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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작가 Sep 05. 2023

내 삶을 사랑해.

친구들과 수다 중에 빵 터져서 웃다가 웃음을 거둔 적이 있다. 화려한 옷을 입고 집을 나서다가 이래도 되나 싶어 칙칙한 옷으로 갈아입은 날도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부면 어떤가? 나는 여전히 나다.      


남편과 사별하고 과부가 된 지도 어느덧 4년 차가 되었다. 남편이 떠나던 날, 그날 이후로 그 시간에 영원히 갇혀있게 될 줄만 알았는데, 역시나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었다.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갔다. 내 아픔 역시 그 시간과 함께 흘러갔고, 무뎌졌다.     

물론 이렇게 아픔이나 그리움에 무뎌지기까지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단순히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하게’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내가 행복해야 두 아들도 행복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늘 그래왔듯, 행복은 가만히 있는다고 내 곁에 ‘짠’하고 나타나지 않았다. 행복하기 위해 열심히 ‘생각’을 했다. 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고민에서부터가 시작이었다.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의 요소가 다르다. 어떤 사람은 건강이 또 어떤 사람은 부(富)가, 어떤 사람은 평온이 행복의 요소일 것이다. 남편과 사별하기 전까지는 성실하게 노력한 만큼 이룬 결과가 나에게 행복이었다. 목표를 이룬 성취감이나 그로 인한 뿌듯함이 나에게는 행복이었던 것이다. 남편과 사별 후, 성취감은 더 이상 나에게 행복이 아니었다. 가장 소중한 존재를 잃고 나서 나에게 행복의 의미가 재정립됐다. 살아있다는 것, 그 자체가 나에게 행복이었다.     


원래 나는 내 삶을 그다지 사랑하지는 않았다. 성실한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주어진 하루하루에는 성실한 편이었지만, 내 삶에 특별한 애정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살아 있으니 열심히 살뿐이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두 아이에게 유일한 보호자가 된 나는 일 년에 한 번씩은 건강검진을 받는데, 작년 가을 유방에 종양으로 의심되는 게 보인다고 정밀검사를 받자는 소견을 받았다. 마취크림을 바르고 진행된 것이라 통증은 없었다. 덤덤하게 검사를 마치고 지혈을 위해 가만히 누워있는데 불현듯 가슴속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 올라와 목울대를 건드렸다. 울컥, 하더니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 내가 아프면, 나마저 떠나면 우리 애들은…이라는 생각이 시작이었지만, 결국은 미련이었다. 그날 나는 내 삶에 미련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하고 싶은 게 어찌나 많이 생각이 나는지.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시도하거나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이 끝도 없이 떠올랐다.  내 삶이 너무 소중해서 오래도록 붙잡아 사랑해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나는 이제야 비로소 내 삶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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