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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Sep 03. 2024

#64 도전! 매운맛 챌린지의 우승자는?

[소설] 원곡동 생닭집-64 (마지막 회)-원곡동 매운맛 챌린지

"오빠는 맵찔이고, 준아, 너 혹시 매운 거 잘 먹니?"

"매운 거요? 그렇게 잘 먹지는 못하는데, 왜요?"


며칠 후, 달이누나가 아저씨와 나에게 전단지 하나를 들이밀었다. 전단지에는 커다랗게 <도전, 매운맛 챌린지>가 적혀 있었다.


"매운맛 챌린지? 어디서 하는 건데요?"

"이번 주 주말에 이발소 옆 [토선생 떡볶이] 가게에서 하는 "원곡동 매운 떡볶이 챌린지"야. 나는 여기 도전해 볼 건데 준이도 같이 해볼래? 어때? 10단계까지 성공해서 1등을 하면 1년간 떡볶이 무료로 먹을 수 있어."


"대박 ! 1년간 공짜인데 무조건 해야죠."

***


돌아온 주말 오전 11시,


[토선생 떡볶이] 가게 안은 수많은 매운맛 도전자들이 앉아 있었다. 가게 밖에는 유튜브 생중계로 방송되는 챌린지 영상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찾아온 요괴와 귀신, 도깨비들로 가득했다.


가게 안에서는 빨간 웨이브 머리의 귀여운 떡볶이집 사장님인 토선생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행사 진행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커다란 분홍색 귀가 눈에 띄었다.



안녕하세요. 먼저 오늘 이렇게 저희 [토선생 떡볶이] 매운맛 챌린지에 도전하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챌린지 우승자에게는 맛있게 매운 저희 [토선생 떡볶이] 1년 무료 이용권을 드리는데요, 이번은 총 열 분이 도전을 해주셨습니다.


한 분 한 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통번역 공증센터의 두 씨 할아버지! 파란 구슬요괴님, 복덕방 돈사장님 아저(兒猪)씨, 양장점 거미요괴 김 씨 할매, 퍼퓸샵 미스타스 사장님, 홍련이네 장화가게 장화언니, 맘모스 빵집 아저씨, 환상 코스메틱숍의 헬렌 사장님,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곡동 쌩닭집의 이준과 달이 언니가 참가하였습니다.


각 매운맛 단계별로 제한시간은 5분입니다. 5분 안에 먹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매운맛 중화를 위한 쿨피스는 인당 1개씩만 제공됩니다. 파인애플맛과 오렌지맛 중에서 원하시는 맛을 선택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공되는 쿨피스를 다 드신 후에는 물만 드실 수 있습니다. 자! 모두 큰 박수로 환영해 주세요.


와아아아!!!!!


요괴와 귀신, 그리고 도깨비 친구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매운맛 챌린지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를 향해 힘찬 함성을 지르면서 응원해주고 있었다.


***


혓바닥이 뽑히고, 머리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얼얼한 그 떡볶이 맛에, 도전자들은 하나둘씩 포기를 선언했다.


나는 일치감치 3단계에서 헛구역질을 하면서 항복을 선언했고, 자신만만하던 취어 번역 전문가 두 씨 할아버지는 나보다 하나 더 높은 매운맛 4단계 떡볶이를 하나 드시자마자 기다란 혓바닥을 파인애플맛 쿨피스 속으로 연신 넣었다 뺐다 하시면서 포기하셨다. 누가 봐도 우승 후보였던 거대한 맘모스 아저씨도 5단계에서 두 눈에서 폭포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도전을 포기했다. 맘모스 아저씨는 가게 안의 노란 단무지를 다 드시고도 매운맛이 안 가신다면서 쿨피스 세개를 연달아 마셨다.

꽃가루만 드신다는 퍼퓸샵 미스타스 사장님은 의외로 6단계까지 갔다가 자기의 똥꼬발랄한 분비물로 만드는 퍼퓸을 사랑하는 모든 고객분들을 위해서 더 이상의 단계는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은 옆에서 떡볶이를 먹던 파란 구슬 요괴가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몸에서 흘리는 다양한 색상의 구슬땀들을 보시고는 허겁지겁 줍느라 포기하셨다. 묘한 향이 나는 검붉은 구슬이 꽤나 비싼 올드스파이스 향수를 만드는 재료라는 소문이 맞는 듯 했다.)

잘록한 허리의 양장할매는 7단계 떡볶이를 먹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드디어 터졌다!!” 하는 함성과 함께 화장실로 뛰어갔다. 아마 매운 떡볶이를 연속으로 먹고 배탈이 나지 않았나 싶다. 평생 변비를 유발하는 당나귀 진액을 즐겨드시던 양장할매는 [토선생 떡볶이]를 먹고 1년만에 처음으로 화장실을 가서 그런지 기쁜 마음으로 기권하셨다.

복덕방 돈사장님은 8단계에서 인당 한 개로 제한된 쿨피스가 모두 떨어졌다며 기권하였다. 아무래도 평소 채식위주로 싱겁게 드시는 분이라서 쿨피스 없는 매운 떡볶이는 힘든 듯 하였다. 특히 눈이 입이고 입이 눈인 외눈박이 파란요괴분은 하나뿐인 눈 겸 입으로 매운 떡볶이를 먹다가 목에 오뎅이 걸렸는지 연신 페퍼민트 향을 온 몸으로 내뿜더니 결국 포기했다. (나중에 취어 전문가 두씨 할아버지가 그건 "너무 매워! 죽겠어~!" 라고 비명을 질렀던 거라고 설명해 주셨다.)


막판까지 잘 먹던 장화누님은 9단계에서 더 이상 못먹겠는지 '이건 이 세상 떡볶이가 아니야!!!!! 이슬주 없이는 더 이상 못 먹겠어!!!' 라고 돌고래보다 음역대가 높은 귀신같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는 몰래 가지고 들어온 리얼이슬주를 연신 들이켰다. 초록색의 리얼 이슬 한 병을 시원하게 원샷한 장화누님은 제공된 쿨피스와 물 이외 그 어떤 음료도 먹을 수 없다는 '매운맛 챌린지' 원칙 때문에 스스로 기권했다.




어느덧 모두 포기를 하고 환상 코스메틱 숍의 헬렌 양과 달이 누나만 결승에 남게 되었다. 열화와 같은 성원 속에, 어느덧 매운맛 챌린지는 막바지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토선생 떡볶이] 사장님은 마이크를 잡고 흥분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이제 마지막 10단계 도전입니다. 헬렌 사장님과 달이 언니는 앞에 있는 10단계 떡볶이를 제한시간 5분 안에 모두 먹어주세요! 10단계는 두툼한 가래떡으로 만든, 저희 가게에서 가장 매운 '헬레니즘 떡볶이' 입니다. 청이네 방앗간에서 만 번이상 치대서 세상 쫄깃한 가래떡에 저희만의 맛있게 매운 비법 소스로 만든 떡볶이 입니다.


10단계 떡복이는 마치 지옥의 불구덩이 마냥 붉은 빛의 색상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이 지옥에서 용암 한 수저를 퍼서 토핑으로 올린 듯한 모양이었다. 달이 누나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10단계 매운맛 떡볶이를 한참 쳐다보더니 한마디를 하였다.


"와이씨... 이건 완전 지옥의 향기 그 잡채구만,  냄새부터 색상까지 이전 단계와 완젼 딴판이네. 마라 파피야스도 혀를 내두르겠는데?"


달이누나의 말을 들은 헬렌 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모두 10단계 떡볶이의 지옥같은 냄새를 맡더니 더 이상 먹지 못하고 있었다. 달이 누나는 사장님을 보고 크게 소리질렀다.


"사장님, 이거 먹어도 되는 거 맞죠? 이 소스는 뭘로 만든 거에요? 지옥에서 가지고 온 거 아니죠?"

 


"저희 떡볶이 소스는 영업비밀인데..살짝 알려드리겠습니다. 기본 떡볶이 소스는 한국의 매운 청양고추로 만든 고추장과 고추가루에 사과, 배, 당근을 갈아서 만들었습니다. 3단계 부터는 베트남 땡초를 서서히 추가하고, 5단계 부터는 인도의 부트졸로키아를, 8단계 부터는 캐롤라이나 리퍼를 추가합니다. 마지막 10단계는 페퍼X라고 하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가장 매운 고추를 추가 했습니다. 참고로 페퍼 X의 스코빌 지수는 269만 3000 입니다. 불닭볶음보다 600배 맵다고 합니다."


위키피디아


"와이씨..장난 아니네.."

"그러니까요. 이거 먹으면 피부 완젼 썩을 것 같은데.."


헬렌 양도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달이누나가 이야기헸다.


"이미 다 썩었는데 새삼스럽게..."

"네? 달이언니 무슨 말씀이세요?"


"이 떡볶이의 악마같은 소스 말이에요. 소스 색깔보니 마치 썩은 거 같다구요. 헬렌언니."

"아..."

 

"에잇"


잠시 후, 달이누나는 에잇! 하고 혼잣말을 한 뒤 떡 하나를 집어서 씹지도 않고 쿨피스와 함께 꿀꺽 삼켰다.  먹자마자 얼굴이 벌게진 채 더 이상 먹지 못했고, 결국 마지막 10단계에서 두 분 모두 주저주저하다가 주어진 시간이 모두 지나가 버렸다. [토선생 떡볶이] 사장님은 마이크를 잡았다.


아쉽게도 마지막 10단계는 두 분 모두 실패를 하였습니다. 달이 언니 혼자 10단계 떡 하나를 먹었는데요, 그러면 이번 원곡동 매운 떡볶이 챌린지 대회의 최종 우승자는? 두구두구두구 어?


그 순간, 떡볶이 가게 밖에서 구경하던 요괴와 귀신들이 웅성웅성하더니 자신들의 가운데에 마치 홍해 바다가 갈라지듯이 길을 내기 시작했다.


갈라진 길 사이로 금빛 아우라를 내면서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이 성큼성큼 들어오더니, 은빛 포크를 들고는 아무도 먹지 못하는 10단계 떡볶이를 조용히 먹기 시작했다.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이 10단계 떡볶이를 시뻘건 국물까지 드시는 데는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떡을 포크로 집어 빨간 국물에 적신 후, 그대로 입에 넣은 그분의 이마에서 땀 한 방울이 테이블 위로 똑 떨어졌다. 그리고는 중후한 목소리로 우리들을 향해 한마디 말을 하셨다.


"이게 바로 맛있게 매운맛 이군요."


와 아아아아아 아!!!!


수많은 요괴와 귀신 그리고 도깨비를 비롯한 원곡동의 모든 구성원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석가모니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면서 지켜보더니 혼잣말을 하였다.


친구, 잘했어. 우리 둘 다 이제는 더 이상 숨지 말고 절실하게 기도하는 모든 존재 앞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자고.


일단 오늘처럼 이들이 즐겨 먹는 떡볶이 같은 거라도 같이 먹고 해야 원하는 게 뭔지, 무엇을 해줘야 진정으로 행복해지는지 알 수 있지 않겠나?


내가 탁발(托鉢)을 왜 하는지 아는가? 중생들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 살림살이가 낳아지고 있는지 아니면 악화되고 있는지를 탁발(托鉢)을 통해 알 수 있다네. 떡볶이 같이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먹거리야 말로, 불쌍한 중생들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나쁜 놈들은 벌주고, 착한 놈들은 상주고 말야. 요새 워낙 나쁜 놈들이 많아져서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필요할 때지.


자연을 망가뜨리고 아랄해와 같은 소중한 생명의 터전을 망가뜨리는 악덕 기업주들과 정치인들이 주말마다 자네와 나를 찾아와서 눈물로 진심으로 참회를 하고 있으니 그 죄를 사해달라고 부르짖지 않는가? 그런 나쁜 놈들이 죄를 잔뜩 지어놓고는 주말에 시주나 헌금하면서 기도나 절 한번 하는 걸로 그 죄가 사해진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는가?



요즘같이 스마트한 시대에 자네와 자네 아버지의 이름으로 그리고 개인적인 욕망으로 전쟁을 일으켜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런 썩어빠진 정치인 놈들이 자네와 나의 존재를 진심으로 믿을지언정, 결국 지옥의 천불에 바로 떨어지는 게 맞지 않겠는가 이 말일세. 이놈의 전쟁광들이 마왕인 마라 파피야스와 다를게 무엇인가? 마라 파피야스가 누구냐고? 자네 나라 말로는 Satan, Lucifer, Devil , Diablo 로 불리는 그놈일세. 그나마 마라 파피야스는 이곳 원곡동에서 합법적인 카지노로 돈을 벌고 있으니, 전쟁광들보다는 그가 인류에게 더 쓸모 있는 존재가 아니겠는가?


듣자하니 전쟁광중 하나가 영원히 살고 싶다고 지 부하들에게 영생을 연구하라고 지시했다는 말이 있던데, 그런 허무맹랑한 명령을 내리는 놈이나 그 명령을 듣는 놈들이나 다 똑같은 놈들 아니겠나? 이참에 그놈들을 모두 내 친한 동생인 진광대왕에게 보내서 영원히 정신교육을 시켜줄까 하네. 아, 생각해보니 지옥으로 오면 영원히 벌을 받을 수 있지. 이참에 영원히 살고싶다는 전쟁광 그놈이 원하는 것처럼 영원히! 지옥에서 벌을 받을 수 있게 내가 잘 이야기 해 두겠네.


시왕도(1지옥 진광/ 고려, 미국 하버트 아서 새클러박물관 소장) / 감로탱(지옥도/조선 18세기. 자수박물관 소장)


종교인이라고 자청하는 사람 중에 자네 아버지에게 삿대질하면서 자기 말 안 들으면 혼내주겠다고 하는 놈도 있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정말인가?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큰일일세. 종교인들이야 말로 누구보다 청렴하고 착하게 살아야 하는 게 아니겠는가?


기도를 하는 곳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기도장의 주인은 지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걸 그놈들은 아직 모르는 모양이군. 다들 거대한 기도장소를 짓고 심지어는 개인재산으로 생각하고 자식들에게 물려주기도 한다니...최소한 자네와 나 석가모니를 비롯한 신의 대리인이라는 이름을 앞세우면서 개인적인 사리사욕이나 챙기고 신도를 배반하는 놈들에게 가장 먼저 지옥의 불맛을 화끈하게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바로 자네하고 나에게 주어진 역할 이겠지.


말을 마친 석가모니는 뒤돌아서더니 원곡사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몇 걸음 걸으시다가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다시 뒤돌아 보면서 말했다.


자네의 영원한 벗, 석가가 한마디만 더 하겠네.


자기 자신과 가족들에 대해서는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돈 많고 힘 있는 자들이 지은 죄는 눈감아주고, 돈 없고 힘이 없는 불쌍한 자들의 죄에 대해서만 무지비한 법조인들과 정치인들은 어떻게 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다들 뱀 같은 세 치 혀를 놀리면서, 전관예우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다네.


아, 생각해 보니 이건 지옥의 염라대왕이 담당하는 영역이군. 자네와 상관이 없는데 이야기해서 미안하네. 내가 이 부분은 나중에 염라대왕과 협의해서 정의롭지 못한 법조인과 정치인들은 모두 생사여부와 상관없이 혀를 뽑아버리고, 지옥으로 바로 보내버리는 것으로 협의하겠네.



정말 미안한데 딱 한마디만 더해도 될까?


요즘 들어 태어날 때부터 너무 격차가 벌어지는 게 심각한 것 같네. 누구는 힘 있는 나라에서 조상복 부모복 형제복 받아 태어나서 나쁜 짓 할 기회도 없이 편하게 살다가 죽어서 극락 가고,  누구는 힘없는 나라에서 복 하나 없이 태어나 죽도록 고생만 하다가 결국 악의 유혹에 빠져 죄를 짓고 지옥으로 오고 있지 않은가?


아!!! 그러고 보니 이건 인간의 팔자를 담당하는 삼신할매 소관이군. 또 헷갈리게 해서 미안하네. 나이가 들어 그런지 요새 자꾸 깜빡한다네. 이 부분 역시 조만간 삼신할매를 만나서 그 해결방안을 논의해보겠네.


나이가 드니 말이 많아졌네. 나이가 들면 입을 닫고 지갑을 열어야 한다던데 나는 지갑이 없다네. 그래서 그런지 말이 자꾸만 많아지고 있어 걱정이라네. 허허.


나중에 시간 날 때 우리 원곡사에 한번 놀러 오시게. 내가 오랜 친구에게 맛있는 곡차 한잔 대접하겠네.


그럼... 이만 나 먼저 가보겠네.

나 진짜 가네. 친구.

담에 보세나.





응? 불자인 나는 고추와 마늘, 생선으로 만든 오뎅이 들어간 떡볶이를 먹으면 안되는 거 아니냐고?  [토선생 떡볶이] 사장이 내가 먹을 때는 향신채와 오뎅을 모두 빼준다네. 걱정말게나. 난 간장양념으로 만든 궁중 떡볶이 스타일로 먹거든. 계란도 안 먹냐고? 안먹지. 계란 대신 바삭한 김말이와 당면만 들어간 튀김군만두, 야채튀김이랑 떡볶이를 같이 먹으면 아주 맛있다네. 라면사리나 쫄면사리도 괜찮고, 김밥도 맛있지. 생각만해도 군침이 도는군.


다음 주에 원곡동으로 올 예정인데, 시간되면 나랑 같이 탁발(托鉢)이나 하자고. 아!  [토선생 떡볶이] 사장이 1년간 자네에게 공짜로 주기로 약속했으니 자네는 당분간은 편하게 밥을 먹겠군. 마늘과 고추, 파가 듬뿍 들어간 떡볶이에, 순대랑 어묵이랑 오징어 튀김을 이참에 다 먹어보게. 인간들의 음식이 생각보다 맛있다니까. 계란은 나중에 떡볶이 국물에 김과 참기름을 넣어서 밥 비벼먹으면 끝내주지.


마늘과 고추, 파가 들어간 떡볶이, 계란은 물론 순대랑 어묵이랑 오징어 튀김이 맛있는지 먹어보지도 않은 내가 어떻게 아냐고?


아이고 이 친구야. 그게 뭐가 중요한가?


나무아미타불,

할렐루~우야,

아멘 일세.




■ 이름: 토선생

■ 타입: 토끼 요괴

■ 직업: 원곡동 토선생 방앗간 떡볶이집 대표

■ 나이: 약 870세  (1145년 김부식의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최초로 토선생이 등장하기 때문에 2024년 기준으로 879 살이 정확하다는 말도 있음)

■ 특징: 용궁에서 가장 미남이고 몸이 좋은 별주부의 유혹에 빠져 용궁에서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물을 무서워하고 남의 말을 대체로 믿지 않는 성향이 있다.   

■ 좋아하는 음식:  건초로 만든 케이크를 아주 좋아하며, 당뇨가 있어서 탄수화물을 자제하고 있다.

■ 좋아하는 향: 당근향 (건초로 케이크를 만들 때, 미스터스가 만든 당근향수를 뿌려서 먹는다.)

■ 취미: 먹기 (풀보다 떡과 빵을 좋아한다. 그러나 2021년 떡과 빵 과다 섭취로 인한 당뇨 판정 후, 먹는 것을 조심하고 있다.)




[토선생 떡볶이 사장님 연대표]     


①1145년 출생 (김부식의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최초로 토선생이 등장)


②1160년 숲속에서 놀다가 용궁에서 가장 미남이고 몸이 좋은 별주부를 만남, 별주부의 유혹에 빠져서 따라간 용궁에서 간이 뽑힐 뻔 했으나 극적으로 탈출


③1750년 원곡사 석이형의 중재로 별주부와 토선생 극적으로 화해, 그 후 찐친이 되었음


④1910년 별주부와 살짝 묘한 감정에 빠졌으나, 정신차리고 친한 친구로 남기로 함.


⑤1953년 서울 신당동 공터에서 연탄불 위에 고추장과 춘장을 섞은 떡볶이 양념을 최초로 개발한 마복림 할머니 식당에서 주방보조로 약 5년간 일을 하면서 떡볶이 소스의 비밀을 연구함.   


⑥2011년 원곡동에 터를 잡고 ’토선생 떡볶이‘ 오픈, 그동안 먹은 빵과 떡 탓인지 예상치 않았던 당뇨 판정을 받음. 현재 혈당관리를 위해 단맛과 탄수화물을 자제하고 건초 위주로만 먹는 중이다. 매운 청양고추를 기본으로 베트남 땡초에, 부트졸로키아, 캐롤라이나 리퍼, 페퍼X 까지 이용해서 떡볶이 양념을 만들고, 거기에 물엿과 설탕, 멸치다시다를 듬뿍 넣어 세상에서 가장 매운 떡볶이를 만들어 팔지만, 정작 자신은 당뇨 때문에 맛만 보고 거의 떡볶이를 먹지 않는다.


2024년 현재, ’토선생 떡볶이‘ 용궁지점을 OPEN 할 생각으로 용왕님의 수석 비서관이 된 별주부에게 열심히 로비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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