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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Aug 17. 2024

#7 도깨비의 방문

[소설] 원곡동 쌩닭집-7화-끔찍한 것들 ② 끔찍한 것들

그 순간 달이 누나가 주머니에서 튀어 오르더니 점점 커지면서 사람의 형상으로 변했다. 변한 얼굴은 어제 본 긴 머리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얼굴과 옷차림이었다. 사람과 같이 커진 달이 누나는 바로 내 검은 왼손에서 엄마의 포스트잇을 낚아채더니 읽기 시작했었다. 포스트잇을 다 읽은 달이 누나는 덜덜 떨면서 나를 쳐다보면서 비명을 질렀다.

“아악... 우리 진짜 큰일 났다.”     


달이 누나가 비명을 지르는 순간 온몸의 닭살이 우두두 돋기 시작했다.      


“누나 그러면 아저씨 모시고 칼 가지고 올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칼로 될 문제가 아니야!”

“칼로도 안 된다면, 톱 같은 더 강력한 무기가 필요할까요? 진짜 큰일 났네요. 이거 어쩌죠? 제가 지금 아저씨에게 바로 보고할게요. 우리끼리 쉬쉬하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     


우당탕탕    

 

그때 내 방 안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누나, 저 방에서 무슨 소리 나지 않았어요?”

“그치? 나도 들었어.”     


달이 누나는 방문을 보면서 비 오듯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조용히 움직여서 부엌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나는 나를 보면서 움직이지 말라고 제스처를 취했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쉿. 조용조용. 저 방에 결계를 쳐서 저 사악한 것들을 못 나오게 해야 하는데.”

“결계요? 누나 결계도 칠 줄 아세요?”

“아니, 그런 방법이 있다는 거지.”     


나는 소리가 나는 방문을 다시 바라봤다.   

   

“저 안에 도대체 무엇이 있는 걸까요?”

“이야기했잖아.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존재들이라고.”     


그 순간이었다.      


***     


와아아아아아아!!!!!!!!!!!!!!!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12명의 아이들이 마당으로 뛰어나왔다. 아이들은 각각 6명씩 나와 누나의 얼굴과 몸, 팔다리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아저씨. 아줌마. 우리랑 놀아줘요!”     


나는 머리에 매달린 아이를 떼어 놓으면서 물었다.      


“달이 누나, 누나가 말한 끔찍한 것들이 설마 얘네들이에요?”

“아아악.. 정말 싫어. 12 지신 아이들, 미운 일곱 살이야. 아악. 나 아줌마 아냐. 이 사악한 것들아.”     


달이 누나가 기겁을 하면서 아이들을 향해 손사래를 쳤다. 아이들은 그런 우리들을 보고 더 까르르 거리면서 우리들의 몸에서 떨어져서 방 안과 마당을 쿵쿵거리면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어찌나 애들이 심하게 뛰어노는지 집 바닥이 울릴 정도였다.      


‘아.. 이렇게 뛰면서 시끄럽게 하면 옆집 할아버지가 뭐라고 하실 텐데. 큰일 났네.’     


내가 걱정하거나 말거나 열두 명의 아이들은 신나게 방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일부는 방안의 베개와 같은 물건들을 집어던지면서 집안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었다.     

***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옆집에서 할아버지가 크게 소리쳤다. 너무 시끄러워서 옆집에서 사시는 할아버지가 담장 건너편의 우리 집을 보기 위해서 우리 집 담장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담장 앞으로 후다닥 뛰어갔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할아버지는 똥그래진 눈으로 내 뒤를 쳐다보면서 아무 말이 없었다.     


“아.. 안녕하세요, 갑자기 시골에서 사촌 조카들이 올라와서 죄송합니다. 조용히 하라고 잘 타이르겠습니다.”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내 뒤를 응시했다. 갑자기 조용해진 뒤에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뒤돌아 본 그곳에는 아까 그 아이들만 한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의 귀여운 12 지신 인형들이 옥탑방 마당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었다. 놀란 나도 아무 말 없이 할아버지와 같이 고개를 돌린 채 마당을 바라봤다. 마당 한가운데는 날계란 하나가 데구루루 굴러다니고 있었다.      



***     


“아니 방금 전까지 마당에서 애들 뛰어다니던 소리가 들렸는데 이상하네.”

“아.. 지금 사촌 조카들이 다들 방에서 놀고 있거든요. 조용히 하라고 잘 타이르겠습니다.”

“그래? 사촌 조카들은 몇 살인데?”

“어.. 일곱 살이요.”

“모두?”

“어... 네네. 다 같은 일곱 살입니다.”

“아이고, 말 제일 말 안들을 때구만. 괜찮아. 뛰어놀라고 해. 그 나이 때는 다 뛰어놀면서 살아야지. 요새 애들은 다 학원 간다 어쩐다 하면서 뛰어놀지도 않더라고. 나 이만 갈게.”

“그러면 조금 시끄러워도 좀 양해 부탁드릴게요.”

“조카들 언제 가는데?”

“내일 다시 시골로 내려갑니다.”

“그래. 알았어. 걱정 안 해도 돼.”

“양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들어가세요.”     


할아버지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셨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뒤를 돌아봤다. 집 마당에는 여전히 12 지신 인형들과 계란으로 변한 달이 누나만 있었다. 달이 누나가 움직이지 않고 눈만 움직여서 슬며시 내 쪽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인간 할아버지는 가셨니?”     

“네, 방금 가셨어요. 다행히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거 같아요. 그런데 누나는 그렇게 변했다 쳐도, 얘네들은 어떻게 된 걸까요?”     


달이 누나는 데구루루 구르더니 내 앞에 와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끔찍한 것들은 인간 할아버지를 보면 12분간 인형으로 변해, 이제 11분 30초 남았다. 그 안에 빨리 우리 머리를 맞대고 같이 방안을 강구해 보자.”     

“인간 할아버지요?”

“어. 인! 간! 할아버지. 할머니는 안되고. 아저씨 아줌마도 안되고, 처녀총각이나 인간 어린이도 안되. 오로지 인!간! 할아버지”


***     


“와, 신기하네요. 난 또 엄청 걱정했지 뭐예요. 누나가 하도 끔찍한 것들이라고 해서.”

“너 애 안 키워봤구나?”

“아.... 네.”

“일곱 살 아이가 생떼 부리는 걸 네가 안 봐서 그래. 그것들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사악한 것들이지.”

“그나저나,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얘네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순간 전화가 왔다. 발신인을 보니 아저씨였다. 나는 전화를 받았다.     

 

“아 예. 아저씨,”     

“너 어디냐? 빨리 안 오고 뭐 하냐? 아이스크림 하나로 오늘 오후 시간 때우려는 거면 어림도 없다. 오늘 도깨비가 가져갈 닭을 포장하고 준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도깨비요? 어.. 네네. 바로 갈게요.”     


나는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는 달이 누나를 보면서 크게 말한 후, 대문을 열고 총알같이 도망쳤다.      


“누나. 퇴근 전까지 애들을 부탁할게요. 죄송해요!”

“야!!!!!!!!! 이 12 지신보다 더 못된 놈 같으니라고!”     


달이 누나는 데구루루 구르더니 다시 청바지를 입은 여성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달이 누나가 변하기 전에 나는 후다닥 문밖으로 뛰어가면서 소리쳤다.      


“누나, 죄송해요!!!! 오늘 칼퇴하고 끝나면 바로 올게요. 잘 부탁드려요.”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저 멀리 보이는 ‘원곡 쌩닭집’으로 줄행랑을 쳤다.    

  

***     


쌩닭집 안에서 나를 기다리던 아저씨는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면서 말했다.    

  

“도깨비 이과장이 가져갈 닭고기 준비 거의 다 했는데. 포장만 하면 된다.

”네, 준비하겠습니다,”     


나는 시치미를 뚝 떼고 쌩닭집 문을 통해서 멀리 보이는 집 정문을 바라봤다. 집 문틈 사이로 달이 누나가 도깨비보다 더 무서운 처녀 귀신으로 변해서 흰 소복을 입은 채 허연 얼굴에 새빨간 눈과 입으로 ‘이 쓰벌노무시키’라고 욕하고 있었다.



긴 머리를 아래로 늘어뜨리고 나를 노려보고 있는데, 인형으로 변한 지 12분이 지났는지 갑자기 아이들이 나타나 까르르 거리면서 흰 소복을 입은 누나의 머리를 잡고는 뒤로 끌어당겼다.      


“야야야. 이거 놓고! 아악..”     


나는 거의 소리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 ‘죄송해요 달이누나. 12 지신 애들 오늘만 잘 부탁드려요. 나중에 다 갚을게요.’라고 말한 후, 도깨비 손님이 가져갈 닭고기를 포장하기 시작했다.     

 

***     


닭고기 포장을 마친 나는 아저씨를 보면서 말했다.   

   

“아저씨, 그런데 도깨비는 어떻게 생겼어요?”      


아저씨는 내 뒤를 응시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저렇게 생겼지. 거기, 이 과장 오래간만이네.”

“네? 이 과장이요?”     


아저씨의 말을 들은 나는 뒤돌아봤다. 내 눈에는 허공에 떠있는 주먹만 한 붉은 헝겊이 보였다. 둥둥 떠다니는 붉은 헝겊을 본 나는 얼음이 되었다.


그 순간 공중에 뜬 붉은 헝겊이 있던 곳에서 모자를 벗는 도깨비가 나타났다. 그는 황급히 감투를 벗어서 아저씨에게 90도로 인사를 하면서 말했다.


아저씨가 말한 도깨비는 키 165cm 정도의 평범한 인간과 같이 생긴 남자였다. 감투를 벗은 도깨비의 이마 양쪽으로 2cm 정도 되는 작은 뿔 두 개가 보였다. 도깨비는 아저씨를 향해서 허리를 굽신거리면서 말했다.     


“아이고, 부장님, 제가 감투를 벗는다는 것을 그만 깜빡했습니다.”

“그런 신물은 아무 때나 함부로 막 쓰고 다니는 거 아니다. 용신이 알면 대노한다.”

“네네 그럼요. 그럼요.”     


도깨비감투를 손에 쥔 그의 얼굴에 비지땀이 마구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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