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퍼 경로잔치와 함께 한 특별한 어버이날

어버이날 합창단 일원으로 다일공동체 경로행사 참여기

by 정석진

어버이날이다. 카네이션을 달아도 전혀 이상이 없을 나이인데도 썩 내키지 않는 것은 아마도 아직은 젊다는 착각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할머니가 맞는데도 할머니라는 호칭을 듣기 싫어하는 것처럼.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아이들이 꽃을 챙겨주지 않으면 섭섭한 것은 또 무슨 마음인지 당최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여하간 부모로서 누려야 할 어버이날의 특권을 자녀들로부터 받아서 부모에 대한 마땅한 도리를 다하는 자녀의 부모가 되고 싶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특별히 기억되고 축하받는 날, 뜻깊은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되어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다.


어버이날을 맞아 현재 활동 중인 동대문 아버지 합창단에서 청량리에서 35년째 밥퍼 사역을 이어오고 있는 다일공동체의 밥퍼 어르신 효도 잔치의 축하공연에 합창단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코로나가 끝나갈 무렵인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참석이다. 코로나로 인해 합창단이 장기간 모임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다시 시작했을 때는 거의 와해 수준이었다. 남은 인원이 겨우 6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 인원이 합창단이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했었다. 오늘의 공연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인원들이 참여했다. 평일 오전 공연인데도 16분의 단원이 참석하여 만감이 교차한 순간이었다.


오전 9시에 다일공동체를 찾아갔을 때 마당에 노인분들이 이미 가득하게 모여계셨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나선 분들이 많았던 것이다. 많은 분들이 매일 무료로 제공하는 식사를 하기 위해 서울 각지에서 찾아오는 데 오늘 같은 날은 특별한 날로 선물도 드리기에 멀리 경기도에서도 찾아오신다고 한다. 풍요의 시대에 그늘진 곳에는 여전히 소외되고 외로운 분들이 저리도 많다는 사실을 눈으로 목도한다.

비가 오지 않은 쾌청한 날이었지만 기온이 올라 햇살이 따가웠다. 이미 자리 잡고 앉아 계시는 분들 사이로 많은 자원 봉사자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실 말이 쉽지 35년을 한결같이 밥퍼 사역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다시금 숙연한 마음이 든다. 거기에 더하여 봉사하시는 분들의 표정이 얼마나 밝고 사랑이 넘치는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했다.


축하공연은 트로트, 민요 그리고 색소폰연주에 이어 우리 합창단 공연이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3대째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분의 자녀인 초등학생의 바이올린 연주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우리 합창단은 원래 세 곡을 준비했는데 일정이 지연되어 친근하고 흥겨운 곡 위주로 '님과 함께'와 '노란 샤쓰의 사나이'를 불렀다. 야외인 관계로 노래의 전달이 중요해서 평소보다 크게 노래를 불렀다. 이왕 봉사하는 것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드리려는 마음에서 신나는 율동을 더하여 아주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공연 말미에는 바이올린 연주에 맞춰 '어머니의 마음'도 불러드렸다. 관객들의 반응도 아주 좋았다. 공연을 끝으로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카네이션도 손수 달아드리며 기분이 묘해지며 울컥한 마음도 들었다.


공연 후 식사 자리에서 공동체 대표이신 최일도 목사님은 공연이 마음에 드셨는지 인근의 천사병원에 있는 무의탁 환우를 위한 공연도 부탁하셨다. 그분들이야 말로 위로가 필요한 정말 외로운 분들이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단원들도 흔쾌히 동의하여 공연이 성사되었다. 천사병원은 집창촌의 여성들의 기부금과 다일공동체 헌금이 마중물이 되어 많은 분들이 기부에 참여해서 2002년에 설립된 무료 병원이었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며 지금까지 꾸준히 후원하고 있는 수많은 분들의 이름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을 보았다. 선한 사마리아인들의 사랑이 마음에 전해져 가슴이 뭉클했다. 천사병원은 국내뿐 아니라 동남아의 가난한 나라에서 언청이로 태어난 아이들을 치료해 주는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었다. 수술 전과 수술 후의 사진들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평생 음지에서 숨어 살아야 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기적을 일으키는 귀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우들을 위한 공연은 또 다른 보람이었다. 실내에서 이루어진 공연은 우리가 준비한 세 곡 전부를 들려드렸다. 우리의 합창이 그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기를 바란다.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보다 소외된 분들을 위한 작은 공연이 더 감동이 되었다. 단원들 모두 한마음으로 천사병원 공연 했다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갈수록 험해지고 자기만 아는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이렇게 음지에서 한결같이 섬기며 봉사하는 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이 참으로 귀하고 감사하다. 거친 황무지에도 꽃을 피워내듯 그분들의 섬김과 사랑은 사막 같은 우리 삶에 소망을 심어주는 귀한 등불이 아닐 수 없다. 이 귀한 분들의 사역에 아주 미약한 힘이지만 참가를 하게 된 것이 참으로 보람이고 기쁨이었다. 예수님의 사랑을 그대로 실천하는 빛과 소금 같은 귀한 그들의 섬김이 하나님 보시기에도 아주 아름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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