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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방인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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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구년생곰작가 Jan 29. 2024

학력 콤플렉스






작업 현장에서 수많은 사고가 일어나도 제대로 된 보상을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특히나 현장 실습생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했다. 당시 나는 반장이나 주임과 같은 사람들이 나이가 어린 고졸 밖에 되지 않는 우리를 무시하는 것이 기분이 나빴지만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이 무시하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나이가 어려서 그리고 현장실습생이라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는 건 부당한 일이었다. 그들도 어쩌면 그러한 문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어린 나이부터 학력 콤플렉스에 시달려 왔기 때문에 그러한 문화가 당연한 것으로만 여겼을 것이다. 대기업부터 중견기업 그리고 작은 회사까지 모든 곳에서 능력의 여부와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4년제 대학을 나와야 제대로 된 승진을 할 수 있었다. 능력이 있음에도 고졸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승진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나는 현장실습생들을 죽일 듯이 괴롭히면서 박반장에게 온갖 아부를 떠는 김주임에게 측은지심이 느껴졌다.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그는 고졸 출신이기에 박반장이라는 벽을 넘을 수 없었다. 박반장보다 나이도 많고 회사에 몸담은 기간도 오래되었지만 단지 고졸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승진이 늦었다.



그래서 그는 회사 내에 자기보다 높은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잘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능력으로도 학력을 이길 수 없으니 인맥으로 크기 위함이었다. 어찌 되었든 김주임은 여러모로 밉기도 했지만 불쌍한 사람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김주임이 현장 실습생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사실여부가 확인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그가 회사에 오랜 시간 몸담았던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그는 회사에 충성심도 꽤나 있었지만 회사에서 그에게 주는 대우는 좋지 못했다. 



어느 날 나는 생산 공정 중 김주임의 오른쪽 2번째 손가락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이상할 만큼 다른 직원들은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는데, 순간 그것을 바라본 다른 직원이 나에게 조심하라고 일러준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오래전 어떤 직원이 손가락이 없는 이유를 물어보다가 회사 옥상에서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맞은 사건 때문일 것이다.



맞은 피해자는 보상을 요구하며, 김주임을 형사 고발 했지만 회사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실형은 면했다고 한다. 



김주임에게는 잘린 손가락은 누군가를 폭행할 정도로 숨기고 싶은 아픈 기억이었다. 그것은 오래전 그가 작업 중 다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당시에 이러한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더불어 근로자 보험 혹은 산재처리조차도 몰랐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그에게 소정의 치료비를 비롯한 돈을 지급하고 어물쩍 넘어갔던 것이다.



오랜 시간 온갖 선입견과 불공정을 몸소 체험하며 그는 어느새 괴물이 되어있었다. 자기가 당한 만큼 아랫사람들도 몇 십배로 당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가 회사 내에서 겪어온 일들은 안 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나를 비롯한 현장 실습생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면서 조금씩 그를 향한 분노의 감정이 마음속에 싹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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