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 소원을 빌었더니 진짜로 이뤄졌다?!

참 안 맞는 부부

by 오렌지양
프라하에서 소원을 빌었더니 진짜로 이뤄졌다?!


# 여권 분실 사건

독일에서 체코 프라하로 가는 날.

뮌헨 중앙역에서 프라하까지 기차로 5~6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미리 표를 예매했기 때문에 가서 바로 기차를 타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뭐 하나 무사히 넘어가면 우리 부부가 아니지....

사건의 발단은 '금고'였다.


우리 남편은 숙소에 도착하면 여권을 항상 금고에 넣어놨는데

독일을 떠나기 전날 밤,

다음날 아침에는 정신이 없으니 미리 금고에 있는 여권을 꺼내놓으라고 했다.

하지만 내 말을 잘 들으면 우리 남편이 아니지~~ (비꼬기 스킬)

청개구리처럼 '내일 알아서 잘 챙길 거라며 신경 끄라고' 했다.


다음날 아침

여유롭게 준비하고 뮌헨 중앙역에서 아침도 먹고

프라하 가는 기차가 도착해서 타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남편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외쳤다.


"여권!!!!"


"뭐?!"


남편은 마치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와 같은 비장한 한 마디를 외친 채

뒤도 안 돌아보고 숙소로 뛰어갔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도 모르고 프라하행 기차는 10분 뒤 출발이었다.


숙소까지 전속력으로 뛴다한들 왔다 갔다 20분은 족히 걸리는데

과연, 탈 수 있을까?

1%의 기대를 했지만 그 기대를 무참히 저버리고 기차는 경쾌하게 출발해버렸다.


나는 재빨리 정신줄을 잡고 티켓 변경을 하기 위해 매표소를 찾았다.


변경이 안 되는 티켓이면 어쩌지,

다음에 가는 기차가 만석이면 어쩌지


별의별 걱정을 다 하다가 내 차례가 되었다.

매표소 직원에게 예약 종이를 보여주며 사정을 설명하니

매표소 직원이 갑자기 빙그레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이거 프라하 기차의 스페셜 티켓이라서 원하는 시간대에 아무 기차나 타면 돼요

쉽게 말하면 프리패스 티켓이죠. 굉장히 비싼 티켓을 사셨네요"


이게 바로 하늘이 도운 건가?

내가 멋모르고 인터넷에서 예약한 표가 알고 보니 프리패스 티켓 같은 기차표였다.


헐레벌떡 기차역으로 온 남편은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고

나는 남편을 타박했고 남편은 미안하다고 했는데 자꾸 짜증 내니까

본인도 짜증이 났고 그래서 우리는 프라하로 가는 기차에서 싸웠고

서로 다른 객실에 앉아서 기차를 타고 갔다... (쩝)


# 수도원 맥주 (스트라호프 양조장)

깊어진 갈등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사랑의 힘으로 해결했냐고? 아니!

'맥주'로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와 프라하 수도원 맥주집 (스트라호프 양조장)과 매우 가까워서

저녁을 먹을 겸 이곳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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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호프 양조장, 수도원 맥주집이라고도 불린다.


프라하의 수도원에서 만드는 맥주가 그렇게 맛있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곳의 IPA 맥주는 는 단연컨대 최고였다.


내가 이제까지 먹었던 IPA는 뭐였지? 싶을 정도로 진짜 맛있었다.

IPA를 한 입 먹자마자 서로를 향한 날 선 감정들이 사르르 녹아내렸고

흑맥주를 먹고 더더욱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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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IPA 맥주와 립을 강추! 거의 베스트셀러 메뉴다.

늦게 가면 웨이팅이 어마 무시할 수 있으니 이른 오후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날이 좋으면 바깥에 앉아서 먹어보길, 멀리 프라하 성이 보여서 은근 낭만적이다.


# 까를교의 소원을 이뤄주는 동상, 진짜로 이뤄졌어!

22살, 유럽 배낭여행을 갔었을 때 체코 프라하에서 까를교를 건넌 적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다리를 건너다 말고 어딘가에 모여있는 거다.


서툰 영어로 뭐 하는 거냐고 물어봤더니 어떤 영국 할머니가 '이게 소원을 빌어주는 동상'이라며

나보고 신부님의 조각상을 만지면서 소원을 빌어보라고 했다.


반신반의로 동상을 만지며 소원을 빌었다

'까를교에 다시 오게 해 주세요'


열심히 소원을 비니까 할머니가 내 손을 잡고 소원을 비는 동상이 또 있다며

이것도 저것도 만져보라고 막 시켰다.


그래서 다섯 별이 있는 십자가 동상과 얀 네포무츠기 성인상이 있는 동상에서

오른쪽 아래에 신부님을, 왼쪽 아래에 있는 개를 만지면서 소원을 빌라고 했다.

난 열심히 영국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소원을 빌었는데

너무 소원을 많이 벌어서 이게 될까, 싶었다.


그런데 진짜 신기하게도 10년이 지난 지금, 신혼여행으로 다시 이곳 까를교로 온 것이다.

나는 영국 할머니가 알려준 대로 남편에게도 소원 동상 비법을 전수하며

다시 한번 소원을 빌었다


'까를교에 다시 또 오게 해 주세요'

과연 나의 소원은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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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를교


#꼴레뇨

다시 한번 주입식 교육의 시간이 왔다.

독일 = 맥주, 슈바인스학세였다면

프라하 = 꼴레뇨, 흑맥주

밑줄 긋고 꼭 외우길 바란다.


프라하에 오면 꼭! 먹어야 가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꼴레뇨~~!!

꼴레뇨는 체코어로 '무릎'을 뜻하는 말로 돼지의 앞다리 무릎 부위를

맥주와 향신료에 재워 삶은 뒤 오븐에 구워 만든 요리이다.

겉쫄속쫄! 겉과 속이 쫄깃하며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독일의 슈바인스학세와 비슷한데 슈바인스학세는 불에 굽는 거고

꼴레뇨는 삶는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꼴레뇨가 훨씬 더 부드럽다!

나는 슈바인스학세보다 꼴레뇨가 더 맛있었는데

우리 남편은 꼴레뇨는 좀 느끼해서 슈바인스학세가 더 맛있단다.

참 안 맞아 안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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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2_191251.jpg 꼴레뇨와 흑맥주



그렇게 우리는 유럽에서 잘 먹고 잘 놀고 잘 쉬면서

10일간의 꿈같은 맥주같은 신혼여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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