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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19화
전원을 찾는 기쁨
처가를 찾아 매실을 따다.
by
정석진
Jun 1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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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이 숨을 쉬는 시골을 찾아 나서는 길은 행복하다.
어린 시절 시골의 추억이 별로 없는 이에게는 더 특별하다.
아내 덕에 내게도 정겨운 고향이 생겨났다.
100리 길을 달려도 더 가야 하는 곳, 그곳에 아내의 고향이 있다.
언제나 찾아가도 다시 그립고 마음이 푸근해지는 곳.
지리상 꽤나 먼 길이지만 마음에는 지척인 그곳을 콧노래를 부르며 간다.
매실 수확철을 맞아 동서네에 작은 도움이나마 드릴 요량으로 시골을 간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실은 전원을 찾아 마음의 쉼을 누리는 것이다.
아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4시간을 쉬지 않고 차를 달려 밤이 내린 처가에 도착했다.
환한 달덩이 같은 얼굴로 맞아주시는 처형내외가 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손을 잡는데 힘이 넘친다.
여장을 풀고 늦은 시간이지만 소찬에 저녁을 먹는다.
민물새우로 만든 새우장과 상추김치 그리고 된장에 상추쌈이 전부인 소박한 상차림.
단출하지만 입안에서 누리는 맛은 귀족의 밥상이 하나도 부럽지 않다.
내일 새벽에 매실을 따러가야 하기에 일찍 잠자리에 든다.
전등불을 끄면 암흑인 세상, 나도 몰래 스르르 꿈속으로 떠난다.
눈을 비비며 깨는 새벽, 여기가 어디인지 잠시 혼란스럽다.
집이 아닌 시골을 떠올리며 정신을 차린다.
노동을 해야 하기에 일어나자마자 아침을 먹는다.
구수한 누룽지로 식욕을 돋우고 아침을 깨우며 매실밭으로 향한다.
주위가 환하게 밝았다.
시골의 아침은 이미 시작되었다.
여기저기 분주한 사람들이 눈에 보인다.
매실밭
차를 달려 산자락에 위치한 매실밭에 왔다.
신선한 아침의 공기가 가슴을 가득 채운다.
과수원 입구에 그림 같은 전원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모내기를 끝낸 논에는 손마디만큼 자라난 벼들이 나란히 나란히 서있다.
먼 산의 자취가 무논에 제얼굴을 비추는 듯 그림자가 드리웠다.
손에 장갑을 끼고 주머니를 둘러 입고 일을 시작한다.
매화나무 가지마다 토실토실한 매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눈으로 큰 매실을 찾아 한 알씩 따낸다.
알알이 열린 푸른 매실을 따는 손끝에 그윽한 매실의 향기가 풍긴다.
알찬 매실이 주는 손의 촉감이 흐뭇하다.
하나 둘 굵은 매실이 주머니를 가득 채운다.
묵직한 매실을 상자에 붓고 나서 다시 따기 시작한다.
수확하는 기쁨이 뭉게뭉게 솟아난다.
간간히 매화나무 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하늘도 푸르다.
한참 시간이 지나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솟는다.
낮이 가까워지며 기온이 급상승한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다.
대왕참나무가 드리운 그늘아래 앉아 물로 목을 축이고 간식을 먹는다.
어디를 둘러봐도 자연이 숨 쉬는 곳.
전원 속에서 머무는 편안함이 온몸을 감싼다.
다시 부지런하게 밭을 돌아다니며 매실을 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매실로 가득히 찬 상자가 늘어간다.
오전 12시에 이르러 유월의 뙤약볕이 절정에 달했다.
무더위에 더 이상 작업을 지속하기 어려워 작업을 마무리한다.
오전 내내 매실 수확을 해서 집으로 집으로 가져온다.
매실 분류기로 매실을 나누고 상처 난 것을 골라내며 박스에 포장하여 담는다.
분류하는 굵기의 용어가 재미있다.
매실크기가 왕왕, 왕특, 특대로 나뉜다.
각각 구분해서 보면 모두 다 제일 큰 것을 나타내는 용어가 분명하다.
아마도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을 것이고, 다 굵었으면 하는 농부의 염원도 담긴 듯하다.
매실 분류작업
분류작업도 꽤나 바쁘다.
큰 상자에 담긴 매실을 분류기에 붓는다.
눈으로 재빨리 흠이 난 것을 골라내며 분류기에 매실을 손으로 밀어낸다.
매실들이 자동으로 굴러가며 작은 것부터 포장용 박스에 나뉘어 담긴다.
일정량이 되면 채워진 박스를 꺼내고 새로운 빈 박스를 준비한다.
한쪽에서는 정확한 무게를 재고 테이핑을 해서 트럭에 싣는다.
아침에 수확한 양은 대략 12킬로그램 박스 60개 정도다.
작업을 마치고 땀에 절은 몸을 찬물로 시원하게 씻어낸다.
시장기에 찰지고 달콤한 찰밥을 게눈 감추듯 먹는다.
부드러운 죽순나물이 입맛을 돋우고 고사리 볶음도 한몫을 한다.
처형의 손길이 닿는 음식은 재료가 무엇이든 진미가 된다.
이른 새벽부터 시작한 일과를 든든한 점심을 먹고 마친다.
일을 마친 뿌듯함이 온몸을 감싼다.
달콤한 낮잠이 마법처럼 찾아온다.
전원의 삶을 누리는 제2막이 기다린다.
강가로 다슬기를 잡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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