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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엄마곰 Apr 02. 2022

칭찬도 사랑도 이왕이면 복리로 해주세요.

사랑통장에는 잔고가 마를 틈이 없다. 

엄마,  이렇게 색칠하니까 내 손이 공주님처럼 소중해 보여.

찹쌀이가 손톱을 안 뜯어서 예쁘게 자라났어. 엄청 잘 참았어.

사실은 발표할 때에도, 줄넘기 대회를 할 때에도 뜯고 싶었는데 겨우겨우 참았어.

내 손에서 피날 때 엄마가 울어서, 참았어. 

엄마가 나를 진짜 사랑하는구나, 응원하는구나 알아서 참았어. 





아이가 유치원을 나오며 신이 나 말한다. 오늘은 손톱을 한 번도 뜯지 않았노라고, 드디어 손톱을 뜯지 않은 날 5일을 채워서 "엄마 손톱처럼 예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날이라고 깡충거리며 나에게 날아온다. 사실 이미 아이가 노력하며 참았다는 것을 선생님께 전해 들었지만,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하며 흠뻑 칭찬을 하고, 무슨 모양으로 하고 싶냐는 물으니 "딸기랑 찹쌀떡"이라며 자신의 얼굴을 그리란다. 딸기찹쌀떡. 우리 집 꼬마의 별명이다. 하얗고 동그란 얼굴에, 작은 일에도 크게 기뻐하여 볼이 상기되는 아이. 그래서 마치 볼에 하트를 두 개쯤 그려놓은 것 같은 이 작은 아이는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정말 채워냈다. 


유치원에서 발달 측정을 하던 날, 우리 아이는 손끝이 벌겋게 되도록 잡아 뜯고 왔다. 집중에서 뭔가 할 때는 그래도 덜 만지는데, 줄을 서서 발달 측정을 하다 보니 지겨웠나 보다. 왼손 언니 손가락에는 피가 났던 흔적까지 선명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났다. 물려줄게 이렇게도 없어서 이딴 버릇을 물려주었나, 닮을 게 없어서 어디 손톱 뜯는 것까지 닮은 것인가. 아이의 피딱지는 내 마음에서 터져 자책과 속상함이 뒤범벅이 되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줄줄 흘리며 아이 손을 소독해주고 약을 발라주는데 아이가 나를 안아준다. "엄마, 내가 습관을 잘 고치지 못해서 미안해. 엄마를 울게 해서 미안해. 이제 정말 노력해볼게" 그렇게 아이도 울고 나도 울며 서로를 도닥이다가 아이는 스스로 목표를 설정했던 것이다. "엄마, 내가 손톱 안 뜯고 나도 엄마 손톱처럼 예쁜 모양 그릴 수 있어? 내가 다섯 밤정도 참아볼까?" 하고 말이다. 아이는 그저 네일아트가 예뻐 먹은 마음이었을지는 모르나, 무엇인가를 참거나 기다리는 5일이 얼마나 긴지 알기에 나는 순순히 네일아트를 허락했다. 


아이를 데리러 온 내게 담임선생님은 "어머니, 00 이가 엄청 노력했어요. 손톱을 뜯어서 엄마가 너무 속상해했다고, 여든 살까지 손톱을 뜯기 전에 꼭 고쳐야겠다고 했어요. 엄마가 자기를 얼마나 걱정하고 사랑하는지 알아서 꼭 고쳐야 된데요."라며 일주일 내내 무릎에서 손을 떼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무릎에도 주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던 네 말이 생각나 가슴이 시렸다. 오늘 너를 만나면 실컷 칭찬해주어야지,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해주어야지. 손톱을 발라주는 내내 칭찬해주어야지. 그렇게 여러 번 결심했다. 


저녁 내내 자신의 손톱을 바라보며 행복해하던 아이가 "엄마 나 이제 여섯밤 참아볼게. 다섯 개 참았으니까 여섯 개도 참을 수 있을 것 같아." 한다. 맞다. 분명 아이는 여섯밤도 참아낼 수 있을 것이다. 처음의 다섯 밤은 억지로 무릎에 손을 붙여야 할 만큼 힘이 들었을지 몰라도 두 번째 도전은 조금은 덜 힘들 것이다. 이미 지나와본 고통이기 때문이다. 이미 학습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본인이 설정하고, 본인이 찾은 방법으로 차곡차곡 모아 온 5일이기에, 아이의 세포들도 손톱을 뜯지 않는 방법을 기억해두었을 것이다. 


엄마가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초음파 사진을 받아 들었을 때부터, 아이를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지 말자고 

결심했다. 우리 아이의 비교대상은 그저 어제의 본인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에 비교와 질투의 마음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노력해왔다. 아이는 그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매일매일 노력하고 있었다. 자신의 속도대로 참 부지런히도 자라고 있었다. 


엄마 6년 차. 우리만의 속도대로 육아하겠다는 나의 원칙에 하나를 더해본다. 칭찬이든 사랑이든, 뭐든 복리이자로 주겠다고. 칭찬을 많이 하면 자만하게 된다는 혹자의 말들도, 잘못된 칭찬은 독이 된다는 말도 귓등으로 보내버리고, 많이 칭찬하고, 많이 응원하고, 사랑을 많이 표현하며 키우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어차피 아이를 향한 사랑통장은 마를 날이 없는데 아껴두어 무얼 할까. 사랑도 칭찬도 복리로 팍팍 지급하는 통 큰 엄마가 되어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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