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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j mahal Sep 10. 2023

한 걸음 한 걸음 최선을 다해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 “끝이 좋으면 다 좋다”(All’s Well that Ends Well)는 희곡이 있습니다. 두 살 터울의 자매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고군분투했던 지난 20년간의 세월을 되돌아보면, 늘 아이들이 잘 자라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던 기억입니다. 현재 두 아이 모두 서울대학교에  입학해 현재 약학대학 4학년과 사범대학 2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첫째에 이어 둘째 아이가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후, 3월 신학기에 아이들이 함께 등교하는 모습을 보며 느꼈던 뿌듯함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습니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의 대학 입학과 동시에 아이들을 키우며 힘들었던 모든 크고 작은 일들은 한 순간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물론 대학 입시는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나갈 긴 인생에서 하나의 관문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경쟁 사회 속 첫 번째 마라톤을 성공적으로 일단락 했다는 의미에서, 운 좋은 엄마 입장에서는 그 무엇보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 땅에서 워킹맘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모든 엄마들을 존경합니다. 그 험난한 여정을 마음 깊이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첫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양쪽 집안에서 육아 철통방어에 들어갔습니다. 회사 다니는 딸 때문에 자칫 외손녀를 떠맡을 위기에 놓이신 친정 엄마, 매일같이 참가하시는 친목 모임을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으셨던 시어머니, 두 분은 마치 약속이라도 하신 듯 입을 꾹 닫으시고 첫 손녀를 봐주겠다는 말씀을 끝까지 안하셨습니다. 당시에는 두 달뿐이었던 출산휴가를 마치고 돌봄 아주머니께 백일도 채 되지 않은 어린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는 발걸음은 천근같이 무거웠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는 워킹맘을 그리 배려해주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단 두 달의 출산 휴가를 가는 것조차도 회사에 눈치가 보였고, 육아 휴직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며 회사에 매일 출근하는 일이 버거워 사직을 심각하게 고민한 날도 많았습니다. 일하는 엄마다보니 육아 정보가 부족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해주지 못해 늘 노심초사했습니다. 특히 업무 특성상 해외출장이 잦아 아이들을 시댁에 맡겨 놓고 1년에도 수차례 유럽으로 중동으로 출장을 다녔으니, 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언제나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내 손으로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었으므로, 일에 쫓기지 않는 유일한 공간이자 휴식처는 기나긴 출장길 비행기 안이었습니다. 남들은 힘들다고 하는 장거리 비행이 제게는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없이 쉴 수 있는 달콤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탑승 직후부터 서울 시간으로 시계를 맞춰 놓고 시차 적응을 시작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시차적응을 해 최대한 비몽사몽한 시간을 줄여 아이들과 놀아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늘 부족한 엄마라는 죄책감이 마음 한쪽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스케줄이나 과목별 진도를 세심하게 관리해주는 다른 엄마들을 보면 뭔가 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만큼은 아이들이 온전히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던 이유입니다. 그 결과 누군가 제게 인생에서 가장 큰 수확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두 아이들과 이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된 것’이라고 답하겠습니다.  

  주변에서 육아와 입시 경험을 책으로 써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내심 아이들의 대학 진학에 있어 엄마로서 특별한 역할을 한 게 없다는 생각에 엄두가 안 났습니다. 또 제각기 다른 기질을 가진 아이들을 위한 하나의 일관된 육아법이 존재할지조차 의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어린 아이를 키우는 직장 동료들이 육아에 대한 고민 상담을 해올 때면, 나와 두 아이들이 함께 걸어온 길이 대한민국에서 입시를 치르기 위해 아이와 함께 첫발을 내디딘 모든 엄마들에게 생생한 안내서가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주변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저녁 늦은 시간까지 영어와 수학 선행학습 학원에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맹목적으로 사교육에 집착하는 것만이 대학입시 성공의 길이라고 믿는 엄마들에게 꼭 저의 육아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부족하게나마 아이들을 키운 경험을 글로 적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비록 아이들을 잘 키우는데 있어 정답은 없지만 드

넓은 사랑으로 아이에게 일관되고 건강한 인생관을 이야기해주고, 아이가 크면

서 겪는 매 도전과 고비의 순간 아이와 눈을 맞추며 “너라면 할 수 있어” 

내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엄마는 너를 응원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엄마의 

가장 큰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부모는 세계와도 같기 때

문에, 엄마로부터 인정받는 느낌은 온 세상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과 다름 없

습니다. 아이의 인생에서 둘도 없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는 것과 더불어 

엄마와 아이 간의 관계 형성, 그 교감의 밀도를 어떻게 키워 나가느냐가 육아

에서나 입시에서나 가장 기본이 되는 기틀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피해갈 

수 없는 대입의 여정, 아이가 지치지 않고 현명하게 그 길을 헤쳐 나갈 수 있

도록 엄마는 아이와 끊임없는 정신적 교감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욕심이 앞서, 필요 이상으로 모든 것을 아이를 대신

해 엄마가 아이의 모든 것을 해주려고 들거나 아이의 인생을 대신 설계하려고 

들면 아이는 독립적이고 씩씩하게 자라나지 못합니다. 아이의 인생은 어디까지

나 아이의 몫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가 커가면서 엄마가 기대

치를 더 낮게 혹은 더 높게 조정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만 언제나 인내심을 가

지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함께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아이가 성장하는 매 과정에서 엄마가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아이 스스로 공부를 잘하고자 하는 동기는 과연 어떠한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에서 기인하는지, 우리 아이에게 맞는 학교 선택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상세히 담아내고자 합니다. 두 아이를 하나고등학교와 대원외고를 거쳐 각각 서울대학교 이과와 문과에 진학시킨 한 워킹맘의 육아와 입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물론 아이를 잘 키우는 데는 정답이 없습니다. 단지 매 순간 한 걸음 한 걸음 최선을 다하면서 사랑스런 나의 아이와 함께 하는 인생을 즐길 준비를 하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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