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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j mahal Sep 10. 2023

하나고와 대원외고

#두 아이의 고등학교 진학   

   첫째 아이는 전국자사고인 하나고등학교, 둘째 아이는 특목고인 대원외국어고등학교로 진학했습니다. 첫째가 다닌 국제중학교에서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특목고나 자사고를 지원하는 분위기였으므로,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히 지원해야 하는 줄 알고 맹목적으로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전국자사고 대신 하나고등학교에 지원한 이유는 학원의 도움 없이 혼자만의 힘으로 성실히 공부해 나갈 수 있는 아이의 성향을 고려한 부분이 컸습니다. 하나고등학교는 한 달에 한 번, 그것도 1박 2일 동안만 학교에서의 외출이 허용되었으므로 구조적으로 학교를 다니는 학기 중에는 학원수강을 할 수 없었습니다.  


  첫째와 둘째가 두 살 터울이니, 첫째가 고등학교 2학년을 마쳐갈 무렵 둘째가 고등학교 지원을 했습니다. 일반중학교에 다니던 둘째의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인근에 있는 일반고 내지는 광역자사고를 지원하는 분위기였으나, 둘째를 대원외고에 보내기로 가닥을 잡은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아이가 확실한 문과 성향이었습니다. 아이 스스로도 이과로 대학을 진학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이야기했기에, 문과에 특화되어 있는 대원외고를 생각한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둘째 아이의 경우 주위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성향이라 전체적으로 공부하는 분위기의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자칫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우려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첫째의 경우, 흔들림 없이 자기 공부를 하는 스타일이라 일반고에 보냈다면 대입 결과가 더 좋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렇다고 하나고등학교 진학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3년간 하나고등학교에서 생활하면서 얻은 다사다난한 경험과 좋은 친구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앞으로 아이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소중한 심리적 자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둘째의 경우 대원외고의 경쟁적인 분위기를 버거워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잘 적응해 나갔습니다. 대원외고의 특이점 중 하나를 꼽자면 선후배간의 끈끈한 유대관계입니다. 대원외고 학생들은 타 학교에 비해 선배가 후배를 살뜰히 챙기고, 후배가 선배를 따르는 문화가 공고히 형성되어 있습니다.  


#하나고등학교 입학과 생활  


입학 준비 

  큰 아이가 처음 하나고등학교 진학을 생각한 건 중학교 2학년 즈음부터입니다. 그 이후 본격적으로 중3 여름방학부터는 하나고등학교 진학을 목표로 고등학교 입시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하나고등학교는 중학교 3년간의 교과 성적 40%, 서류 20%와 면접 40%의 비중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므로, 입학 준비는 자기소개서 쓰기와 면접 준비가 주를 이뤘습니다. 자기소개서는 여름방학 내내 붙잡고 작성한 후에도 제출 전까지 10번 이상의 수정을 거쳐 완성하였던 것 같습니다. 자기소개서에는 중학교 때 자신이 공부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심화 탐구해본 사례와 이를 통해 느낀 점, 그리고 오케스트라 활동과 음악 봉사를 통해 배운 경험 등을 깨알같이 적었습니다.   


  하나고등학교 면접은 유명합니다. 3명의 면접관 앞에서 15분간 1명씩 면접장에 들어가 면접을 보는데, 이때 자기소개서와 중학교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질문도 있지만, 하나의 주제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며 경우에 따라 공격적인 압박 면접도 이루어집니다. 하나고등학교 면접에서는 거짓말을 하거나 거짓말까지는 아니더라도 과잉 포장된 답변을 하면 안 됩니다. 해당 답변에 꼬리를 달아 계속적으로 3번, 4번 이어서 압박 질문이 들어오면 거짓말이 탄로 나게 되고 말문이 막혀버리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에 나오는 전체 내용을 비롯하여 기재되어 있는 단어 하나까지 면밀히 분석하여 예상 질문에 대비해야 합니다.  최대한 차분하고 조리 있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압박 질문에도 절대 주눅 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첫째 아이가 면접 준비를 하며 스스로 뽑아본 예상 질문이 약 200개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200개의 질문을 써보고 이에 대한 예상답변을 작성해보고 직접 말로 해보는 것이 면접 준비의 주요 과정이었습니다. 첫째가 입학하던 해에는 예년과 달리 모든 아이들에게 동일하게 주어진 공통질문이 있었습니다. 그 질문은 “행복을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였는데, 아마 아이들마다 답변이 천차만별이었을 것 같습니다. 우스갯소리로, 하나고등학교 면접이 너무 쉬웠다고 느끼면  불합격인 거고 어려웠다고 느꼈어야 합격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마도 아이가 답변을 잘하면 잘 할수록 계속되는 심화 질문으로 난의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학교 생활       

  하나고등학교에 입학한 첫 학기는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좌절의 연속입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받아보지 못한 시험점수를 받아보게 되고, 주변 친구들의 천재적인 능력에 감탄하다 보면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타 고등학교와 달리, 각자 수업을 선택해서 수강하여 본인만의 시간표를 짭니다. 각자 선택한 과목별로 아이들이 교실을 옮겨 다니는 구조입니다. 무계열 수업으로 문.이과 구분 없이 본인이 듣고 싶은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신이 목표로 하는 대학 학과를 고려해서 수업을 듣습니다. 전체적으로 학생의 자율권을 보장해주는 학교 분위기입니다. 

아울러 동아리 활동, 집현, 국제학술심포지엄 등 다양한 활동에 적극 참여한다면 모두 학교생활기록부를 알차게 채울 수 있는 재료들이 됩니다. 


  체(體).덕(德)).지(智)가 하나고등학교의 교육방침입니다. 다른 학교들에 비해 체력의 중요성을 상당히 강조하는데,. 1인 2기라고 해서, 학생들에게 1체육 1예술 수업을 선택하게 하여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수업합니다. 첫째 아이의 경우 바이올린 수업을 90분씩 주 2회, 그리고 요가와 농구 수업을 90분씩 주 2회 참여했습니다. 


  이제 막 중학교를 졸업한 어린 아이들이 4인 1실 기숙사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공부 뿐 아니라 생활적인 면에서도 적응을 해나가야 합니다. 본인은 잠을 자고 싶은데 옆자리 친구가 불을 안 끄고 공부를 할 때, 또 그 반대의 경우에는 불편합니다. 아이들은 밤 늦은 시간에 켜놓은 책상 스탠드 불빛이 옆자리 친구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두꺼운 검은색 하드보드지를 책상 옆에 붙이곤 했습니다. 한 번은 첫째 아이가 창문 바로 아래 위치한 침대에 배정을 받은 때였는데, 창문에서 멀리 떨어진 자리의 친구가 밤늦게 방이 덥다고 창문을 열고는 닫지 않고 잠에 들었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새벽에 추워서 잠이 깼지만, 창문을 열고 잔 아이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듣고는 “왜 추운데 밤새 창문을 열어 놓았느냐”고 말을 하지 그랬냐고 물어보니, 첫째의 이렇게 대답 하였습니다 “그 말을 하면 그 아이와 싸우거나 껄끄러운 관계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서로 기분도 안 좋아지고, 그 일이 신경 쓰여 공부하는 데에도 방해가 될 것 같아서..그냥 참고 아무 말도 안 하는게 나아” 기숙사 생활을 하다보면 집에서 생활했으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생활적인 불편함이 있는 게 맞습니다. 그렇지만 역으로 또 기숙사 생활을 통해 아이들끼리 서로 부대끼면서 양보하고 공감하는 법을 터득하다 보면 모난 성격도 둥글둥글해지고 아이들이 전반적으로 한층 성숙해집니다. 3년간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한 하나고등학교 친구들 간은 일반적인 친구 이상의 유대감을 갖게 됩니다.   


  하나고등학교는 수능시험을 보는 당일에도 집이 아닌 학교에서 시험장으로 단체 버스를 타고 이동합니다. 학교에서 수능 당일 아이들의 보온도시락을 준비해 줬는데, 흰 쌀밥과 소불고기, 멸치볶음, 김치와 배추된장국이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도시락 메뉴가 잊혀 지지가 않습니다.  


#대원외고 입학과 생활 


입학준비 

  둘째는 문과 성향이 뚜렷한 아이였습니다. 중학교 때는 서울교육청 인문영재로 선발되어 서울국제고 영재교육원에서 공부한 경험도 있어서, 고등학교 진학을 서울국제고와 대원외고 사이에서 끝까지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년도별 대입 실적이 더 좋은 대원외고를 선택했습니다. 첫째가 대원외고 옆 건물에 위치한 대원국제중을 다녔을 때 봐오던 옆 학교 대원외고 아이들의 의젓한 모습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고, 첫째의 친한 친구들 중 대원외고를 진학한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에도 왠지 대원학교는 저희 가족에게 익숙했습니다. 주변에서 함께 외고 진학을 고민하던 엄마들 중에는 대원외고의 치열한 내신경쟁에서 아이가 과연 잘 해낼까 하는 걱정 때문에 대원이 아닌 다른 외고를 선택하는 엄마들도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다소 근거 없는 학교에 대한 친숙함 때문이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 아이 본인이 대원외고 진학을 희망해서 대원외고 지원을 최종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대원외고 신입생 선발은 1단계에서 중학교 영어를 필두로 국어와 사회(지리.역사 등) 과목의 성적으로 평가, 2단계에서는 제출한 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를 기반으로 한 면접으로 평가했습니다. 대원외고는 하나고등학교에 비하면 면접 시간 자체가 5분이라 부담이 훨씬 적다고 느꼈습니다. 꼬리를 무는 질문이나 압박 질문은 없습니다. 게다가 둘째 아이는 중학교 때 학생회 활동과 동아리 활동 등을 활발하게 한 경험이 있었고 어릴 때부터 항상 조리 있게 자기주장을 잘 했기 때문에 면접에 있어서는 별 걱정이 안 되는 아이였습니다. 

대원외고 자기소개서에는 중학교 때 참여했던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배운 점과 느낀 점, 아울러 아이가 유독 관심 있어 하던 교육 분야에서의 활동과 포부에 대해 적었습니다. 주말이면 인근 탈북학교에 가서 어린 아이들에게 영어와 수학을 가르쳐 주면서 느낀 점도 기재하였습니다. 


학교 생활 

  대원외고를 진학한 3월 첫 학기에 학교를 다녀온 아이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엄마, 얘들이 모두 (중학교때 다녔던) 영재교육원 얘들처럼 똑똑해”. 

이렇게 둘째 아이의 바쁘고 치열한  대원외고에서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첫째 아이는 고등학교 시절 3년 내내 한 달에 한 번, 단지 1박 2일 동안만 집에 왔기 때문에 고등학교 3년간 학기 중에는 물리적으로 제 눈앞에 없었습니다만, 둘째의 경우 매일 스쿨버스를 타고 등하교하는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아이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는 모습을 매일같이 보니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아이는 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으면 늘 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밤 10시까지 자율학습을 하고 10시 30분쯤 집에 돌아오면 스쿨버스 내리는 곳에 제가 마중 나가 있기도 했고, 간단한 야식을 먹으며 그날 일과를 재잘재잘 엄마에게 이야기하면서 그나마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았습니다. 


   대원외고는 공부 양이 많고 모든 일정이 무척 타이트하게 짜여 있어, 아이가 발 빠르게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모든 일에 대처해야 했고, 그야말로 1분 1초를 아껴가며 여러 사항들을 처리해야 했습니다. 물론 공부는 열심히,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습득해야 했습니다. 특히 매 학기별로 준비해야 하는 영어 발표 수행평가를 부담스러워 했는데, 주어진 주제로 본인이 작성한 내용을 3분 길이로(정확히 3분에서 10초 이상 넘기거나 모자라면 감점입니다) 발표하는 것이었습니다. 내용적인 면과 발표력을 모두 평가받았는데, 은근한 경쟁, 점수에 대한 욕심 그리고 실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합쳐져서 긴장감이 팽팽했습니다. 어디나 고등학교 생활은 힘들겠지만, 특히 대원의 경우 지치지 않는 마음을 유지하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대원외고 아이들이 펼치는 축제의 수준은 대단합니다. FOLA(Festival of Limitedless Adventures)라는 이름의 축제에는 아이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한 공연들을 선보입니다. 각 과별로 민속춤 공연이 이루어지는데, 프랑스어과의 캉캉과 왈츠, 스페인어과의 플라밍고, 독일어과와 일본어과는 각 나라의 민속춤을 화려하게 펼쳐 보입니다. 또 특이한 점이, 이 민속춤 공연에는 1학년 아이들이 참여하는데, 민속춤을 전수해주는 지도자들은 바로 윗 학년인 2학년 선배들입니다. 축제를 통해 대원의 아이들은 선후배간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서로 힘을 합쳐 무언가를 온 열정을 다해 완성해내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둘째 아이가 2학년 때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줌(zoom)을 통한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1학년 때 그렇게 정신없이 바쁘던 생활 패턴에서 벗어나자 아이들끼리 “우리 1학년 때 어떻게 그렇게 매일 야간자율학습까지 했었지?”라고 서로 얘기했다고 합니다. 3학년에 올라와서는, 모든 고3은 정상 등교하는 것으로 정부 방침이 정해졌고, 이에 따라 고등학교 3학년 하이 텐션의 생활이 시작하였습니다.   

  대원외고는 각 대학별 면접고사 준비 시,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인 졸업생들이 늦은 밤까지 학교에서 후배들의 면접대비를 도와주는 전통이 있습니다. 대학생 아이들이 바쁠 텐데 어떻게 그렇게 고등학교에 시간을 내 와주는지 의아했는데, 둘째 아이 역시 대학교 1학년이 되자 고등학교 후배들을 위해 손수 모의면접 질문지와 모범답안을 작성해 몇 날 몇 일 학교에 가서 후배들의 대입면접 지도를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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