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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올 Mar 23. 2024

디카시-치유

하루 두 번 하늘과 만나는 갯벌


작년에 우연히 알게된 디카시를 가끔 씁니다.

디카시는 디지털 카메라와 시의 합성어입니다.

딱 20년전에 우리나라 고성에서 발원한 K-문학이자 생활 문학입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 디카시 지부가 있고 해외 공모전도 진행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성뿐 아니라 각 지자체와 각종 문화제때 공모전도 많이 있습니다.


사진시와는 구별되는 디카시는 

찰라의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5줄 이내의 시로 표현합니다.

떄로는 시가 사진을 때로는 사진이 시를 돕습니다.




치유/배선숙



나만 아픈 줄 알았다.

내 안의 고뇌와 흉터

네가 품고 있었구나.

하루 두 번 하늘과 마주하는

치유의 시간




흑백 사진처럼 보이지만 뻘밭 그대로의 사진입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신안의 뻘밭

하루 두 번 뻘바닥을 드러냅니다.

바닷물 속에 잠겨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뻘 바닥에는

갯골도 흐르고  칠게ᆞ낙지ᆞ고동 등이 파놓은 구멍들 그리고 굴쩍과 살아있는 굴들이 드러납니다.

그 모습이 마치 흉터처럼 보였습니다.

구불구불한 갯골은 세월 따라 그려진 깊은 주름처럼 보입니다.

울퉁불퉁한 갯바닥의 모습이 제 모습인 양 느껴집니다.

하루 두 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낮에는 햇볕에 밤에는 달빛과 별빛에 치유받는 갯벌

때로는 고동이 기어 다니며 간지럼도 태워주고

잿빛칠게가 부끄러운 듯 옆으로 걸으며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갯벌

어쩌면 상처처럼, 흉터처럼 보이는 모습은

사실 사랑의 흔적이고 

치유의 흔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제 모습 그대로 드러낸 갯벌은 겨울 짧은 해에

몸을 맡겨봅니다.



1월 19일 한낮에 찍은 사진이네요.

바닷물이 빠져나간 뻘밭은 계절의 변화와 별 상관없이 늘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늦은 겨울 혹은 이른 봄으로 가는 그 때에 제가 살고 있는 퍼플섬 갯벌엔 초록빛감태가 회색 뻘밭에 색을 입힙니다. 한 낮의 햇살의 받은 감태는 쨍한 초록빛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오래전 이곳 섬 사람들은 감태를 채취해 공부도 시키고 결혼도 시켰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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