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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u Mar 27. 2023

사는 곳

서울은 고등학교 졸업이후 지금까지 오래 살았던 곳이고 주말마다 종종 놀러갔던 곳이 분당 판교였는데 그때마다 언젠가 분당이나 판교쪽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쩌다 분당에 갈 일이 있으면 옛 추억도 생각나고 늘 신난다. 전 남자친구집이 분당이었는데 내가 그쪽 동네를 워낙 좋아했던 탓에 분당 판교에서 데이트를 자주 했었다. 분당율당공원도 자주 갔었는데. 지금은 다 지나간 아름다운 추억이 됐다. 부카케 우동이 기가막혔던 그곳, 스타벅스 등등 변한 건 나 뿐인가 싶다.


어쩌자고 문득 분당판교 생각이 났는지. 이젠  서울이 아니더라도 어디든 괜찮다. 좋다.  이상 사는 곳이 중요한  아니란 . 결국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 중요하다는  깨달아서일까. 그곳이 도시이건 아니건 나는 이제 더는 개의치 않는다.


다만, 사랑하는, 편안한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그곳이 서울이든, 제주든, 어느 시골 마을이건 무슨 상관일까.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마음의 평화와 안정과 안녕이다. 그보다  우선순위인 것은 없다. 건강도 중요할진대.  마음이 감사함으로 가득차면,  마음이 평안하면 건강도 절로 따라온다는 믿음이 있다.


지금 나는,  고향에 머물고 있다. 벌써  개월이 지났다. 고향이라지만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어서 그래서  탓이 크다. 말이 태어난 곳이지 오래 살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다. 친구들이나 지인들도  서울에 있으니 나는 이곳에서 철저히 혼자다.


나는 혼자임.이 고독.이 좋다. 익숙하단 설명이 맞겠다. 혼자여도 외롭지 않게 된 나는, 지금 이곳에서의 생활이 다행히도 만족스럽다. 아직 적응중이지만 적응이랄 게 뭐 있을까. 그냥 살면 되는 거 아닌가.


집 근처 카페 창가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만개한 벚꽃도 목련도 매화도 어쩜 이토록 아름다운지. 잔잔하게 흐르는 저수지 물결도, 새소리도 바람소리도 어느 것 하나 평화롭지 않은 것이 없다. 게다가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도 감미롭다.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건 순전히 내 마음에 달렸다. 내 마음이 아름다워야 세상도 아름답게 보인다. 5월엔 휴일도 있고 해서 서울에서 약속이 꽉 차있다. 약속도 가급적 하지 않고 있는 나로서는 5월의 꽉 찬 약속 스케쥴이 반갑다. 몰아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란 에너지가 소비돼는 일이 아니라 에너지를 받는 일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참으로 여러 모습을 지녔다. 굉장히 차분한 내가 있고 굉장히 밝고 귀엽고 순수한 내가 있고 굉장히 커보이는 내가 있고 굉장히 작아보이는 내.가 있다. 그때그때마다 그저 다른 태도를 취하며 살아가는 내.가 아닌가 싶다.


이 모습도 나고 저 모습도 나.란 걸 그저 오롯이 인정하면 된다. 종종 지인들과의 통화에서 내게 묻는다. "언제와? 서울론 언제 돌아올거야? 언제까지 있을 생각이야?" 내 대답은 늘 한결같다. "난 방랑자야.^^" 농담이 아니고 아직 미혼이라 자유로운 탓도 있겠지만 난 진심으로 내가 방랑자.라는 마음으로 산다. 언제든 훌쩍 떠날수 있다는 마음이 날 이곳에서든 저곳에서든 자유롭게 한다.


5,6,7,8월이면 완연히 따뜻하거나 더위일텐데. 일 년 중 내 에너지가 가장 최고조 일때이기도 하다. 지치지 않았으면 한다. 이따금씩 찾아오는 실체없는 우울감이라는 녀석에도 나는 더욱 담대해질 것이며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나는 포기하지 않을 작정이다.


사는 곳이 뭐 그리 중요하던가. 내 안의 우주에서 마음껏 유영하고 내 삶에 만족할 줄 알고 감사할 줄 알면 그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내 삶이 아름답다고 말 할 수 있는 건 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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