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우중충한 날에 비질을 하다 나부끼는 낙엽들이 아버지를 생각나게...
쓸쓸한 바람이 부는 날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면
11월은 아버지의 뒷모습을 닮았다.
24색 크레파스를 꺼내보아도
찾을 수 없는 아버지의 색이
바래지고 벗겨진 문지방 같은
알 수 없는 색으로
길 위에 낙엽으로 번진다.
자신의 색을 거두고
어린잎이 나오라고
미련 없이 자리를 내주고
그러고도
낙엽으로
차마 떠나지 못하고
나무 곁을 맴도는 인생.
바람이 차고
어디선가 담뱃내 쩐
굵은 목소리가 들린다.
아버지가
나를
부른다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