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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u Mar 10. 2023

마음 부자

오후 햇살을 온 몸으로 껴안곤 벤치에 앉아 1시간 정도 법정스님의 책을 읽었다. 법정스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스님이 마치 내 앞에서 말하시는 것 같다.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 책으로 어김없이 오늘도 행복 하나를 내게 선물했다.


"만족할 줄 알면 비록 가진 것이 없더라도 부자나 다름없고, 가질 만큼 가지고 있으면서도 만족할 줄 모르고 욕심을 부린다면 그런 사람이야말로 진짜 가난한 사람입니다." -법정-


법정스님의 간소한 삶에 관한 말씀을 읽어내려가다 문득 파리 친구들이 생각났다.


한 명은 현대 미술가인 파비앙. 다른 한명은 조각가 쟝폴이었다. 


파비앙은 명성에 비해 굉장히 검소한 친구다. 옷도 힙한 티셔츠나 뽀글뽀글한 오래된 옷을 즐겨 입는다. 화려한 겉모습 치장과는 거리가 멀다. 18구 몽마르뜨에 있는 프랑스 정부 파리시에서 공인한 소수의 예술가들에게만 제공하는 아뜰리에에 거주한다. 이만한 집을 파리 시내에서 10만 원에 사는데 얼마나 꿀이냐며. 만족한다고 했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친구들이 많은데도 파비앙은 자기 삶의 질서대로 검소하게 산다. 부를 절대 드러내지 않는다. 남과 비교는 일절 하지 않는다. 많은 면에서 배울 점이 많은 멋진 친구다. 


쟝 폴은 미국, 이탈리아 등에서 작품활동을 오랫동안 해왔고 보자르 예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13구 공공기관 곳곳 그리고 프랑스 지방도시들에서도 그의 작품들이 있다. 부와 명예도 있다. 그 역시 굉장히 니트하게 옷을 입으면서도 분명 오래된 옷들을 주로 입는다. 한 번은 그의 아뜰리에에 놀러갔을 때의 일이다. 자기 자동차라고 보여줬는데, 아주 오래된(거의 다 낡아 있었다), 창문도 수동식으로 내리는 옛 자동차 디자인에 사이드 미러 하나가 너덜너덜 반 깨진 상태였다. 그는 웃으며 "이 차는 갤러리나 전시회장으로 작품 옮길 때 주로 써." 하는게 아닌가.(보통은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탄다) 사실 살짝 놀라긴 했다.(정확히 말하면 차상태에 말이다)


이 두 친구들의 공통점은 오래된 된 것의 소중함, 그리고 물건에 대한 소중함을 안다는 것과 전혀 개의치 않음 그리고 자기만의 질서대로 살아간다는 것, 간소하고 검소하게 산다는 것,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만족하며 산다는 데 있다. 


내가 겉으로 부자처럼 보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나의 내면이 진짜 부자인 게. 찐.이다 혹은 나답다는 생각이 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나답게 나만의 질서를 갖고 현재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고 단출하게 간소하게 살려 노력한다. 


나는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하루에도 몇 번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사특한 생각 없이 나만의 질서를 파괴하지 않고 무너뜨리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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