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원곡동 쌩닭집-63-그분이 방문하셨습니다.
"아저씨. 오늘 양계장 수리하는 날이죠? 저희가 도와준다 해도 양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 만으로는 일손이 부족할 거 같은데요?"
"그래서 같이 일을 해주실 목수분이 오실 거다."
"근방에 목공소가 없는데 그분은 어디서 오세요?"
"나도 잘 모르는데, 원곡사 석이형님의 오래된 친구라고 하더라고, 원래 잘 안 해주는데 석이형님의 부탁으로 오늘 하루 우리 양계장 목수일을 도와주기로 하셨다."
"잘됐네요."
"나는 달이랑 먼저 가 있을 테니 너는 이따가 그분 하고 같이 스쿠터 타고 올 수 있지?"
"그럼요, 먼저 가세요. 곧 뒤따라 가겠습니다."
"그래, 그럼 먼저 양계장에 가서 정리하고 있으마."
아저씨는 각종 도구들을 트럭에 싣고 달이누나와 함께 먼저 양계장으로 출발하셨다.
***
잠시 후,
"우리 준이 그동안 잘 지냈나?"
낯익은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원곡사 주지스님이 서 계셨다. 나는 반갑게 인사했다.
"앗,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죠? 카지노에서 골드칲 주시고 염주로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네하고 길동이가 잘 해준 거지, 뭐.. 그렇게 감사하면 나 석이형에게 고기 좀 공짜로 주던가."
"앗... 네? 아... 네네. 잠시만요."
당황한 나는 냉장고에서 고기를 꺼내 포장을 하려 하였다.
"으하하. 농담일세. 역시 준이 자네는 아비를 닮아 순진하군. 그나저나 여기는 내 오랜 친구라네. 인사하게."
주지스님은 자신의 뒤에 서 있는 한 남자를 가리켰다. 수염이 잔뜩 나고 구릿빛 피부의 엄청난 미남 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낯이 익은 그분을 보고 당황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크게 소리치며 말했다.
"엇.. 이분은!!!!!!!!!!!!!!!!!!!"
"그래, 내 오랜 친구라네. 직업은 목회자이지만 부업으로 목수일을 하고 있지. 오늘 목수 필요하다고 나한테 한 명 소개시켜 달라 했잖아?“
"이....이분은!!!!!!!!!!!!!!!!!!!"
"아니, 내 이름 석가모니는 ‘석이형!’ 하고 지 불알친구마냥 편하게 막 부르면서 이 친구 이름은 왜 말을 못하는 거야. 이준, 내 오랜 친구에게 머라 말 좀 해봐. 이름 알잖아?"
“하.....할렐루~우야.”
“아이고야. 할렐루야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해리인가 뭔가 소설에 나오는 악당도 아닌데 왜 다들 자네 앞에서는 이름을 못 부르는 거지?"
석가모니님은 같이 온 남자를 향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구 이친구야. 그래서 내가 평소에 귄위 따위는 버려버리고 자네를 믿는 수많은 존재들에게 친구처럼 다가가라고 하지 않았나. 인간과 요괴의 음식은 입에 안 맞는다고 맨날 혼자 정원에서 비둘기 키우면서 싸구려 와인에 말라 비틀어진 빵만 먹지 말고. 나랑 같이 이곳 원곡동에서 탁발(托鉢)이나 하자니깐 말을 안들어."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은 석가모니님을 향해 빙그레 웃으셨다. 그리고는 나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는 세상에서 가장 중후하고 멋있는 낮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친구 석이 부탁으로 오늘 하루 원곡동 양계장에서 일을 해 주기로 하였습니다. 오래간만에 목수일을 하려는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당연히 도움이 되지, 이 친구야. 그런데 박부장은 어디갔나?"
"아, 자재들을 정리할 게 있어서 아까 양계장에 먼저 가셨습니다."
"그럼 내 친구는 양계장에 어떻게 가지?"
당황한 나는 가게 밖의 [원곡쌩닭] 스쿠터를 가리켰다. 작은 노란 스쿠터의 운전석에는 두 명이 딱 붙어서 간신히 탈 수 있는 작은 의자 두개가 있었고, 그 뒤로는 배달할 때 물건을 놓는 빨간 통이 보였다
"어...저..저거 저랑 같이 타고 가셔야 할 거 같은데.."
"으하하. 걷는 것보다는 낫지. 그럼 나는 이만 가보겠네."
석가모니 님은 인사를 한 후, 문을 열고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석가모니님을 쫒아가서 인사했다.
"앗, 네네. 들어가세요."
"그래 그럼 다음에 원곡사 한번 놀러 오고."
잠시 후,
내가 먼저 운전석에 타자 그분은 스쿠터 뒤의 작은 공간에 앉으시더니 내 허리를 붙잡으셨다. 뻘쭘해진 나는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아니 말하면 안되는 ...그분을 원곡쌩닭 스쿠터 뒤에 태우고 양계장으로 향했다.
"불편하시겠지만 조금만 참아 주세요. 금방 갑니다."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은 세상에서 가장 중후하고 멋있는 낮은 목소리로 내 뒤에서 말했다.
"괜찮습니다. 스쿠터를 타니 시원하고 좋군요. 오래간만에 목수 일을 하려니 잘 되려나 모르겠네요."
"아.. 네. 저...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말씀하세요."
"아닙니다. 아멘."
내 뒤의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아니 말하면 안될 것 같은 남자분은 내가 아멘이라고 말하자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이준씨라고 하셨죠? 혹시 신앙이 있으신지요? 방금 전 아멘이라고 하셔서.."
"아..웬지 그 말을 꼭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종교요? 어... 원래 무교라서 없었는데 최근 석이형님 만나고 절을 좀 다녀볼까 생각 중입니다,"
"역시 석이 그 친구 붙임성이 좋군요. 그나저나 오래간만에 직접 전도하려고 하니 잘 안되는군요."
"저..전도요? 저에게요?"
"네, 못난 저를 평생 따르는 제 열두명의 제자들이 그동안 전도하느라 참 고생했다는 걸 이제 알겠습니다. 제 앞에 있는 이준씨 한명 전도하는 것도 힘들군요. 할렐루야."
나는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으면 안될 것 같아서 입을 열고 크게 말했다.
“죄송한데, 저기 잠시 들렸다가 가도 될까요?”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이 스쿠터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리키시는 곳을 보니 나무로 만든 오래된 낡은 헛간이 보였다.
“소 목장 앞에 보이는 낡은 헛간이요? 저기는 오랫동안 안 쓰는 빈 헛간인데요?”
“그래도 한번 가봤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기다리는 불쌍한 영혼이 있습니다.“
그분을 기다리는 불쌍한 영혼이 있다는 말을 듣고 놀란 나는 스쿠터를 헛간의 방향으로 향했다. 헛간에는 Querencia 라는 뜻 모를 간판이 적혀 있었다. 우리는 입구에 스쿠터를 세우고 헛간 안으로 들어갔다.
낡은 헛간 안에는 한 젊은 남자가 온 몸에 피를 흘리면서 누워 있었다. 그의 등에는 날카로운 창 6개가 꽃혀 있었고, 심장을 관통한 긴 칼 사이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려서 바닥에 흥건했다. 남자가 입은 형형색색의 화려한 옷에 뭍은 붉은 피가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이 황급히 스쿠터에서 내려 그의 곁으로 달려가시면서 말했다.
“자네는 케렌시아(Querencia) 로 들어왔군. 내가 고통받는 자네의 영혼을 구해주겠네. 지금 바로 내 손을 잡게.”
그러나 남성은 그 손을 뿌리치면서 나즈막하게 말했다.
“저는 당신을 믿지 않습니다. 제 믿음은 다른 곳을 향해 있습니다. 저와 제 동료들이 인간들에게 이 창을 등에 맞고 심장에 칼을 맞아 피를 흘리면서 죽을 때.... 당신은 어디서 무었을 하셨습니까? ”
“나는 항상 자네들을 보고 있었네.”
불싯이라고 크게 소리지른 남자는, 피를 많이흘려 힘에 부치는지 가쁘게 숨을 몰아쉬더니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불싯! 웃기는 소리 마십시오. 저와 제 동료들이 이유 없이 고통받을 당시 우리들은 당신의 존재를 느낀 적이 단 일초도 없습니다.
“나는 자네들을 구원하고 싶네. 자, 어서 내 손을 잡게.”
"고통받다가 죽어서야 손을 내미는, 그 딴 게 당신이 말한 구원이라면 저는 차라리..허억허억...”
남자는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당황한 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차라리, 제 앞에 있는 이분의 검은 왼팔을 만져 저승이 아닌, 이승에서의 제 고통을 줄이겠습니다. 당신보다는 오히려 이분이 저의 고통을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놀란 나는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을 바라봤다. 그분은 그 말을 듣고도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나를 믿는 게 중요하지 않다네. 자네의 믿음을 따라가게나. 나는 괜찮다네.”
누워있던 그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깜짝 놀란 나는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을 바라봤다. 그분은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지으시면서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셨다. 내가 검은 왼손으로 그의 손을 잡자 그의 고단했던 과거가 나의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온몸에 피를 흘리며 누워있던 그는 스페인 투우장의 붉은 소였다.
그날, 붉은 몸의 거대한 소가 투우장에 등장하자 관중들은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마타도르라고 하는 사람이 빨간 망토로 소를 자극시키고 말을 탄 피카도르가 달려들더니 긴 창으로 소를 찌르기 시작했다.
말을 탄 남자가 긴 창으로 여러 번 찌른 그의 등에서 시뻘건 피가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그는 극심한 흥분과 공포에 빠졌고, 저 멀리 보이는 투우사가 흔드는 붉은 천을 향해 다시 돌진했다. 잠시 후, 그의 뒷덜미에 또다른 창이 깊숙하게 들어왔다. 그는 잠시 멈추더니 투우장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온 몸에 피범벅이 된 채 투우장의 구석으로 달려갔다. 그가 달려간 곳은 투우장에서 지친 소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장소인 케렌시아(Querencia)였다.
그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그는 자신에게 도발하는 투우사를 향해 마지막 돌진을 했다.
마지막으로 관중들의 환호성 속에 작살과 같은 칼을 든 반데리예로가 등장하여 소의 돌진을 멋있는 자세로 피하면서 6개의 작살을 차례로 소의 목과 등에 꽂았다. 소의 등과 목에 있는 깊은 상처에서 계속해서 피가 바닥으로 흘려내렸다. 20분이 지나 소의 흥분이 최고도에 이를 무렵, 마타도르는 정면에서 돌진해 오는 소를 향해 긴 검을 들더니 그대로 목에서 심장을 찔러 관통시켰다.
육중한 그의 몸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투우 경기장의 바닥으로 쓰러졌다. 경기장의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 그는 천천히 피를 흘리면서 눈을 감았다.
거대한 투우장 한 가운데에 쓰러진 그를 말에 탄 여러 명이 줄로 묶고는 인근에 있는 빈 헛간으로 끌고 갔다. 빈 헛간의 상단에는 지금 우리가 들어온 곳과 같은 케렌시아(Querencia)가 적혀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다음에는 좋은 곳에서 평안을 찾으시기를 바랍니다.”
나의 검은손으로 그의 손을 잡으면서 말하자 그의 등에 있던 검은 피가 내 손으로 흡수되면서 몸에 난 상처가 모두 사라졌다. 그의 등에 꽃혀 있던 날카로운 창과 칼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나에게 인사를 했다.
잠시 후, 그는 커다랗고 아름다운 붉은 소로 변했다. 헛간 뒤에 펼쳐진 목장에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친구들 사이로 천천히 걸어가더니 초원에 앉아서 평화롭게 풀을 뜯으면서 우리를 바라봤다. 우리가 탄 스쿠터는 푸르른 평원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는 소들 앞을 지나갔다.
우리는 다시 스쿠터를 타고 양계장으로 향했다. 운전을 하면서 나는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 죄송한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네, 말씀하세요.”
“그..... 종교에서 유일신이시고, 다른 신을 믿으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까 그분이 그렇게 말씀하신 건 괜찮으신지요?”
스쿠터 뒤에서 잠시 생각하시더니 말씀하셨다.
“그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진짜로 제 존재를 믿지만 나쁜짓을 하는 분과, 제 존재를 부정하거나 믿지 않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시는 착한 분 중에서 저는 후자가 더 좋습니다.”
"나쁜짓을 하는 분이요..."
운전을 하면서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면 왜 인간들과 동물들이 고통받고, 약자들이 강자들에게 유린당할 때 당신은 나타나지 않으시는 겁니까? 당신을 진심으로 믿는다면서 범죄를 저지르고, 믿지 않는 다른 사람과 약자를 탄압하고, 당신을 믿지 않는 사람을 향해 전쟁을 일으키고 수많은 목숨을 죽이는 당신의 신도들에 대해서는 왜 모른척 하시는 겁니까?‘
‘혹시 당신이 그렇게 해서라도 당신을 믿는 종교를 널리 전파하라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게 아닙니까? 대체 뭐가 당신에게 중요한 겁니까?‘
“저와 아버지를 진심으로 믿는 분들은 전쟁과 범죄를 저지르고 종교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약자를 괴롭히는 악한 짓을 할 리가 절대!! 없습니다. 저는 제 12명의 제자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마음 속으로 이야기 한 말을 들으셨는지,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은 나에게 나즈막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휴우.....
나는 작은 한숨을 쉰 후 작게 말했다.
“그렇다면 그런 짓을 하는 분들은 누구입니까?“
“그들은 저와 제 아버지의 이름을 앞세운 위선자들로 나중에 최후 심판의 날에 천국으로 초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죄송한데, 그게 답니까?"
"네?"
"그 사람들에게는 그까짓 천국, 나중에 안 가면 되는 거 아닙니까? 천국에 간다고 해도 지금 정치가들이나 재벌들보다 더 많은 권력과 부를 누리면서 살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현세에서의 권력과 부가 중요합니까?"
"당연하죠. 다들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지금 이 세상이 이지경이 된 거 아닙니까? 그러니 온갖 나쁜 놈들이 여전히 판치는 거구요. 제일 중요한 건, 이 세상을 만든 게 인간이 아니라 신이잖아요. 인간을 만든 것도 신이구요. 기왕 인간을 만드셨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책임을 져야지, 책임을. 아니면 인간을 처음 만드실 때 그런 나쁜마음 아예 안 가지도록 모두 착하게 태어나게 만들었어야죠. 왜 누구는 착하고 누구는 악하게 살게해서 착한 인간을 고통속에 빠뜨리신 겁니까? 솔찍하게 말해서 착한 인간을 고통 속으로 밀어 넣으셨잖아요. 선악과를 먹은 원죄는 누구나 다 있는 거고. 착하게 살면 복 받는다구요? 언제요? 제가 그런 경우를 본 적이 별로 없어요. 요즘 세상에 착하게 살면 그건 호구죠."
나의 대답에 당황스러웠는지 그분은 더이상 말을 하지 않고 하늘을 쳐다봤다.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서 했다.
"최후의 날은 곧 온다온다 하면서 올 기미는 안 보이고. 그러니 사람들이 천국으로 안 갈 각오하고 아랄해와 같은 환경을 파괴하고 생명을 몰살시키고. 나쁜 짓을 하고 전쟁 일으키고, 종교가 다른 약자를 괴롭히고 죽이는 거 아닐까요? 하물며 지금 이 시간에도 개인적인 욕망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사람을 죽이는 정치인도 있지 않습니까? 그나저나 그 사람은 가긴 가는 겁니까?"
"그 사람요? 가다니요? 어디를요?"
"어디긴요. 지금 전쟁 일으킨 사람 나중에 지옥 가는 거냐구요. 그 사람도 신자라고 하던데요?"
그분은 잠시 말이 없다가 하늘을 보면서 소리쳤다.
그분의 입에서 씨발, 놈, 족친다는 욕이 나온 것을 듣고 깜짝 놀란 나는 크게 외쳤다.
"할렐루~우야."
"믿습니다."
잠시 생각한 나는 다시 물었다.
"원래 평소 욕을 좀 하세요?"
"오늘이 처음입니다."
"너무 찰지게 잘 하시길래 평소 자주 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욕을 해보시니까 어떠세요?"
"답답한 속이 뚫리는 느낌이군요. 왜 인간들이 욕을 하는지 이제 좀 알 것 같습니다."
"하나 질문이 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고향에 계시는 그들은 왜 자꾸 서로 치고받고 싸우고 전쟁을 일으키는 것입니까? 오래된 책에 의하면 다들 형제자매 아닙니까?"
“저를 믿는거나 아버지를 믿는거나 어머님을 믿는 건 다 같은 겁니다.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가족이니까요.“
"다 같이 가족이면 그냥 그 약속의 땅인지 뭔지 거기에 오손도손 모여 옹기종기 잘살면 되는 거 아닙니까? 왜 서로 못 쫒아내고 못 죽여서 안달입니까? 세 분이 직접 그곳으로 가셔서 '우리 셋 중에서 누굴 믿던지 상관 없다. 싸우지 말고 이곳에서 사이좋게 잘 지내거라'라고 한마디만 해주면 되는데...그게 그렇게 어렵습니까?"
".........."
"아버님 어머님하고, 가족간에 대화 자주 하시는 거 맞으시죠?“
잠시 침묵이 이어진 뒤, 내가 이야기했다.
"돌아오는 주말에 아버님 어머님께 안부 전화 좀 드리세요."
"믿습니다."
잠시후, 신호등에 대기한 상태에서 다시 물었다.
"저....혹시 아까 말씀하신 케렌시아(Querencia) 가 무슨 뜻인가요? 헛간 문에도 같은 글씨가 있어서요."
"아, 케렌시아는 스페인어로 피난처, 안식처, 귀소본능을 의미합니다. 투우가 진행되는 동안 소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협을 피할 수 있는 경기장의 특정 장소를 머릿속에 표시해두고 그곳을 케렌시아로 생각하게 됩니다. 케렌시아에서 소는 숨을 고르며 죽을 힘을 다해 마지막 에너지를 모으고는 투우사를 향해 마지막 돌진을 합니다."
"투우 너무 잔인한데 계속 하는 게 문제는 없을까요?"
“제가 하라고 한 거 아닙니다. 그들이 알아서 하는 거고, 그 결과는 생전이든 사후든 온전히 그들이 책임을 지는 겁니다.”
"아...네. 그렇겠죠...."
두 번째 신호등에 대기한 상태에서 나는 다시 물었다.
"저.... 진짜 궁금한 게 있는데요. 아. 이런 거 물어봐도 되나..."
“네, 편하게 말씀하세요.”
"주로 식사는 무엇을 드세요?
내가 의외의 질문을 했는지 그분은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대답하셨다.
"빵과 약간의 와인, 그리고 단백질 보충을 위해서 생선을 주로 먹습니다.“
"아...그러면 후라이드 치킨이나 떡볶이 같은 인간의 음식은 안 드셔 보셨겠네요."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운전하면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원곡동에 있는 [토선생 떡볶이] 정말 맛있는데.."
"토선생...떡볶이요?"
"아, 네. 원곡동 주민들이 즐겨 드시는 메뉴인데, 인간은 물론 요괴, 귀신, 도깨비 모두 좋아합니다. 혹시 매운 거 좋아하시나요?"
"매운 음식은 그렇게 즐겨 먹지는 않습니다. 먹고 나면 속만 쓰리고."
"아..그렇군요. 그런데 [토선생 떡볶이] 는 맛있게 매운데."
"맛있게 맵다는 게 뭔가요?"
"아...이거 설명하기 너무 어려운데..."
"그럼 설명 안해주셔도 됩니다. 어차피 안 먹을 거니까요. 할렐루야."
이름을 말하면 안될 것 같은 그분의 마지막 말을 듣고 다시 입을 열고 크게 말했다.
"할렐루~우야."
저 멀리 양계장 건물이 보이자 나는 다시 물었다.
“혹시...저희 양계장 직원분들중 아시는 분 있으세요?”
“오늘 처음 뵙는 겁니다.”
“아. 그렇군요. 다들 많이 놀라시겠네요.“
"아마도...그러시겠죠. 아멘."
"할렐루~우야~"
나는 그분에게 그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우리가 탄 스쿠터가 양계장으로 달리는 내내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양계장에 도착하니 얼마전부터 일을 하기 시작한 젊은 프랑스 부부와, 덩치 좋은 건장한 청년, 그리고 달이누나가 함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장님은 양계장 안에서 달걀을 정리하고 있었다. 달이누나는 내 뒤에서 내린 이름을 말할 수 없는 분을 보더니 소리쳤다.
"이....이분은!!!!!!!!!!!!!!!!!!!"
■ 이름 : 말할 수 없음
■ 타입: GOD
■ 직업: 목수 (아버지 직업을 이어받아 목수가 되었다는 설이 있으나, 정확한 확인이 불가능하다.)
■ 나이: 서기 1년 생으로 2024년 현재 2023세 (추정)
■ 특징: 잘 생긴 미남이며,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지만, 주변 사람들은 누구인지 다 안다.
■ 좋아하는 음식: 빵과 포도주를 좋아한다는 말이 있으나 확인 불가하다.
■ 좋아하는 향: 와인향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으나 확인 불가하다.
■ 취미: 자연과 동물을 사랑해서 작은 동물원과 식물원을 운영하는게 취미라고 하지만 확인 불가하다.
아멘...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의 연대표]
①BC 7년 혹은 BC 2년 출생(추정) - 로마 헤로데 왕국 베들레헴 (現 팔레스타인 베들레헴)
②30년 혹은 33년 사망(추정) - 로마 유다이아 속주 예루살렘 골고타 (現 이스라엘 예루살렘 골고타)
상기 외 그분이 하신 일은 여기서 말할 수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