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엄마, 내 딸을 부탁해

-워킹맘의 철 없는 육아 일기 -

by 어머나

아이를 낳으면 어른이 된다했는데, 나는 아이를 낳고 어리광이 심해졌다.


나는 엄마가 좋았지만, 동시에 무섭고 때로 불편했다. 어린 시절 엄마는 맞벌이를 하셨는데, 피곤에 절어 돌아온 어느 날에는 언니와 나에게 청소든 뭐든 꼬투리가 되어 화를 쏟아내셨었고, 아빠든 언니와 나에게든 그 뾰족한 불만을 필터링없이 던져버리기도 했다. 대체로 엄마는 부정적이었다.


나는 아빠가 좋았지만, 아빠의 어떤 점은 너무 싫었다. 아빠는 대체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내 편에 서주었으나, 가끔 술에 취하면 욱하셔서 다른 사람처럼 구셨다. 엄마와 언니와 나는 숨었다가 아빠가 술이 깨면 울며 불며 아빠 다시는 그러지 말라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꽤 자주 일어났다.


엄마 아빠가 보면 흉될 일을 서두로 적었다고 속상하고 억울하실 일이다. 나는 엄마 아빠를 사랑한다. 세상에서는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 엄마, 아빠 그리고 언니라는 건 기정사실이다. 엄마의 말은 날이 서있지만, 늘 살뜰하게 우리를 챙기셨다. 아빠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사셨고,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돼주셨다.

모든 엄마 아빠가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세상 하나 뿐인 나의 엄마 아빠가 있다 라는 사실은 가슴 뿌듯하고 세상 행복한 일이다.


다만, 엄마 아빠가 너무 소중해서 상처받은 일을 드러내기가 두려워 뭉개고 지냈다.

아이가 태어난 후, 나는 나의 어린시절에 대해 생각해보는 일이 많았다.

우리 딸들에게 엄마 아빠처럼 사랑을 주리라 다짐하지만, 또 한편으론 선을 긋고 싶은 부분이 있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말하기. 욱 하지 않기"


안다. 엄마 아빠는 엄마 아빠가 가진 모든 것을 내게 준 것이라는 걸.

받은 것이 없어 몰랐던 부분들도 배워가며, 열과 성을 다한 것이라는 걸. 그 최선에 감격하면서도, 그것이 최선인 것이 안쓰럽기도 했다.


아마 나의 노력이 언젠가 나의 아이에게도 그렇게 비칠 수 있을거다.

엄마, 잘했어, 고생했어. 내가 엄마에게 그랬던 것처럼 내 딸이 도닥여주는 순간아 올 것 같다.

(나를 기준으로 한다면 아주 늦을 수도 있지만)

나보다는 더 나은 기준으로,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아이를 키우며 나는 엄마 아빠를 다시 보게 됐고, 더 사랑하게 됐다.

세상에 나를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들의 최선은 나에게 만큼은 최고의 사랑이었다.


엄마의 딸이 된다는 건, 딸의 엄마가 된다는 건,

딸이었던 나를 온전히 극복하는 일이고, 엄마를 이해하고, 위로하고, 다시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의 세상은 세 배 이상 넓어졌다. 나를 키운 엄마의 과거, 내가 살아가는 현재, 그리고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가 한 줄로 이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세 갈래가 함께 흘러가기도 한다.


이 글은 워킹맘의 친정과 함께하는 육아 이야기이자

내가 존경하고 사랑해 마지않는 내 아버지 어머니를 위한 헌정사이다.

내가 엄마로 바로설 수 있도록 내게 대지가 되어주어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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