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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Aug 17. 2024

#8 도깨비 감투 이야기

[소설] 원곡동 쌩닭집-8화-끔찍한 것들③도깨비감투

가게 안을 들어온 도깨비는 아저씨에게 인사를 한 후, 나를 보면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삼신할매를 모시는 도깨비 이 과장이라고 합니다.”

“도.. 도깨비 이 과장님이요? 어... 지금 닭고기 포장이 거의 다 끝났습니다. 잠시만요.”

“네. 감사합니다.”     


이 과장이라고 한 도깨비는 내 옆으로 스윽 다가오더니 귓속말로 이야기했다.    

  

“이준 님, 저는 다 들었어요.”

“네 뭘요?”     


놀란 나는 도깨비를 쳐다봤다. 그는 내 귀에 대고 다시 소곤거렸다.      


“여기서는 좀 그렇고 잠시만.”     


도깨비는 나를 잡더니 쌩닭집 밖으로 나와서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죄송해요 달이누나. 12 지신 애들 오늘만 잘 부탁드려요. 나중에 다 갚을게요”라고 혼자 중얼거리신 걸요.”

“헉.. 귀 밝으시구나.”     

“도깨비는 십 리 밖에서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답니다. 근데 12 지신 애들이 깨어났나 봐요? 걔네들 다루기 정말 힘든 애들인데. 우리 달이 누님 고생 좀 하시겠네.”

“어? 12 지신 아이들을 다루는 방법을 잘 아세요?”

“걔네들을 다루는 방법은 딱 한 가지가 있지요.”

“뭔데요?”     

“재미있는 전래동화를 들려주면 돼요.”



“재미있는 전래동화요?”

“네, 아무리 12 지신 아이들이 깨어나서 난장판에 통제 불능이 되더라도, 재미있는 전래동화를 들려주면 바로 모여서 열심히 들은 후”     


이 과장은 빙그레 웃으면서 나를 쳐다봤다. 나는 이 과장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보면서 물었다.     


“재미있는 전래동화를 12 지신 아이들이 들은 후에는요?”

“귀여운 12 지신 인형이 되어서 12시간 잠을 잔답니다. 그때 애들을 들어서 원하는 곳으로 옮기면 돼요.”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저 그런데 재미있는 전래동화에는 뭐가 있을까요?”

“엄청 많은데, 하나를 고르기 너무 어려운데..”

“뭘 이야기를 해주지? 아, 혹시 달이누나가 잘 알지 않을까요?”

“달이 누님은 사실 아이들 극혐 해요, 지금 아마 지옥을 맛보고 있을걸요?”     


달이누나 이야기를 하면서 이 과장이 흐흐흐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저, 혹시 도깨비님,”

“네? 말씀하세요. 그리고 앞으로 저는 이 과장으로 불러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이 과장님, 죄송한데 저 한 번만 도와주시면 안 돼요? 12 지신 아이들이 혹할만한 재미있는 전래동화 이야기 하나만 저에게 좀 알려주세요.”

“아이.. 그거는 그냥 이야기만 해서는 안되는데. 재미없는데.”

“그럼요?”

“사운드가 중요하죠. 같은 이야기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그 들리는 맛이 다르거든요. 특히 아이들 에게는요, 음...”     


이 과장은 잠시 고민하더니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난 듯 ‘아하’ 하면서 자신의 손으로 머리를 탁 치면서 말했다. 머리를 치니 모자가 살짝 벗겨지면서 이마 양쪽의 작은 뿔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 과장은 뿔이 보이지 않게 모자를 고쳐 쓰면서 말했다.      


“도깨비감투 이야기가 좋을 거 같아요.”

“도깨비감투요? 그.. 머리에 쓰면 투명인간이 된다는 전래동화 말씀하시는 거죠?”

“네, 맞아요. 마침 수리를 맡기기 위해서 도깨비감투를 제가 가지고 왔거든요.”

“도깨비감투를 수리 맡긴다고요? 도깨비감투라는 거, 그게 진짜 있는 거예요?

“아니, 아까 제가 쓰고 온 거 보셨잖아요. 어허이.. 참..”

“아 맞다. 아까 봤죠.”     


이 과장은 들고 있던 가방을 주섬주섬 뒤지더니, 작은 감투 하나를 꺼냈다. 자세히 보니 검은 갓의 기둥보다는 좀 더 둥그런 모양으로 된 감투는, 수리를 맡기기 전이라 그런지 군데군데 해져 있었고, 특히 감투 정면에는 눈에 띄는 빨간 헝겊으로 커다랗게 메꾼 곳이 보였다.     


***     


“이게 바로 그 도깨비감투랍니다. 도깨비감투랑 도깨비방망이, 그리고 도깨비부채는 우리 도깨비들의 3대 영물이고, 지금은 삼신할매가 다 금고에 보관 중입니다.”

“이 감투를 쓰면 투명인간처럼 안 보이는 거예요?”

“다 안 보이지는 않고, 아까처럼 요 빨간 헝겊만 보이겠죠? 이렇게요.”    

 

이 과장은 손에 든 감투를 자신의 머리에 썼다. 그 순간 이 과장의 몸이 투명인간처럼 변하더니 공중에는 방금 전 쌩닭집에서 보았던 것처럼 감투를 메웠던 빨간 헝겊만 둥둥 떠 있었다.      


“대박이네요. 이거. 근데 이 빨간 헝겊이 옥의 티네요.”

“한동안 그게 문제였는데, 얼마 전에 여기 원곡시장에서 양장점을 운영하는 거미요괴 양장할매가 고칠 수 있을 거 같다고 연락이 와서 오늘 가지고 왔죠.“

“거.. 거미요괴요? 그러면 저기 시장에서 오랫동안 양장점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이 거미요괴?“


이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저 그런데 아까 삼신할매라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네, 저는 삼신할매를 모시고 있는 도깨비 이 과장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나저나 이 감투를 만드는 재료가 뭐예요? 빨간 헝겊 사이즈만큼 무언가로 메워야 할 텐데.”

“도깨비감투는 용신님의 꼬리털과 거미할매의 실로 이어서 만든답니다.”

“용신님이요?”

“네, 사실 그동안 삼신할매가 이 도깨비감투를 고치고 싶어 했는데, 용신님이 꼬리털을 안 주셨죠. 용신님의 꼬리털은 그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한 물건이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웬일인지 흔쾌히 꼬리털을 좀 줄 테니, 수리를 하라고 하시네요. 그래서 오늘 삼신할매가 창고에서 감투를 꺼내주셔서 이렇게 원곡동으로 가지고 왔어요. 이곳에 온 김에 닭고기도 좀 사구요. 겸사겸사.”     

“그렇구나.”     


나는 순간 용이라는 거대한 신이 스스로 뒤로 돌아서 입으로 엉덩이에서 꼬리털을 뽑는 것을 상상해 버렸다. 나는 흐흐흐 웃으면서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빨간 헝겊을 바라봤다. 빨간 헝겊이 내 얼굴을 향했다.     

 


“그나저나 기왕에 제가 오늘 도깨비감투를 썼으니, 이 상태로 12 지신 아이들에게 가서 전래동화 이야기를 해 줄까요?”

“앗, 그러면 너무 감사하죠. 이 과장님, 그러면 이따가 제가 저녁 살게요.”

“좋아요, 가시죠. 12 지신 아이들은 어디 있어요?”

“이 과장님, 그 상태에서 저를 조용히 따라오세요. 여기 사람들이 보면 좀 그래서요.”

“아하, 오케이, 감투 쓰고 조용히 이준 님을 따라갈게요.”     


집으로 돌아가는 내 뒤로 작은 빨간 헝겊이 마치 바람에 휘날리는 것처럼 둥둥 떠서 따라오고 있었다.    

 

***     


“왜 이제 오는 거얏!”     


집으로 들어가자 마당 한가운데서 12명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서 고초를 겪던 달이누나가 우리를 보면서 소리 질렀다.     


“누나, 우선 진정하시고요. 저기 이 과장님?”     


뒤를 돌아보니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빨간 헝겊이 보였다. 헝겊은 둥둥 떠서 마치 기차와 같은 경적 소리를 내면서 아이들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삐이이이익!!! 칙칙폭폭 칙칙폭폭     


“계속 떠들면 기차 아저씨가 재미있는 도깨비감투 이야기 안 해준다!!”      


난장판이던 아이들이 순간 동작을 멈추더니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빨간 헝겊을 보고는 호기심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 과장이 도깨비감투를 벗으면서 쨘~ 하고 크게 소리를 치자 눈앞에 순식간에 나타난 도깨비를 본 아이들이 와!!! 하면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 과장은 의성어와 의태어를 적절하게 이용하면서 어른이 들어도 재미있는 도깨비감투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 옛적에 평생 뼈 빠지게 일만 하던 한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어느 날 할아버지가 '아이고 힘들어~~' 하며 한숨을 쉬니까,

어디선가 다리가 하나인 도깨비가 노인에게 와서

'이거 드릴 테니 한번 써 보시죠?' 라며 도깨비감투를 내놓고 갔어요!!     


이 과장이 감투를 들고 다리 하나로 콩콩거리면서 뛰면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자, 아이들이 까르르 웃기 시작했다.     


“말 잘 듣는 어린이 여러분 ~ 도깨비가 준 이 감투를 쓰면 어떻게 될까요?”     

“몰라요”

“예뻐져요”     


아이들은 손을 들더니 저마다 마구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도깨비가 준 이 감투를 쓰면 이렇게 안 보이게 돼요!”     


이 과장이 감투를 쓰자 허공에는 빨간 헝겊이 둥둥 떠 있었다. 아이들이 와!!! 하면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빨간 헝겊으로 변해요.”     

“어린이 여러분, 이 빨간 헝겊은 우리 눈에 안 보이는 겁니다. 우리 약속!”

“네! 빨간 헝겊 안 보여요.”     


감투를 벗자 도깨비감투를 손에 든 이 과장이 다시 나타났다. 아이들이 와!!! 하면서 박수를 쳤다. 감투를 벗은 이 과장은 도깨비감투 전래동화 이야기를 계속했다.     


어느 날 하루는 할아버지가 담배를 피우다가

불똥이 튀어 이 도깨비감투에 그만 구멍이 나 버렸어요.

그래서 할머니가 붉은 실과 천을 사용해서 구멍을 메꿨는데

그래서 도깨비감투를 쓰면

붉은 천만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 과장이 다시 감투를 쓰니, 허공에 뜬 빨간 헝겊이 둥둥 떠 있었다. 아이 중 하나가 말했다.      


“아무것도 안 보여요. 우리 아까 약속했어요!”

“아니에요. 이제는 빨간 헝겊이 보이는 거예요!”     


이 과장이 버럭 하자, 아이들은 재미있다는 듯 다시 까르르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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