 가을에는 ‘아스타 국화’가 보랏빛을 뽐내며 관광객을 유혹한다. 보라색과 보랏빛이 나는 세가지 꽃으로 중무장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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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브릿지와 버들마편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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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 국화와 퍼플교


‘이왕이면 이 곳의 색과 어울리는 먹거리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보라 호떡’과 ‘보라 가래떡’ 그리고 음료수도 보라색이 나는 ‘오디 에이드’였다. 무엇으로 보라색을 내면 좋을까 생각했다. 인공 염료로 색을 내고 싶지는 않았다. 죠0바를 먹고 나면 입술과 혀가 검붉게 된다. 그런 호떡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이왕이면 섬에서 나는 재료들을 이용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것이 자색 고구마였다.


제안서에는 내가 판매할 제품에 들어가는 식품들과 만드는 과정을 사진으로 넣어야 했다. 나는 날이면 날마다 유0브를 켜놓고 호떡 반죽 만드는 영상과 호떡 굽는 영상을 봤다. 어릴 적에 어머니께서 대학교 앞에서 호떡 장사를 하신 적이 있다. 어머니께서 호떡을 구우시는 모습을 보고 참 신기하게 생각했다. 질척거리는 반죽을 손에 하나도 묻히지 않고 호떡을 구워 내셨다. 어린 나이게 그 모습은 마술같이 보였다. 영상을 보면서 그 시절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머니의 나이는 서른이 채 안 된 나이였다. 나는 왜 어머니께서 사십 대쯤이라고 생각했을까? 어머니는 어머니와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대학생들에게 호떡을 파셨던 것이다. 유독 공부 욕심이 많으셨는데 마음이 많이 아프셨겠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찡해진다.


그렇게 밤낮으로 호떡 반죽 영상과 호떡 굽는 영상을 봤다. 전에도 종종 호떡을 구워 먹었다. 그래서 호떡을 굽는 일이 아주 낯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집에서 간식으로 해먹는 것과 장사를 하는 것은 다르다. 호떡 반죽과 굽는 방법을 전수받으려면 보통 수백만원의 수업료를 내야 한다. 아는 분께서 삼백만원에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주겠다고 했다. 본래는 오백 만원인데 싸게 해주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그 땐 그럴 형편이 안 되었다. 나는 만인의 대학인 유ㅇ브 대학에서 반죽을 배워야 겠다고 생각했다.

손으로 하는 것을 빨리빨리 배우는 재주가 있다. 뜨개질, 재봉, 수놓기, 만두 빚기, 송편 빚기, 강정 만들기 등은 몇 번 헤 보면 얼추 비슷하게 만들어냈다. 푸드 트럭 공고가 났을 때도 그런 자신감이 있었기에 신청서를 냈다.


이젠 실전이다. 보라색을 낼 재료로 나는 자색 고구마를 선택했다. 호떡 만드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가며 만들어야 해서 번거로웠다. 자색고구마를 푹 쪄서 믹서기 물과 함께 넣고 곱게 갈았다. 짙은 보라색 반죽물이 되었다. 소금을 넣은 밀가루를 덩어리 지지 않게 채를 쳐서 내렸다. 이스트를 녹이고 설탕 그리고 반죽물을 넣었다. 찰기가 생기도록 한참을 반죽을 치댔다. 보랏빛이 물든 반죽의 색이 고왔다. 반죽이 숙성되는 동안 호떡 속을 만들었다. 분태 땅콩과 해바라기씨, 호박씨를 넣었다. 향을 더해줄 계피가루와 농도를 잡아줄 밀가루를 흑설탕에 잘 섞어 놓았다. 애채 호떡을 위해 잘게 다진 야채와 당면을 볶아 속을 준비했다.

반죽이 부풀자 다시 숨을 죽이고 부풀기를 기다렸다. 각 재료들의 사진과 과정을 한 컷 한 컷 사진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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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호떡 반죽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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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호떡 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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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보라 가래떡


이차 발효가 끝나고 적당하게 반죽을 떼어내 속을 넣고 야무지게 오물이고 프라이팬에 구워 냈다. 호떡이 익을수록 보라색이 진해진다. 잘 구워 진 호떡을 반 갈라보니 견과류와 설탕 시럽이 잘 어울려 있다. 종종 호떡을 구워 먹던 실력이 제대로 발휘되었다. 곁들여 팔 어묵도 꼬치에 야무지게 돌려 꼽고 다시마와 멸치, 마늘과 무, 파 , 양파와 새우를 넣고 만든 육수에 넣고 익혔다.


겉이 살짝 노릇해진 보라 호떡과 맛있는 어묵 한 그릇이 완성되었다. 남편과 동네 언니 부부와 함께 둘러 앉아 먹으며 시식회를 가졌다. 물론 성공적이다. 다음주에 있을 면접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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