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안 맞는 부부
네덜란드에서 평화롭고 행복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이제 우리는 기차를 타고 독일로 떠났다.
21살 때 나 홀로 배낭여행을 할 때는 200만 원으로 두 달 동안 진짜 거지같이 (진짜다)
돈을 아낀답시고 버스, 트램, 택시 일절 안 타고 계속 걸어 다니기만 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풍족하게 기차도 특실 칸에 타고... 너란 녀석, 출세했다. 훗!
네덜란드와 독일은 바로 옆에 붙어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금방 도착했다.
남편은 '독일'이라는 나라는 굉장히 삭막하고 사람들이 무서울 줄 알았단다. (히틀러 때문이겠지)
그런데 이곳에 이틀 동안 머물면서 남편은 '독일'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10년 전에 독일에 왔을 때는 아시아 인종차별이 심하지 않아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는데 요즘에는 인종차별 이슈가 많아서 긴장하긴 했다.
특히나 우리 남편은 영어를 못했기 때문에 (수포자에 버금가는 영포자) 더 긴장했다.
하지만, 우리가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 친절했다.
우릴 보면 먼저 "Hello~" 말을 걸어주고
우리가 신혼여행으로 이곳에 왔다고 하니까
"So lovely~~"를 외치며 우리의 손을 잡아주기도 했다.
그리고 유럽의 어디를 가던 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이것!
중년의 어른들이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다.
지하철 계단에서 혼자 무거운 짐을 낑낑대며 들고 올라갈 때
먼저 도와주시는 분이 50~60대의 어르신들이다.
길을 몰라 헤매는 나를 직접 데리고 가서 길을 알려주는 사람들도 50~60대의 어르신들이다.
내가 만난 유럽 중년의 어른들은 배려와 매너, 여유가 항상 넘쳤고
다른 사람들 기꺼이 도울 준비가 되어있는 듯했다.
우리 남편은 독일 = 히틀러 이렇게만 알고 있어서
처음에 내가 신혼여행 코스에 독일을 넣었을 때 "독일을 왜 가? 거기 뭐가 있는데?"라고 물어봤다.
내가 겪은 독일은 삭막한 도시가 아니라 동화 같은 도시였다.
독일을 한 번이라도 가본 분들은 모두 이해할 것이다.
특히나 독일의 로텐베르크와 퓌센을 가본 분들이라면 더욱 격공 하실 듯!
그곳은 동화 속의 한 마을을 연상케 하며 몽글몽글한 기분이 솟아나게 만드는 정말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뮌헨 시가지에 있는 건물 하나하나에 전통과 역사가 가득했다.
고풍스러운 첨탑, 건축물을 바라보며 걷노라면 눈호강이 따로 없었다.
우리는 목적지를 정해두고 걷지 않았다.
길가다가 공원이 나오면 근처에서 맥주와 프레첼을 사서 먹고
누워서 자기도 하다가 (진짜 잠들면 소매치기당할까 봐 눈만 살짝 감았다)
놀멍쉬멍 여유를 만끽하며 걸었다.
이것은 그냥 외우면 된다.
좀 더 외울 수 있다면
이것까지 세트로 외우면 더 좋다.
슈바인스학세는 무엇이냐?
슈바인스학세(독일어: Schweinshaxe)는 독일의 돼지고기 요리이다. 재료로 사용되는 돼지고기의 부위가 족발과 비슷하지만 족발과 달리 슈바인학세는 돼지의 발 끝부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흔히 으깨거나 얇게 썬 감자와 사우어크라우트를 곁들여 먹는다.
(우리가 마시는 수입 맥주 중 파울라너, 벡스, L, 베어비어, 바르슈타이너 등도 독일 출신 맥주들이다)
나는 21살 때 독일에서 처음 마신 벡스(Beck's)의 맛을 잊지 못한다.
돈은 없지만 맥주가 물보다 쌌기에! 맥주를 자주 마셨는데
35도가 넘어가는 무더위 속에 찬 맥주를 들이켤 때의 그 쾌감이란~~ 크~~~
우리나라에서 파는 수입 맥주와 현지에서 파는 맥주는 맛이 정말 다르다.
톡 쏘는 맛이 덜하고 첫맛과 끝 맛에 풍미가 가득하고 목에서 꿀꺽꿀꺽 넘어가는 부드러움이 확실히 다르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독일 슈퍼에서 파는 맥주를 랜덤으로 골라 잡아서 마셔도
우리나라에서 파는 맥주보다 더 맛있다! (너무 거짓말인가?)
아침 먹고 맥주, 점심 먹고 맥주, 저녁 먹고 맥주~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오네~ 오늘도 맥주다~♪)
독일에 있는 내내 맥주만 마셔서 이틀 동안 살이 3킬로는 찐 것 같았다.
호프브로이 하우스는 세계 최대의 맥주 홀로 역사가 무려 1589년까지 거슬러 간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도 이곳에 방문해서 맥주를 마셨을 만큼 역사가 깊은 곳인데
이곳에는 무려 3천 명의!!! 손님이 들어갈 수 있단다.
한 마디로 뮌헨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무조건 방문하는 장소 1위! 되시겠다.
이곳에서 파는 바이에른 맥주와 슈바인스학세는 가히 일품이었기에
우리는 약 30분 정도를 기다려 호프브로이로 들어갔다.
한국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까 여기 웨이터들이 동양인을 무시해서 주문을 받으러 안 오거나
일부러 늦게 받는다는 많이 많길래 자리에 앉자마자 영어로 폭풍 주문을 했다.
다행히 우리 주문을 받는 웨이터는 착한 사람(?) 이어서 무사히 주문에 성공했다.
얼굴만 한 맥주를 겨우겨우 먹고 있는데
맥주가 3분의 1쯤 남으니까 다른 종업원들이 대놓고 우리를 쳐다봤다.
'더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나가'라는 눈치였다.
배는 부른데 이곳의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좀 더 있고 싶었다 (내쫓지 마....)
그래서 흑맥주를 하나 더 시키고 남편과 포식을 했다.
어둑어둑해진 밤거리를 걷다가 기분이 좋아서 맥주를 사서 호텔에서 또 마셨다.
우리는 그렇게 독일에서 인간 맥주가 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