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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속의 레터 Dec 17. 2019

당신은 죽을 때까지 타오르는 불꽃입니다.

달빛천사

이화여대에서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대학 축제인 대동제에 가수가 아닌

‘성우'를 초청한 것이다.

그것도 어린이 만화 애니메이션 성우를.


성우의 이름은 '이용신'

2000년대 초반 투니버스가 한창 전성기였을 때 활동하셨던 성우님으로

대표작은 그 당시 소녀들이라면 모를 수 없는,

<달빛천사>


성우님은 15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친구들, 오랜만이야!" 하며 인사했고

<달빛천사>의 대표곡인

‘NEW FUTURE'와 '나의 마음을 담아'를 노래했다.


유명 가수도 아닌, 애니메이션 성우님의 목소리에

이화여대 학생들은 환호했고 열광했다.

모두가 만화 <달빛천사>의 노래 가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고

공연장은 이내 학생들의 떼창 목소리로 가득 찼다.

마치 15년 전 만화 캐릭터였던 '풀문'이

다시 돌아와 공연을 하는 것만 같았다.


이 공연을 촬영한 영상 직캠은 이내 '유튜브'에서

엄청난 이슈가 되며 퍼져나갔고

어린 시절의 추억과 꿈을 간직한 채로

20대가 된 '어른이'들의 마음에 불을 붙였다.

그렇게 '달빛천사 크라우드 펀딩'이 시작됐다.


"달빛천사 15주년을 기념해 정식 음반을 발매하자"라는 목표를 가진 이 펀딩은

애초 목표금액이었던 3300만 원을 훨씬 넘어

"26억"을 모금하게 된다.


26억.

무엇이 20대들의 마음을 이렇게 까지나 움직인 것일까?

도대체 만화 '달빛천사'가 무엇이길래 26억을 넘어서는 가치를 가지는 것일까?




<달빛천사> 속 주인공 '루나'는 가수를 꿈꾸는 초등학생 소녀다.

그러나 성대에 악성 종양이 발견되고

수술을 하지 않을 경우 1년밖에 살지 못하는 운명임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 철없어야 할, "으아앙 죽기 싫어!" 하며 울어야 할 12살 소녀는

너무나 담담하게 말한다.

"죽기 전까지 만이라도 행복하게 노래하고 싶어요."


루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노래하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간다.

12살 초등학생 소녀라고 하기엔

너무나 강인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간절히 살고 싶어 하는 루나의 모습이었다.



LET'S SING A SONG

숨 쉬는 동안에 느낄 수 있게,

내게 내일이란 희망을 준

널 위해서


Day By Day

힘겨운 날들도 흘린 눈물도

다 시간 속에 묻어 둘 수 있을 거야.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운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살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소녀의 모습이

그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었다.

'생명은 강인하고 멋진 거구나.'

어렸던 나 조차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아마 15년이 지나 다시 달빛천사의

OST 재 발매를 원하는

20대 소녀들의 마음은

단순히 어린 시절의 추억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어린 시절, 루나와 함께 가꾸었던 꿈,

순수하게 간직했던 마음들과 삶의 아름다움을

다시 찾고 싶기 때문은 아닐까,


많은 현대의 젊은이들이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

자살률 1위 국가 대한민국.

취업은 어렵고, 취업이 되어도 먹고살기가 힘들고.

우울증, 무기력증, 모두들 살면서 한번쯤은 느껴봤을 거다.


그러나 우리는 배고픔을 느낀다.

누군가는 집을 정성 들여 청소하고, 밥을 먹기 위해 요리를 한다.

우리의 몸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살고 싶어! 살아가고 싶어!'


누군가는 비웃을 지도 모른다. "겨우 그깟 애들 만화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과장을 하냐."

글쎄, 상관없다.

나에게, 그 시절 루나와 함께 꿈을 꾸던 소녀들에게 <달빛천사>는

그깟 애들 만화가 아녔으니까.

그건 우리가 잊고 지내던 소중한 꿈이었고

소중한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누군가 유튜브 댓글에 이런 말을 달았더랬다.

"이용신 성우님, 선생님께서 불러주신 건

그냥 노래가 아니라 저희들의 어린 시절 꿈이에요."

나 또한 이 자리를 빌어 이화여대 학우분들께,

그리고 이용신 성우님께

감사하단 말을 드리고 싶다.

그들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누군가에겐 희망이 되었으므로.


또한 이 세상의 수많은 '루나'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죽을 때까지 꺼지지 않는 불꽃'이라고.




그래 한때는 돌아서고 싶었어

혼자란 외로움에 지쳐서.


좌절의 끝에서 내 손을 잡은 건

잊지 못할 추억 속의 눈동자


나 약속해

너와 같은 하늘에 빛나고 있을게


넌 나에게

위로가 되어준 밝은 미소를

다시 보여주길 바랄게

이젠 아무 망설임이 없어.


LET'S SING A SONG

멈추지 않을래

나의 꿈들에, 너와 함께 하는 시간들을 담아볼게


MORE AND MORE

조금만 더 너에게 다가가 볼래

나 수줍었던 어제와는 다른 모습으로


Let's sing a song

Repeat and Repeat

This is song for you


< 달빛천사 : NEW FUTURE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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