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yla J May 18. 2023

[100-4] 가벼움에 대하여(feat. 풍선)

노트_아트한스푼


작가는 불안하던 시절, 자취방에서 풍선의 환영을 보고 난 뒤부터 줄곧 풍선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 난 불안한 게 싫어서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보고 좋아한다. 가끔 약을 올리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

- 이동욱, 아레나 인터뷰 中


사실 나는 맹수를 좋아한다. 호랑이의 우아한 기품과 눈빛, 사자의 위엄, 독수리의 날개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을 내가 왜 좋아하는지 분명하진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지는 않는 사진이나 그림들이라 보여주기는 좀… 몇 번 보여줘 봤지만 대부분은 날 도른자 취급을 해서…이런 사진들을 보여주는 건 좋지 않겠구나 싶었다.


며칠 전, 너무너무 힘이 들던차에 검은표범의 영롱한 호박색 눈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문득 그냥 그려봐야겠다 싶어 무심코 그리기 시작했다. 정말 너무 지치고 힘들어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리고나서 다시 쳐다보는데 순간 무릎을 치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것은 나에게 “집중. 몰입. don’t give up”에 대한 키워드를 가지고 있었다.


뭐든 늘 마무리가 약한 편이다. 하다보면 그만두고 싶고, 그냥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많다. 그렇게 열심히 달리다가 마지막 순간에, 마치 잔뜩 잡아 당겨놓은 고무줄을 일부러 과녁을 빗겨 놓아버리듯이 탁, 다된 밥에 재를 뿌리듯이 그렇게, 아무런 성과를 보지 못한 경험들이 쌓여 또 다시 그런 순간이 올 때마다 이제 나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통을 느끼게 되는데(어린시절부터 이것이 줄곧 문제가 되어오긴 했지만 현상들만 다루어왔던 그 원인이 되는 지점을 이제서야 알아차리게 된 느낌이다.)그때마다 무심하면서도 여전히 강한 눈빛들이 나를 안심시키곤 했던 것이다.


나는 그저 약하기만 한 내가 너무너무 강해지고 싶은가 보다 정도로만 인지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한 층위 더 내려간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천경자 선생님이 뱀을 그렸던 이유도 그동안 그저 막연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조금 더 ‘아… 그랬겠구나’하는 공감이 되는 순간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사람들은 뱀을 좋아하지도, 맹수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때 문득 이 풍선 그림이 떠올랐는데 작가도 불안함을 느낄 때 풍선을 그렸던 거구나… 기사들을 보니 참 적절하다 싶다.


풍선은 가볍게 날아간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감을 늘 지니고 있지만 그 빵빵하게 긴장된 불안감들이 모여 하늘로 훌훌 날아간다. 사람들에게는 아이 같은 순수한 기쁨을 주고 임무가 끝나면 그냥 흔적도 없이 터져버린다. 두려운 마음도, 무거운 마음도, 불안한 마음도 파스텔 톤의 고운 풍선 속에 바람처럼 공기처럼 후후, 터지기 직전까지만 빵빵하게 불어넣고 그냥 하염없이 동.동.동. 띄워 올려보자.



저 뜬금없는 붉은색이 왠지 참 신경 쓰이긴 하지만…



#백일백장 #백백프로젝트 #책과강연 #일보우일보 #우보천리 #에일라아트러닝랩


이전 07화 [100-6] E.Hopper_not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