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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방인2 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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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구년생곰작가 Oct 25. 2024

제국의 붕괴






회사의 전망은 날이 갈수록 어두워져만 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회사는 업계의 선두주자 중 하나로 성장해 있었고, 주력 제품인 LCD 모니터는 시장에서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기술 발전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LCD 모니터의 가격은 빠르게 하락했고, 회사의 매출도 그에 따라 줄어들었다. 이미 해외 공장 이전과 연구개발에 과도한 자금을 투입해 부채비율이 높아진 상태였기에, 회사는 더 큰 재정적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회사를 더욱 흔든 것은 푸른 제국의 결정이었다. 푸른 제국은 인건비가 낮고 거대한 시장을 가진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회사와의 납품 계약을 끊어버렸다. 푸른 제국이 오랜 거래처이자 핵심 고객이었던 만큼, 그들의 배신은 회사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수익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자금 조달은 한계에 다다랐다.



내부적으로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사측과 노조 간의 갈등은 날로 격화되었고, 미래를 불투명하게 느낀 기술 인력들과 고급 인재들은 대기업이나 경쟁사로 하나둘씩 이탈하고 있었다. 회사의 인재 유출은 구조적인 붕괴를 예고하는 신호였다.



게다가 회장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었다. 여러 가지 부정행위와 횡령 혐의로 법정에 서 있었고, 회사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직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고, 내부 고발과 언론의 비판적인 보도가 연일 이어졌다. 그러나 회장은 여전히 자신의 권력과 영향력을 통해 마지막 수단을 모색하고 있었다.



"이런 제기랄, 무슨 수를 써도 안 되는 상황이구만. 이걸 어떻게 풀어가야 하냔 말이지." 



회장은 사무실에서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앞에는 각종 서류와 차트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회사의 붕괴를 막기 위해 수없이 많은 전략을 세웠지만,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그 쥐새끼 하나도 처리하지 못하고, 오히려 내가 살인 미수로 교도소로 가게 생겼단 말이지." 



그는 자신에게 대항하던 내부 고발자 중 하나였던 나를 떠올렸다. 비록 그 고발자인 나를 처리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상황은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이제는 교도소 갈 위험까지 안고 있었다.



"김 이사, 최 전무를 불러. 저녁 식사나 하자고 하고, 법무팀에게 연락해서 회사 관련 이야기가 언론에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라고." 회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이어 그는 덧붙였다. 


"그리고 직원들 입단속 좀 시켜."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비서가 고개를 숙이며 빠르게 나갔다.



그러나 회장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이미 회사는 서서히 붕괴되고 있었다. 수십 년 동안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세운 제국이었지만, 내부에서부터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회장은 마지막으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과 지분을 팔아 해외 도피처를 마련했지만, 그의 도피는 법적 제약에 막혀 있었다. 피고인 신분인 그는 함부로 떠날 수 없었다.



회사의 붕괴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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