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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Sep 03. 2024

#61 고려 맘모스 빵집 아저씨의 특별한 레시피

[소설] 원곡동 쌩닭집-61-고려 맘모스 빵집 아저씨

원곡 2동의 한 아파트에 모여사는 구미호들 (정확하게 말하면 2300세대 대단지 아파트 중에서, 10가구에 해당하는 구미호 가족들이 모두 103동에 모여 살고, 인근 주민들은 이들의 존재에 대해서 아직 모른다.)에게 오늘 새벽에 잡은 닭의 내장을 배달하고 돌아오니, 달이누나가 커다란 맘모스 빵과 우유를 가지고 가게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저기 건너편에 있는 '고려 맘모스' 가게에서 사 왔어. 같이 먹자."

***


"와, 이거 제가 제일 좋아했던 빵인데... 맘모스 빵 정말 좋아했거든요, 아버지가 자주 사오셨고. 어렸을 적 자주 먹던 추억의 빵이네요."


달이 누나는 하얀 제빵 칼을 이용해서 맘모스빵을 먹기 좋게 자르기 시작했다. 거대한 소보루 빵 위에는 밤, 건포도가 올려져 있었고, 소보로빵 사이에는 생크림과 딸기잼이 듬뿍 들어가 있었다. 나는 누나가 먹기 좋게 자른 맘모스 빵을 한입 베어 물면서 아저씨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맘모스에요? 매머드(Mammoth)가 표준어 아닌가?"


"둘 다 같은 말이다.  표준어는 매머드고 맘모스는 일본식 발음이다. 저기 고려 맘모스 빵집 사장이 예전 안동에 살 때 처음으로 만들었는데,  당시 배고픈 요괴 아이들을 위해서 무조건 크게! 빵을 만든 게 시초지. 준이 너도 이제는 알지만 요괴 아이들이 좀 많이 먹니? 성인 인간들보다 세배는 많이 먹는데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맘모스빵이 유명해져 요즘은 온갖 빵집에 다 깔려있는 거지."


"맘모스 빵은 역시 이렇게 커야 제맛이 나는 거 같아, 저기 다른 동네 맘모스 빵은 크기가 째깐해서 맘모스의 이름과 어울리지 않던데, 그럴 바에는 그냥 아기 코끼리 빵이라고 하던가."


달이 누나가 두툼한 맘모스 빵 한 덩어리를 손에 들고 우유랑 같이 먹으면서 말했다.


"저기 맘모스 오빠 빵 가지고 나왔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여기 시장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오빠가 노상으로 빵을 파는 날이구나."


달이 누나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자, 키가 거의 2m에 달하는 거대한 맘모스 아저씨가 앙증맞은 자전거 리어카에 갓 구운 빵을 잔뜩 싣고 우리 가게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자전거 리어카의 자주색 나무 상자 안에  있는 각종 먹음직스러운 빵들이 눈에 들어왔다.


"와, 저 페스츄리랑 블루베리 같은 쨈 빵도 맛있어 보이는데요? 저 빵 몇 개만 사 올게요. 아저씨랑 누나는 뭐 드실래요?"


"나는 괜찮아."

"나도 괜찮다. 맘모스 빵 먹었더니 배부르다."


"아, 그러면 이따가 드실 거라도 몇 개 더 사가지고 올게요."


"이따가는 점심 먹어야지."

"그치. 너 먹을거만 사와라."


"어.. 그러면 제가 지금 먹을 거 몇 개만 사 올게요."



 ***


내가 가게문을 열고 나가자, 맘모스 아저씨는 자전거를 세우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 빵 좀 몇 개 사려고 하는데."

"그럼요. 고르세요, 계산은 나중에 월말에 정산해서 청구할게요."

"와. 다 진짜 맛있어 보여요."


자전거의 앞에 달린 유리 진열장 안에는 갓 구운 빵들이 가득했고 작은 유리문을 열자 고소한 빵 냄새가 코를 강타했다. 크로와상 두 개와 시나몬롤, 그리고 초코가 잔뜩 올라간 도넛을 고르자  맘모스 아저씨는 방긋 웃으면서 작은 봉투에 빵을 포장해서 건네주면서 말했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다시 자전거를 탄 아저씨는 내가 방금 배달하고 온 원곡 2동 방향으로 천천히 가기 시작했다.  


***


빵을 가지고 쌩닭집안으로 들어오자 아저씨와 달이 누나는 여전히 맘모스 빵과 우유를 먹으면서 이야기 중이었다. 나는 봉투 안에서 방금 사 온 네 개의 빵을 꺼내면서 말했다.


"빵 진짜 맛있어 보여요. 같이 먹어요."

"우린 괜찮아. 배불러."

"그러면 저 혼자 먹겠습니다."


나는 순식간에 네 개의 빵을 모두 먹은 후 우유를 마시기 시작했다. 내가 입술에 뭍은 빵가루를 손으로 털어내자 달이누나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준이가 미호들이랑 거미요괴 할머니랑 식성이 같구나. 몰랐네.."

"네? 무슨 말씀이세요?"

"네가 먹은 그 빵들은 구미호들과 거미요괴 할매를 위해서 특별히 만든 빵이거든.“

“트..특별한 빵이요?”


“맘모스 오빠는 배달나가는 고객 마다 각기 다른 자전거 리어카의 색상을 사용하지. 오늘은 보라색이었으니 거미요괴 할매와 구미호들을 위해서 특별한 레시피로 만든 빵을 배달 나가는 거였지. 리어카에 있는 거미랑 여우 마크 못 봤구나?"


"거미랑 여우 마크요? 어...특별한 레시피요? 그냥 평범해 보이는 빵들이었는데요?"

"그 보라색 리어카에 들어가는 빵을 만들 때 사용하는 기름은 버터가 아니다."

"네? 그럼 저렴한 마가린이나 식용유를 쓰나요?

"지라지방을 사용한다."


아저씨가 마지막 남은 맘모스빵 조각을 드시면서 말했다.


"지라지방이요? 지라가 뭐예요?"

"궁금하면 검색해 봐. 그리고 시나몬롤과 도넛 위의 검은 초코같은 거는..."


나는 구글로 지라를 검색해 본 후, 입을 쩌억 벌리고 누나를 바라봤다.


"그건 당나귀 가죽으로 만든 쨈이야. 너 오늘 화장실 때문에 고생 좀 하겠는데?"


달이누나는 마지막 남은 맘모스 빵 조각을 포크로 집어 입으로 넣으면서 말했다.


"지라는 철분이 많아서 구미호들이 즐겨 먹는 내장부위야. 그래서 지라 지방으로 만든 빵을 좋아하지."




■ 이름 : 맘모스 아저씨 (러시아 시베리아 출신)

■ 타입: 고대동물

■ 직업: 원곡동에서 제과점을 열어서 맘모스 빵을 위주로 인간은 물론 요괴와 귀신, 신을 위한 다양한 빵을 만들고 있음

■ 나이: 약 4,000살 (약 4,000 천년 전 마지막 매머드가 멸종되었음)

■ 특징: 키 2m로 덩치가 좋으나 더위에 매우 약함  

■ 좋아하는 음식: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팥빙수

■ 좋아하는 향: 호밀향

■ 취미: 자전거 타기 (자전거 타기를 워낙 좋아해서, 특별 제작한 빵 배달용 자전거에 갓 만든 빵을 싣고 원곡동 곳곳에 요괴와 귀신들을 위한 빵 배달을 나가는 게 맘모스 아저씨의 취미다. )




[맘모스 아저씨 연대표]          


①BC 4000년 시베리아 출생 (추정)


②BC 3845년 사망 (추정), 그 후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 얼음에 갇힘


③BC 1500년 마지막 매머드 사망 (러시아의 브랑겔 섬)


④1829년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서 구소련 과학자들에 의해 매머드 화석이 발견됨. 이 날, 요괴로 깨어난 매머드 아저씨는 일본 오사카를 거쳐 대한민국 안동으로 왔음. (오사카에서 제빵 기술을 일본어로 배웠기 때문에 매머드가 아닌, 맘모스 빵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유추됨)


⑤1974년 안동 맘모스 제과점 오픈한 그 해에 제과점에 취업.


⑥1975년 배고픈 요괴 아이들을 위해서 무조건 크게! 빵을 만든 '맘모스빵'이 대 히트를 침. 이 해에 대한민국 공식 제과제빵 자격증 취득함.


⑦2003년 원곡동 요괴마을에 빵집을 차린 후 독립함. 제과제빵 명장 자격 취득 (요괴와 귀신빵 전문) 요괴들과 귀신들의 취향을 파악한 후, 각각에 맞는 레시피로 빵을 만들어 직접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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