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번에는 내가 꼭 사주고 싶어서 그래.”
고향집에 간 나와 내 아내는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부모님과 함께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 산책 삼아 들렸다. 매장에 들어와 커피를 주문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다가오더니 당신이 내겠다며 내게 갑자기 돈을 내밀었다. 그렇게 해서 서로 돈을 내겠다며 잠시 실랑이(?)가 벌어졌고, 내가 그렇게 반쯤 애원하듯 얘기하고 등을 떠밀고 나서야 겨우 어머니는 포기했다. 예전에도 어머니가 먼저 돈을 지불해 버려서 난감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살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주문한 커피를 받아 든 우리는, 매장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우리들은 일부러 구석이 앉고는 했는데, 휠체어에 타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서였다. 그렇게 함께 커피를 마시는 동안, 이내 그 일은 내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한데, 어머니는 아니었나 보다.
우리가 커피를 다 마시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있을 가는 길이었다. 성격이 급했던 아버지는 전동 휠체어를 몰고 저만큼 앞서 가고 있었고, 어머니와 아내는 내 뒤에서 두런두런 얘기하며 같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갑자기 어머니가 발걸음을 서둘러 앞서 걸어가던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살며시 내 손에 무언가를 쥐어 주었다. 만 원짜리 지폐 몇 장이었다. 그리고는 내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아들 돈 쓰기 미안해서… 여기까지 일부러 와주었으니까 엄마가 아들한테 사주고 싶었어.”
그렇게 말하고는 내가 뭐라 대답도 하기 전에 어머니는 다시 내 아내가 있는 쪽으로 쪼르르 가 버렸다.
내 어머니는 예전부터 항상 그랬다.
언젠가 새벽 안갯속에서 어머니가 내게 말했던 것처럼,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자식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머니는 항상 당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 했다.
어머니에게 필요할 것 같아 선물을 사 드리면 더 큰 선물로 되돌려줄 궁리를 하셨고, 이번처럼 내가 커피라도 사면 아무도 모르게 웃으면서 다가와 다시 되돌려주고는 했다. 그때마다 어머니가 말한 이유는 참 궁색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궁색한 변명을 해서라도 어떻게 든 내게 주고 싶어 했다. 무엇도 부담 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 아무리 괜찮다고 얘기해도 별 소용이 없었다. 어머니는 당신에게 쓸 돈이 있다면, 차라리 그 돈을 알뜰하게 모아 나중에 진정 필요로 하는 곳에 쓰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주고 싶어 하는 어머니를 내가 말릴 수 없었던 이유는 하나다. 그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면서 보여주시는 무척이나 기뻐하는 어머니의 모습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내게 뭔가를 받을 때보다, 당신이 뭔가를 해 줄 때 오히려 더 환한 웃음을 짓고는 했다.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 하는 마음…
부담 주지 않으려는 마음…
이런 마음은 비단 내 어머니만이 보여주시는 특별한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가 모두 이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쯤은 나도 알고 있다.
자고 있는 아이를 보며 그윽한 미소를 담아 입을 맞추고, 아이가 뒤뚱뒤뚱 걷고 있으면 혹시나 넘어질까 차마 시선을 떼지 못하고, 당신이 알고 있는 세상의 이치를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자 하고, 혹시나 자식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다 큰 성인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여전히 안심하지 못하고 걱정하는 것. 자식을 대신해 당신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싶어 하는 것. 그렇게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 주는 것. 그것이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쯤은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 뭐? 세상의 모든 부모가 다 같은 마음이라고 해서 내 어머니의 마음이 당연한 것으로 치부될 수는 없다. 난 분명하게 느끼고 있으니까. 내 어머니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은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라는 것을. 그러니까 내 어머니의 마음은 누가 뭐라 해도 여전히 나에게 특별하다.
내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