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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나비 Oct 27. 2024

미움 받는 것에 익숙해지기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것에 대하여

주변에 늘 미워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환경에서 전투적으로 살았던 사람들은, 비교적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들을 잘 견뎌낼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지금 사건이 일어난 지 두 달이 다 되어 가고 있는데도 그 사람은 여전히 나를 미워하고 있고 나는 그 미움에 익숙해지지 않는다.


첫째는 그 사람이 계속 생각이 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사람을 내가 볼 수 있는 날은 많지 않다. 매일 회사에서 얼굴 마주 대고 있는 사람도 아니라서 일주일에 한 번 볼까말까이고 얼굴을 본다고 해도 가볍게 인사만 하고 지나치는 것인데도 나는 지나치게 신경이 쓰이고 대부분의 시간을 그의 생각을 하면서 보낸다. 물론 아주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듯이 그 사람은 지금 뭘 할까 따위를 생각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내가 하는 그의 생각이란, 그의 마음 속에 있는 내가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다. 그의 마음 속의 나는 아주 악마겠지. 그러니 나를 저렇게 대하는 것이겠지. 그러면 차라리 내가 없어져 버리면 어떨까. 그러면 그 사람은 나를 그렇게 생각했던 것을 아주 후회하면서,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될까. 그러면 정말 내가 없어져 버릴까, 그 사람 때문이라고 온 동네에 플래카드라도 걸어놓고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릴까.


나는 왜 이렇게 미움에 집착할까. 나보다도 더 많은 미움을 받고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대통령이나 연예인들처럼 대중의 주목을 받는 사람들은 나와 같은 생각에 빠지면 천 번도 더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날려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지 않고 잘 지낸다. 심지어 연예인 같은 경우는 같이 드라마를 찍는 사람과 미움의 관계에 있기도 한데, 그럼에도 티내지 않고 촬영을 한다. 정말이지 그들의 멘탈은 놀라울 지경이다.


그에 비하면 내 멘탈은 어찌나 유리인지. 겨우 미움 받는 것 하나 가지고 죽을 생각을 하다니. 그렇게 생각하면 스스로가 그렇게 한심할 수가 없는데, 다르게 생각하면 궁금하기도 하다. 좀 더 생각을 해 보니, 나는 내가 미움을 받는 이런 상태를 매우 불편하게 느낀다. 이건 자연스럽지 못하고 개선되어야 할 어떤 것이다. 나는 모두에게 사랑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내 삶을 바쳐야 한다. 이런 옳지 못한 신념이 나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러니 나는 익숙해져야 하겠다. 내가 미움 받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그의 마음 속의 내가 반드시 옳지는 않으며, 사람은 여러가지 이유로 미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인정해야 하겠다.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 미움 받은 사람은 너무나 많이 있다. 그들 중에 정말로 미움 받을 만해서 미움 받은 사람은 많지 않다. 주변 사람들과 심지어 제자들에게까지 버림을 받고 십자가에 달려 죽은 예수님, 그리고 예수님의 조상이자 왕에게 미움을 받아 수차례 죽을 위기를 겪었던 다윗, 우리나라로 건너와서 목숨 걸고 나라를 위해 싸웠지만 결국 왕에게 미움을 받아 지위도 빼앗기고 곤장까지 맞고 죽을뻔한 이순신 장군, 생각해 보니 미움을 받은 인물 중에 훌륭한 인물들도 많이 있다.


그에 비해, 주변인들에게 아무도 미움을 받지 않았던 대표적인 예는 바로 북한에 있는 김정은이다. 옛날에는 히틀러도 있었다. 미움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미워하는 사람을 다 제거한다는 뜻이고, 그만큼 독재정치를 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것이다. 


미움을 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내 생각을 바꾸어 보자. 그리고 사람이 자기 목소리를 내면 더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생각해 보자. 그러면 내가 그 동안, 저 사람은 미움 받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미워했던 것도 반성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어떤 사람이 정말로 티가 나게 미움 받을 짓을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좀 튄다는 이유로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숱하게 미움을 받는다. 그리고 미워하는 사람들은 그 탓을 자신이 미워하는 대상으로 옮기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내가 미움 받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익숙해지면, 나는 좀 더 미움 받는 것에 대해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미움 받을까 봐 전전긍긍하지 않고 내 목소리를 더 낼 수 있을 것이다. 남의 의견에 묻어가기 보다는 내 의견을 내고 남의 판단이 어떠하든지 밀고 나가기도 할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나에게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이 괴로움은 앞으로 내가 겪을 자유로움에 비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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