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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u Mar 31. 2023

로즈마리 있나요?

부산스럽게 이것저것 정리하느라 날을 그냥 새버렸더니, 오전 10시쯤 갑자기 졸음이 십여분간 몰려오더니 금세 달아났다. 커피생각이 절실했고 마트에서 돌체 라떼를 하나 집어왔다. 1,250원의 득템. 식자재마트에서 돌체 라떼를 세일하는 그날은 득템의 날이다. 이만한 가성비가 없다. 기운이 솟았다. 역시나 기분탓이다.


조금 시간이 남은 틈을 타 나는 늘 그렇듯 요로코롬 노트북을 켜고 가뿐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이 와중에 아침 일찍 도서관에 들러 어제 읽은 책1권까지 야물게 반납하고 나왔다. 어떤 날은 책을 10권, 5권 빌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딱 1권만 빌려 맛깔나게 읽기도 하고 보통은 2-3권을 빌린다. 그러곤 다 읽은 책은 꼭 내 눈 앞에서 안보여야 좋다고 해야할까. 바로바로 반납해주는게 시원시원하고 개운한 느낌이 든다. 도서 반납에 있어서만큼은 완벽하게 성실반납의 여왕이다. 기계로 반납할 땐 쿨한척하며 무척이나 뿌듯해한다.


오늘 아침 조금 읽다 덮은 책은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인데 공감가는 것들이 많다. 오늘 아침은 유독 촘촘히 움직인 듯하다. 꽤 많은 걸 자잘하게 한 것 같은데 아직 12시가 되지 않을 걸 보면 말이다.


성시경의 주옥같은 노래들로 내 감성은 더욱 배가 됐다. 기분좋은 일을 오늘 오전에만 도대체 몇 개를 한거니? 내 스스로에게 잇몸 만개한다.


도서관에 들러 책을 반납하고 슈퍼마켓에 들러 돌체 라떼 하나를 사오는 길에 로컬푸드 마켓에 들렀다. "로즈마리 있나요?" 내가 찾던 사이즈의 로즈마리 화분이 있었다!(내가 찾던 로즈마리가 마침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오늘 하루 일이 잘 풀리겠는 걸. 오늘 하루 출발이 좋은 걸. 운이 좋았어.라며 기뻐한다) 내일 사갈 예정으로 찜.해 놓고 나왔다. 내친김에 타임과 딜도 살까 싶어 근처 화원에 들렀다. 조만간 들어오면 연락주겠다.했다.


요리할 때 설레고 행복해하는 나는, 로즈마리와 타임, 딜을 요리할 때 무척이나 잘 활용한다. 내 레시피는 휘뚜루마뚜루 즉흥적이긴 하지만 맛은 좋다. 사실 제 멋대로인 게 꼭 날 닮았다. 무튼 무슨이유에서인지 로즈마리, 타임, 딜을 직접 키우고 싶어졌다. 요리할 때 필요할 양만큼만 사용하고 싶었다. 사실 은근 구하기가 힘들뿐더러 가격도 비싼편이다.


내일 로즈마리 하나를 사들고 갈 생각에, 원하던 걸 찾았다.는 생각에 나는 마치 큰 일을 해낸 듯한 기분이니, 웬만해선 내 일상이 정말 작디 작은, 사소하다 못해 사소한 일들에 큰 감동을 받는 다는 걸, 그 모든 걸 감사해한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내 삶은 내가 채워나가야 하는 법. 내 마음이 아름다우면 내가 사는 세상도 꼭 그와같이 아름다워보이는 걸 너무 잘 알게 된 나는, 내 마음을 돌보는 일에 무척이나 공을 들이는 편이다.


따스한 햇살에 30분에서 1시간정도 쬐여 주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그 따스함 하나만으로 나는 살아있음을 느끼고 나는 자연으로부터 참 많은 것을 얻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행복하자.라는 말을 하기보단 "초아야, 잘하고 있어! 나는 네가 참으로 대견하단다. 난 네가 너무 좋아!"라고 말한다.


이 와중에 로즈마리를 어디다 놓아야 하나. 밖에다 두어야 겠지?하며, 그때그때 조금씩 뜯어 요리할 생각에 설렘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매일이 새롭게. 재밌게. 나답게. 보내다보면 내 주위는 온통 살맛나는 것들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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