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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쿠 Oct 14. 2024

캐나다 +220, 하이 피카츄, 첫 번째 예고편?!

예상치 못한 클라이언트의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첫 날에는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튿날부터 슬슬 부담감이 올라오기 시작했죠. 


'내가 과연 잘 만들 수 있을까?

'슈퍼바이저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그림을 못만들면 어떡하지...'

'지금까지 꾸역꾸역 어떻게든 버텨왔는데, 내 밑천이 다 드러나지는 않을까?'

'그로인해 계약연장도 못하고 짤리면 어떡하지?'


부담감이라는 감정과 함께 부정적인 생각들도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제 약점들을 상쇄시킬만한 어떤 것들을 보여줘야 제가 안심이 될 것 같았습니다.


예고편에 들어가는 제 장면은, 영화내에서 주요 무대가 되는 '라임시티' 를 소개하는 부분 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과 포켓몬들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죠.  그리고 도시 전체를 애니메이션과 게임에서 보아오던 모습들로 바꿔야 하는, 생각보다 할것이 많은 장면 이었습니다. 


기술적인 면으로 살펴보자면, '로토스코핑' 이라는 작업을 통해서 도시 내에서 돌아다니는 인물들의 움직임 데이터가 필요한데, 제가 한국에서 작업할 때만 하더라도, 제가 직접 했었습니다. 



출처, BorisFX, https://borisfx.com

하지만 이 곳에서는 '로토스코핑' 이라는 작업을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분리되어 있어서, 요청만 하면 원하는 데이터를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 작업이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거든요.


다음으로 필요한 기술은 3D 파트에서 넘어오는 데이터들을 우리가 사용할 수 있게, 그리고 언제든지 수정하거나 업데이트 할 수있도록 데이터정리를 잘 해놓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슈퍼바이저와 팀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해오던 방식을 고수할 수도 있었지만, 이 회사내에서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작업방식을 따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전 프로젝트에서 느꼈었죠. 


막상 걱정하던 부분들을 나열하고 끄집어 내보니, 다 해결책이 나오더라고요. 쓸데없이 걱정이 많은터라 종종 일상생활에서 피해를 보곤 합니다. 


며칠 후 슈퍼바이저를 통해 첫 번째 예고편 전달 일정이 받았습니다. 그 날짜까지 완성해서 보내야하는, 타임어택의 시작이었죠.


'헤이 사쿠, 요건 요렇게, 저건 저렇게, 이건 이렇게 해줘.'


슈퍼바이저들의 스케쥴관리와 테크니컬한 관리 덕분에 큰 문제없이 작업은 진행됐습니다. 어쨌든 제가 책임지고 있는 장면이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라도 생기면 바로 보고를 했고요. 우리 파트내에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싶으면 슈퍼바이저는 바로 다른 파트와 미팅을 잡아서 수정요청을 보내곤 했습니다. 


제가 작업하던 방식은, 어떻게든 제 파트 내에서 끝내보자 였었는데, 그것이 정답이 아니었다라는 것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느끼고 있었습니다. 내 장면 하나만 생각하면 굳이 다른파트 요청을 할 필요는 없었지만, 단순히 장면 하나를 위한 것이 아닌, 프로젝트 전체를 보며 파이프라인을 잡아나가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더군요. 


그리고 기대하고 기대하던 포켓몬들의 3D 렌더링 데이터를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죠.


'너무 귀엽잖아! 이 프로젝트 하길 너무 잘했다!!'



처음 만난 포켓몬은 '파이리' 였는데요. 아직 꼬리에 '불' 시뮬레이션이 안되어 있어서 꼬리만 달랑 들고 나타났습니다. 피부 표면은 실사화를 위해 도마뱀 질감이 입혀졌었는데요. 나름 현실고증을 열심히 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그대로였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이질감 안들고 정말 잘 만들어졌다 였습니다. 


그리고 차례대로 다른 포켓몬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켄타로스, 깨비조, 피죤투 등등. 익숙히 보아오던 모습들 그대로 잘 뽑혀져 있더라고요. 이 캐릭터들은 털과 깃털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런지 이질감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최애 캐릭터인 이상해꽃도 볼 수 있었는데요. 아쉽지만 이 장면에서는 사람들에게 가려져서 잘 안보이더라고요. 제일 아쉬워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자 이제 제가 해야 할일은 제가 받은 '로토스코핑' 데이터와 3D포켓몬 데이터를 실제 촬영본위에 합쳐는 일이었습니다. 


작업을 하다보면 아무리 데이터를 잘 받아도 일일이 손으로 수정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는데요. 이런 부분은 한국이나 이곳이나 똑같더군요. 


모든 부분을 리포트해서 다른 파트의 손을 빌리면 좋겠지만 타임어택이 시작된 이상, 이제 모든 수정은 제가 도맡아야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어? 이쪽 사람 다리 하나가 더 필요한데?'

'헤이 사쿠, 포켓몬 이 부분이 이상한데, 우리 파트에서 수정하자!'


인물 수정에 모든 정신을 쏟고 있을 무렵, 배경 건물들도 3D 렌더링 되어 넘어왔습니다. 인물 한명 한명 손봐야 하는 것과는 달리, 전경과 후경 분리만 되면 되는 일이라 그나마 수월했지만, 이 것 역시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있더군요. 


촬영 환경과 맞춰 이질감이 덜 느껴지도록 밝기를 조절하는 부분과, 포켓몬 간판들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붙여야 했습니다. 아무 간판이나 붙일 수는 없었기에 클라이언트쪽에서 OK 해준 데이터들만 추려서 사용을 했죠. 


하나씩 추가하고 수정해가며, 하루에 두 세번씩 컨펌을 받았습니다. 더 작업해야 하는 부분은 개인노트 TODO 리스트에 올려놓고, 더 필요한 데이터는 없는지, 내가 누락시키는 노트들이나 디렉션들이 없는지 꼼꼼히 체크해가며 진행했죠. 


어느새 최종제출 날짜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야근 강도는 조금씩 더해갔죠. 단순히 제가 하는 일만 마치면 완성본을 보내는게 아니었습니다. 


마지막에 마지막에 마지막에 마지막에 마지막 까지, 저의 앞 부서에서는 업데이트를 진행했고, 시간이 허락하는 마지막까지 퀄리티를 높이기위해 렌더링을 진행했습니다. 결국 하루 이틀전에 데이터 업데이트가 이루어졌고, 저의 야근은 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었죠.


캐릭터 업데이트만 해서 끝나는 일이면 참 좋겠지만, 업데이트 될 때마다 포켓몬들의 움직임이라던지, 컬러들이 조금씩 수정되어 왔기 때문에 그 때마다 다시 조절해야 하는 것은 온전히 제 몫이었습니다. 야근은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지는 숙명?과도 같았습니다.


딜리버리 하루전과 당일은 거의 모두가 함께 야근하는 날이었습니다. 최종컨펌을 진행하는 VFX 총괄 슈퍼바이저나, 우리팀의 슈퍼바이저나 그리고 작업하는 우리 모두, 조금이라도 완성도를 높이기위해 열정을 불태웠죠. 


제 장면이 예고편 내에서도 긴 편에 속해있어서 결과물을 출력하는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수정사항들도 끊임 없이 이어졌기에, 집중력과 체력은 거의 바닥을 기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총괄 슈퍼바이저의 OK 사인이 떨어지고 제 장면은 클라이언트에게 보내지게 되었습니다. 아직 수정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은 미완의 장면이었지만, 주어진 시간내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 만족하고 보내야 했죠. 


클라이언트 쪽에서도 OK 사인이 났고, 마침내 모든 예고편 장면들이 완성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 때가 일을하면서 제일 뿌듯한 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영화관에서 볼때하고요. 클라이언트 OK 사인이 회사 파이프라인내에서 보여지면,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한달후 즈음, 제가 속해있던 그룹챗에 메세지 하나가 떴습니다. 


SUPE : Great work, guys !!


https://www.youtube.com/watch?v=1roy4o4tqQM

명탐정 피카츄, 첫 번째 예고편


첫번째 예고편이 유튜브에 올라왔고,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죠. 


자 이제, 본 작업을 시작할 때가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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