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원곡동 쌩닭집-62-헬레네의 환상 코스메틱숍
원곡 카지노에서 마라 파피야스에게 붙잡혔던 요괴차사 도윤과 미호, 그리고 일곱 분의 금룡신들과 헬렌이라는 금발의 여성을 구해준지 약 한 달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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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달이 누나와 시장 골목을 걸어가고 있는데, 이발소 건너편이자 달이 누나의 무인편의점 바로 옆 가게에 원곡동에 사는 요괴와 귀신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달이 누나가 그곳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며칠 전에 복덕방 돈사장이 곧 화장품가게 개업한다고 하던데 오늘이었구나, 뭐 공짜 선물이라도 주나? 왜 이렇게 바글바글하지?"
"그러게요, 앞에 가 볼까요?"
나는 달이 누나와 함께 화장품 가게 방향으로 걸어갔다. 원곡동에 거주하는 요괴와 귀신들이 바글바글하게 모여있는 가게 이름은 '헬레네 코스메틱'이었다. 요괴와 귀신들 뒤에 서 있는데 그들이 이야기하는 게 귀에 쏙 들어왔다.
"대박, 여기 화장품 바르면 1시간 동안 인간의 모습으로 바뀐대."
"정말? 1시간이면 인간 동네에 가서 아무도 모르게 쇼핑하고 영화도 보고 오면 되겠는데?"
"영화관 가서 보기에는 시간이 좀 모자른데?"
"너 바보니? 영화관 캄캄할 때 화장품 더 바르면 되지. 아무도 모를걸?"
"아하~"
나는 놀란 눈으로 달이 누나를 바라봤다. 달이 누나도 눈이 똥그래진 채 나를 바라봤다. 이런 우리를 향해서 화장품 가게 안에 있던 금발의 여성이 손을 흔들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내가 마왕으로부터 구해준 '헬렌' 양이었다. 우리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
달이 누나와 같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헬렌이 나를 보고 달려오더니 꼭 껴안으면서 말했다.
"이준님 덕분에 지옥 같은 마왕의 손에서 벗어났어요. 감사합니다."
갑작스런 포옹에 놀란 나는 헬렌을 떼어내면서 달이 누나의 눈치를 슬쩍 봤다. 달이 누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아.. 아닙니다. 제가 구한 게 아니라 석이형님이 구해주신 겁니다. 감사는 석가모니 님에게 하시면 됩니다"
"제가 석가모니 님에게서 다 들었어요. 그 지옥 같은 카지노에서 저를 구해주셨다고요. 그래서 제가 이준 씨의 아내가 되어 평생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다고 하니 석가모니 님께서 그건 아니라고 하셨지만요."
헬렌은 금발의 머리결을 만지면서 그윽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놀란 나는 딸꾹질을 했다.
"이준씨 너무 귀여운 거 같아요.“
헬렌은 웃으면서 옆에 있는 직원을 향해서 손짓을 했다. 그러자 직원분이 작은 화장품 샘플 바구니를 가지고 창 밖에 서 있는 요괴와 귀신 손님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면서 말했다.
"이 샘플은 용량이 좀 적어서 인간으로 변하는 시간이 3분 밖에 안 됩니다. 정품은 1시간입니다, "
잠시 후, 화장품 샘플을 받은 요괴와 귀신 고객들이 화장품을 바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들 모두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후 각자 여러 방향으로 걸어갔다. 놀란 내가 그들이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자 어느새 3분이 지났는지 하나둘씩 서서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헬렌은 나를 향해 살짝 윙크를 하면서 말했다.
"앞으로 자주 원곡 쌩닭집에 놀러 갈게요."
그리고는 달이 누나를 보면서 말했다.
"우리 달이 언니는 피부와 머리결이 너무 좋아서 저희 화장품이 필요 없을 거 같은데요? 어머, 백인인 나보다 우리 언니가 더 하얀 거 같아. 웬일."
뾰로통했던 달이 누나의 얼굴이 피부와 머리결이 좋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헬렌을 보면서 말했다.
"우리 무인편의점에도 많이 방문해 주세요. 헬렌 언니에게는 자양강장제와 숙취해소제를 특별히 10% 할인된 가격으로 줄게요."
헬렌은 웃으면서 바구니에서 화장품 샘플을 집어 작은 쇼핑백에 넣으면서 말했다.
"감사해요, 언니. 지금 드리는 이 샘플은 반대 효과 입니다."
"반대 효과요?"
놀란 내가 헬렌을 바라보자 그녀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그 샘플을 바르면 반대로 3분간 요괴나 귀신의 모습으로 변하죠. 종류는 랜덤입니다,"
잠시 후, 화장품 샘플이 잔뜩 들어 있는 쇼핑백을 들고 헬레네 코스메틱을 나오면서 달이 누나에게 물었다.
"누나, 아까 두 분이 서로 언니라고 하던데, 대체 누가 언니예요?"
"야!! 장난하니? 당연히 내가 더 어리지. 가까이서 보니 헬렌 그 가시나 다 화장발이더라. 피부 썩었던데? 눈가에 잔주름 하며.. 너 그 가시나 목 봤어? 목주름도 장난 아냐. 나이들면 목 주름부터 생기거든. 그 때 목욕탕에서 우연히 봤는데 온 몸에 잡티도 많고 엉덩이랑 가슴도 축 쳐지고, 다 억지로 영혼까지 모아 끌어 올린 거라고. 준이 너 그런거에 넘어가면 안된다.“
"아.. 네. 그러겠죠...네네~"
달이 누나는 내 얼굴을 보면서 다시 말했다.
"헬렌 그 가시나 돌돌돌싱인거 알지?"
"돌돌돌싱이요? 돌돌싱까지는 들어봤어도 돌돌돌싱은 처음 들어보는데요?"
"첫째 남편은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였고, 둘째 남편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였지. 헬렌 그 가시나 전남편 두 명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고 난리도 아니었다. 행여 너 꿈도 꾸지마, 하늘에 계시는 네 엄마가 하나뿐인 아들 준이가 돌싱도 아니고 돌돌싱도 아니고, 돌돌돌싱인 헬렌 만나는 거 알면 피눈물 흘리실 거다."
"아, 그래서 트로이 전쟁이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그나저나 돌돌돌싱이면 .... 셋째 남편은 누구에요?“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첫 남편에게 다시 돌아간 애야. 겉보기와 달리 권력에 환장한 애라고. 세상에 말이 되? 지 둘째 남편을 죽인 첫번째 남편에게 웃으면서 돌아가다니.“
달이 누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헬렌 조심해라. 언제 너 술먹이고 자빠뜨릴지 모른다. 권력과 남자 없으면 안되는 애야. 오래 살고 싶으면 내 말 명심하라고."
"아이고. 제가 권력이 없는데 저에게 관심이나 있을리가요."
내가 웃자 달이 누나는 다시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 지금 농담 아니다. 둘째 남편 빼고 헬렌의 수도 없이 많았던 남자들 모두 복상사로 죽었다."
.....
■ 이름: 헬렌 (그리스어로는 Ἑλένη, 영어로는 Helen)
■ 타입: 서양귀신
■ 직업: 마왕의 노예로 살다가 얼마 전 이준이 잭팟으로 딴 1000개의 황금칲으로 도윤, 미호, 금룡들과 함께 자유의 몸이 됨. 그 후, 원곡동에 [헬레네 코스메틱]을 이제 막 개업하였음.
■ 나이: 약 3200 세 (기원전 1194년 발발한 트로이전쟁 당시 헬렌은 18세였음)
■ 특징: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의 부인이었으며, 올림포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납치한 후,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와 결혼시키고 이로 인해서 트로이 전쟁이 발발했다. 트로이 전쟁은 스파르타의 승리로 끝이 났으며, 헬레네는 이후 다시 전남편에게 돌아갔다가 사후에 헬레네의 미색에 반한 마라 파피야스의 노예가 되어 원곡동 카지노에서 살아왔다. 그 후, 이준에 의해서 자유의 몸이 되었다.
■ 좋아하는 음식: 닭가슴살 샐러드 (몸매관리를 위해서 평생 저탄고지 식단을 하고 있다.)
■ 좋아하는 향: 사과향
■ 취미: 화장 (취미가 직업이 된 케이스다.)
[트로이 전쟁과 헬렌 연대표]
① BC 1212년 헬렌 출생 (스파르타, 현재 그리스)
② BC 1196년 핼렌과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 혼인
③ BC 1195년 올림포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헬렌을 납치 (올림포스의 세 여신인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누가 황금사과를 가질 것인가로 다툰 것에서 트로이전쟁이 발발하였음.)
④ BC 1195년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와 재혼 (혼인신고 없이 동거했다는 설도 있음)
⑤ BC 1194년 트로이전쟁 발발 (트로이와 그리스연합군 전쟁)
⑥ BC 1184년 트로이전쟁 종료, 파리스 사망, 헬렌은 다시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에게 돌아감
⑦ BC 1180년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 복상사로 사망
⑧ 1980년 ~ 그 후, 헬렌과 사귄 모든 남성들이 복상사로 사망하였으며, 이에 상실감을 느낀 헬렌은 원곡동 카지노에서 카지노 폐인이 되었음. 그 후, 카지노 전당포에서 빌린 돈을 값지 못하여 마왕의 시녀가 되었음,
⑨ 2024년 이준이 카지노의 노예에서 풀어주었으며, 자유의 몸이 된 후, 원곡동에 환상 코스메틱숍 오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