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담양에서 맛본 대나무 잎을 이용한 도넛과 죽순빵, 댓잎 아이스크림
군산 시내로 들어와 경암동 철길 마을로 갔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선이 된 기차길. 기찻길 옆으로 바짝 건물이 붙어 있었다. 일반 가정집과 가게가 혼재되어 있었다. 마당 없이 문을 열면 바로 기찻길이었다. 관광객이 많은 날은 꽤 불편할 것 같다. 기찻길과 가게에는 관광객들이 제법 많다. 주로 젊은 연인들이 많이 보인다. 손을 잡고 양쪽 철길 위를 걷는 연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삼십여 년 전에 남자 친구와 걸었던 마석의 철길이 생각났다.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그냥 함께 있는 것만으로 얼굴에 미소가 생기는 시절, 그 시절이 떠올랐다.
가게에는 내 나이 또래들이 학교 앞에서 등, 하굣길에 즐겨 먹던 불량식품들은 팔고 있다. 쫀드기, 아폴로, 콩과자 등 그 시절 그 모양 그대로 팔리고 있다. 젊은 연인들은 부모 세대가 먹었던 군것질을 하고 있다. 내 또래의 사람들은 그 시절을 추억하며 쫀드기를 먹고 있다. 서너 군데 걸러 한 집은 교복 대여 가게이다. 나도 교복 세대이지만 까만 치마에 하얀 카라의 교복은 입지 않았다. 우리 어머니 세대들이 입었을 만한 교복과 하얀 바탕에 검정 무늬가 있는 교련복을 대여하고 있다. 경암동 기차마을 곳곳에 교복과 교련복을 입는 사람들이 보인다.
사람 구경과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걷다 보니 어느덧 마을의 끝자락에 와 있었다. 추억을 남길 수 있게 몇 장의 사진을 남겼다. 기차마을 구경을 하고 숙소로 향했다. 동생과 나는 무인텔에 숙소를 잡았다. 동생은 무인텔은 처음이라며 신기해했다. 그는 새만금 방조제도 처음이었다. 무녀도 장자도 선유도는 물론 군산도 처음 와 본다고 했다. 나는 시댁이 군산이라 자주 들렀던 곳이다. 기차마을도 남편과 서너 번 다녀온 곳이다. 천장에 거울이 달린 방에서 우리는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 군산을 뒤로하고 담양을 향했다. 담양은 남편이 전남도립대에서 강의하며 머물던 곳이다. 동생과 나는 관방제림길 쪽으로 발길을 행했다. 담양은 죽녹원과 메타세쿼이아 길이 유명하다. 우리는 관광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두 곳은 다음을 기약했다. 우리는 관방제림길 쪽을 둘러보았다. 관방제림길 입구 쪽에 몇 개의 가게들이 보인다. 대나무가 유명한 곳답게 대나뭇잎을 이용한 간식거리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댓 입을 갈아 넣고 만든 김 0 옥 댓잎 찹쌀 도넛을 먹어보았다. 모양은 특별한 것이 없다. 아니 못난이다. 댓잎이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그 향이 도드라지지 않다. 찹쌀 도넛답게 쫄깃한 맛은 있다. 개인적으로는 댓잎 도넛보다는 초록빛이 감도는 댓잎 아이스크림이 더 맛이 있다.
좀 더 아래로 내려가 보니 죽순 빵을 팔고 있다. 죽순 모양의 앙증맞은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호두빵이 호두의 모습인 것처럼 죽순 빵은 죽순 모양이다. 달지 않고 연하게 초록빛이 난다. 두 팩을 샀다. 한 팩이 나누어 기념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군산의 호떡과 황금돼지 빵은 특별히 지역과 연관이 있는 간식거리는 아니다. 다만 호떡집이 여러 개가 있다 보니 일종의 호떡 성지 이미지가 생겼다. 호떡을 먹으러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남대문 야채 호떡집처럼 말이다. 이에 반해 담양은 지역 특산품인 대나무를 활용한 간식거리를 만들 것이 좋았다.
남해에 가면 마늘 모양의 빵이 있고 공주에 가면 밤 모양의 빵이 있다. 신안에도 신안의 특산품인 홍어와 새우, 낙지 모양을 응용한 홍어 빵, 새우 빵, 낙지 빵이 있는데 다만 모양을 흉내 낸 것이라 아쉬움이 있다.
군산과 담양의 간식거리를 먹어보며 이리저리 돌아본 시간은 메뉴 선정에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간식거리를 먹어본 것도 좋았지만 동생과 함께한 1박 2일의 시간이 소중하게 생각되었다.
나는 신안의 어떤 것을 활용해서 간식거리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떤 메뉴가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남은 시간 동안 곰곰이 연구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