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맨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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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며 살기를 소망하다가도
가끔은 놓아버리고 싶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일에
기어이 손을 들겠다 한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이라
가끔은 놓아버리고 싶다
긴 숨 끝에 애써 잡는 무언가는
어째서 내게 와 의미가 되려 하는가
사랑하는 마음은 결국
사랑하길 포기하는 마음과의
소리 없는 싸움이라
한동안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
기어이 손을 들어 알아주지 않는 길을
가는구나
조용한 그 자리를 지키는구나
용기가 없어 더 사랑하지 못하는 줄 알았건만
어쩌면 용기와 상관없이 사랑은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인내면 전해지는 건 아닐까
티 나지 않는 사랑이라 서로에게 티 날 수 있기까지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그런 힘이 아닐까
그러다 또 사랑하며 살기를 소망하고
그 힘으로 오늘이 채워지기를 바라며
누군가를 지킬 수 있기를 다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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