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출장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지 1달 남짓 지난 4월 초에 8박 9일간의 프랑스 출장이 잡혔습니다. 매년 그맘때면 정기적으로 가는 출장이었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매일 저녁 아이와 함께 다음날 학교 준비물 챙기기 전쟁을 치르고 있던 중이었기에, 엄마의 도움 없이 어떻게 준비물을 빠뜨리지 않고 챙겨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출장 전날 밤, 깨알같이 노트에 적어 준비물 챙기는 노하우를 남편에게 인계해 주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 프랑스 현지 공중전화에 전화카드를 넣고 하루에 한 번씩 서울 가족들과 짧게 통화했습니다. “준비물 잘 챙겨가고 있지?”라고 물으면 남편과 아이들은 “그럼, 잘하고 있지. 걱정 말고 잘 지내다 와”라고 답했고, 만리타국 출장지에서 어찌할 도리도 없었거니와 일도 바빴으므로 그렇게 출장이 지나갔습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아빠의 도움 없이 아이 혼자 책가방을 다 챙기고 있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아빠한테 좀 도와달라고 하지 그랬어?”라고 말했을 때 아이의 대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아빠한테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것보다 내가 그냥 챙기는 게 더 편해서 내가 했어.”
그 이후, 큰 아이는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줄곧 엄마의 도움 없이 혼자 책가방을 쌌습니다.
일과 가정을 병행해야 하는 워킹맘은 한정된 에너지를 분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초등학교 갓 입학한 아이를 두고 출장을 간 뻔뻔한 엄마의 자기 위안일 수도 있겠지만, 엄마의 방목형 양육이 아이들에게 득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 역시 생존 본능으로 바쁘고 정신없는 엄마를 믿느니 자신의 일은 자신이 직접 챙기는 습관이 들고, 이를 통해 책임감과 독립심이 다져집니다. 혹시나 아이들이 ‘엄마의 부재’를 ‘자신들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라고 오해하지는 않을까 때때로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아이들은 엄마의 직장 생활을 이해하고, 엄마 없이도 스스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이의 독립심 키워주기
물론 어린아이들을 두고 출장을 가는 방법 외에 아이들의 독립심을 길러줄 수 있는 더 좋은 방법들이 무궁무진합니다. 아이의 수준에 맞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도록 해주는 게 좋습니다. 간단한 집안일 중에서 아이가 분담해서 할 만한 것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쓰레기 분리배출하기, 수저 차리기나 신발 정리하기 등의 일을 아이가 담당해서 하게 한다면 독립심을 기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칭찬을 먹고 자랍니다. 무언가 작은 일을 혼자 해냈을 때 엄마가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감동하는 모습을 보이며 “우리 ㅇㅇ이는 최고야”라고 칭찬해 주면 아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뿌듯해합니다. 아이가 현관의 신발들을 혼자서 깨끗이 정리했을 때 “우리 ㅇㅇ이 없었으면 이 많은 신발들을 엄마 혼자 어떻게 정리했을지 상상도 할 수 없는 걸? 혼자서 이걸 해내다니 정말 대단해”라고 이야기하면 됩니다. 아이는 언제 또 신발 정리를 할 수 있을까 기대에 차게 될 것입니다. 이렇듯 작은 성취감이 아이에게 자신감을 주고,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서 독립심 높은 아이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무언가를 혼자 하는 모습을 어른의 눈으로 보면 무척 답답할 수 있습니다. 혼자 샤워를 하는 6살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엄마가 팔을 걷어붙이고 빨리 씻겨주고 싶겠지만 “옳지, 그렇게 등도 깨끗이 씻으니 좋네, 겨드랑이도 한 번 샤워기로 씻어보면 어떨까?”라는 식으로 조언을 해주며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를 느긋하게 기다려 주는 게 좋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이를 독촉하거나 “에효, 답답해, 그것도 못하면 어떻게 해?”라는 식의 눈빛을 보내거나 못마땅한 마음에 나지막이 혼잣말을 한다 해도 아이는 엄마의 마음을 금세 눈치챕니다. 아이가 무언가를 혼자 할 때 엄마가 아이를 다그치지 않아야 하며, 또 자칫 실수를 했을 때 아이에게 윽박지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유를 혼자 따르다가 쏟았을 때 반사적으로 나올 만한 말이 “왜 또 그걸 쏟아? 조심했어야지!”이지만, 이런 질책의 말은 꾹 참고 안 하는 편이 좋습니다. 쏟지 않고 따르는 요령을 설명해 주고, 누구나 우유를 쏟을 수 있으니 괜찮다고 말해주면서 행주를 가져와 테이블을 닦는 법도 알려주면 되는 것입니다. 집이 좀 엉망이 되더라도 “나 혼자 해냈어!”라고 얘기하며 뿌듯해하는 아이를 보며 미소 지어 주는 엄마가 되어 봅시다.
#아이의 독립심과 자기주도학습의 상관관계
입시 관련 서적들과 대치동 입시설명회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단어 하나를 꼽자면 ‘자기주도학습’ 일 것입니다. 자기주도학습의 사전적 의미는 ‘학습자 스스로가 학습의 참여 여부에서부터 목표 설정 및 교육 프로그램의 선정과 교육평가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전 과정을 자발적 의사에 따라 선택하고 결정하여 행하게 되는 학습형태’입니다. 여기서 키워드는 자발적 의사, 선택과 결정입니다.
부모의 과잉보호 하에 자란 의존적인 아이는 자기주도학습을 어려워하기 마련입니다. 아이가 공부에 전념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공부 외 모든 사소한 일들을 엄마가 대신해 주면서, 아이가 공부만은 스스로 하기를 바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따로 시키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공부 계획을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공부해 나가기를 바란다면, 어린 시절부터 독립심을 갖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자신의 방에서 나온 쓰레기를 스스로 내다 버리는 아이, 자신이 먹은 밥그릇과 수저를 개수대 위에 옮겨다 놓는 아이는 단순히 집안일을 돕는 착한 아이가 아니라 자기 주도적인 생활 습관을 가진 독립적인 아이인 셈입니다. 이렇게 생활 속에서 연습하는 자기 주도성은 학업과도 직결됩니다. 학습은 시작부터 끝까지 아이가 스스로 해야 할 몫이고 어느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지 계획하고, 실제로 공부를 하고, 공부를 되돌아보는 학습의 전 과정을 스스로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항상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생활을 해온 아이가 아닌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생활을 해온 아이여야 유리할 것입니다. 님, 커피 한 잔에 글 쓰기 좋은 저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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