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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방인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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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구년생곰작가 Feb 05. 2024

새로운 세계






회사를 다닌 지도 어느덧 6개월이 되어간다. 초창기에는 실습 온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지만 이제는 회사 사람들과도 친해져서 생산 라인 안에서 모여 다니는 6명의 무리와 친해지게 되었다. 대부분 라인 안에서는 반장과 주임이 권력의 정점에 있었지만 6명의 사람들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그들도 그것을 아는 모양인지 회사 내에서 모든 행동이 자유로웠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도 않았고, 나이가 어리고 현장실습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시를 당하는 일도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그들에게 부러움을 느꼈던 점은 기숙사에 살지 않고 회사 밖에서 지낸다는 점이다.



6명은 각자가 개성이 뚜렷했다. 성별이 달랐고 나이도 틀렸다. 그리고 출신지 또한 틀렸다. 서로가 접점이 없었지만 마음이 맞았는지 금세 하나의 무리를 형성해 갔다. 나 또한 접점이 없을 것 같았던 무리의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기숙사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그들이 사는 집에 함께 먹고 자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늘어만 갔다. 



기숙사를 비우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혹여나 사감이 나를 찾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처음 기숙사 생활했을 때 나와 실습생 아이들을 쥐 잡듯 감시하던 사감도 지금은 크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은 것보다는 그냥 무리 안에 있기 때문에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그들은 공장 안에서 막강한 권력을 누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나의 모습을 눈엣 가시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김주임이었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진 어느 날 옷을 갈아입고 나가려는 찰나에 김주임과 마주치게 되었다.



"끝나고 기숙가로 안 가고 어디 다른 데를 가시나 보죠.?"

"요즘 인사도 잘 안 하고 말이지."

"야 이 새끼 봐라. 요즘 싸가지가 정말 없어졌네."



무리 중에 한 명이던 강희 형이 옆에 있었지만 나를 말리지는 않았다. 평소 김주임에게 불만이 많았던 나는 무리 안에서 김주임 욕을 신나게 했었다. 그리고는 언젠간 그 재수 없는 얼굴에 주먹을 날릴 날이 올 것이라 고대를 하고 있었다. 형도 분위기를 보았는지 재밌는 그림이 나올 것 같아서 말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지금 이 순간 김주임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 수 있는 날이 찾아온 것이다. 



"내가 어디를 가든 말든 주임님이랑 상관없잖아요.?"



"어쭈 그래서 씨발 나한테 개기는 거야.?"

"어휴 무서워서 오줌 지리것네." 

"한대 칠 기세인데, 어디 한대 쳐봐라." 

"한 대 때려 보라고."



"그냥 가던 길 가십시오." 

"현장 실습생들 괴롭히고 다니는 거 창피하지 않습니까.?"



"뭐라고 이런 개새끼가.?!"



그 말을 듣는 순간 김주임이 꼭지가 돌았던지 나의 뺨을 두어 세대 세차게 때렸다. 나는 그 기세에 밀리지 않고 김주임의 얼굴을 주먹으로 갈겨버렸다. 예상치 못한 반격에 김주임은 나가떨어졌고, 나는 그의 위에 올라타서 몇 차례 주먹을 더 날리기 시작했다. 



운이 안 좋게도 그 모습을 생산라인의 이 과장이 우연히 지나가다 보게 되었다.



"야인마, 너 뭐 하는 거야.?!" 



이 과장의 불호령에 김주임과 함께 사무실로 불려 가게 되었다. 순간 욱하는 마음에 김주임에게 주먹을 날렸지만 후회가 되었다. 아직 6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래도 여기 사람들과 정도 많이 들었는데, 벌써 집에 가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씁쓸했다. 



이제는 여기 생활도 막을 내리나 싶은 찰나에 이 과장의 입에서는 뜻밖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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