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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전 석현 Feb 16. 2021

누이동생의 졸업 선물

파버카스텔 엠비션 배나무 만년필

  나와는 제법 나이 차이가 나는 누이동생이 이제 곧 대학 생활을 마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별도의 졸업식 같은 행사는 없을 거 같다고 하니 나 역시 섭섭하기는 마찬가지다. 학업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에 뛰어드는 누이에게 축하와 위로의 마음을 전할 졸업 선물 하나를 준비해야겠단 마음을 먹고 여기저기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물품 찾아봤다. 화장품, 건강을 위한 면역력 증강제, 가방, 향수, 와인 등이 인기 품목이라고 소개한다. 대부분이 겉치장을 위해 사용하거나 한번 먹고 마시면 사라지는 무형의 것들이라 몹내 아쉽다. 


조금 더 의미 있는 선물은 없을까?

한 동안 고민하다 만년필 한 자루를 준비키로 결정했다.

그동안의 공부를 마무리하는 시점인 누이동생에게 웬 필기도구 선물이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겠다. 

선물에 담긴 나름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공부하지 않는 생명은 없다.

달팽이도 공부한다. 지난여름 폭풍 속에서 세찬 비바람을 견디며 열심히 세계를 인식하고 자신을 깨닫는다. 들풀도 공부한다. 꽁꽁 얼어붙은 추운 겨울 땅 속의 풀씨는 다른 풀들과 때론 경쟁하고, 때론 어깨동무하며 박토(薄土)에 뿌리내린다.  따스한 봄날이 찾아왔음을 스스로 인식하고 어김없이 파릇파릇한 새 풀잎을 힘껏 밀어 올린다.

대학 생활의 끝이 결코 공부의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오빠(필자)의 바램이다.


바쁘고 빠르게 흘러가는 하루하루의 일상 속에서도 지난 경험과 시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바로 세우고, 지금 내가 두 발 딛고 서 있는 이 곳이 어디인지, 나는 누구와 벗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길 바란다.


서랍 속에 어지럽게 나뒹구는 수많은 필기도구들처럼 너무나 흔해서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어서 그 소중함을 쉬이 여기고 쉽게 대하는 것은 아닌지. 

필기도구의 쓰임이 오늘날 사람 쓰임과 너무나 닮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만년필을 손에 들 때마다 물건의 쓰임음 물론 사람의 쓰임과 쓸모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동생이 되길 바란다. 


한 자루의 만년필로 써 내려갈 너의 꿈을 오빠는 진심으로 응원한다.  

만년필의 그 이름처럼 변함없이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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